‘무한도전’ 특집인 ‘자선경매쇼-무도드림’을 통해 ‘마리텔’에 출연한 정준하를 향한 네티즌의 비난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미 지속적으로 악플이 문제가 됐던 실시간 방송이었기에 악플을 못 막은 것이 분위기를 망친 첫 번째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네티즌들의 무조건적인 비난 때문에 정준하의 방송은 더 큰 재미를 주지 못했다.

정준하의 이번 출연은 프로그램 특집 차원에서 결정한 것으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무한도전>이 더 다양한 재미를 주기 위한 선의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준비한 기획이다. <무한도전>도 <마이 리틀 텔레비전>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였지만, 네티즌의 비난 덧글 문화는 좋은 기획을 망치는 원인이 됐다.

애초 선의에서 시작된 컬래버레이션 기획이었다면 네티즌이 조금은 웃음의 잣대를 낮춰 잡아줘도 됐건만, 실시간 방송에선 비난만 가득했다.

▲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웃음사망꾼’이 되어 돌아온 박명수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정준하는 나름 준비를 많이 해간 듯 보였다. 그는 바보, 운동, 만화, 액션, 그림, 마술, 분장, 뮤지컬, 랩, 더빙 박스 등 수많은 콘텐츠 박스를 준비했다.

그럼에도 어떤 네티즌은 박명수보다 준비성이 없었다 말하고 있다. 이는 네티즌의 억지 주장이고 그들이 한 말이 악플과 연결돼 있다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박명수가 ‘마리텔’에서 한 것이라곤 EDM과 삼행시가 전부였고, 이는 ‘무도’ 방송을 통해서도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방송된 ‘마리텔’에서도 이미 어느 정도인가를 아는데 그들은 정준하가 준비성이 철저하지 못했다 말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실시간 덧글로 계속해서 ‘노잼’이라는 말을 써넣었고, ‘그냥 접어요’란 말로 분위기를 망쳤다. 이에 정준하가 속상한 마음을 보였지만, 네티즌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비난의 덧글을 달았다. 이들은 그의 웃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려 했다기보다는 ‘어디 한 번 웃겨봐’ 식으로 경계심을 장착한 채 시청했다.

같이 즐기고 나중에 평가하기보다는 다그치듯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의 시청 방법이 잘못된 건 기존 출연자와 기준을 달리한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기존 출연자의 경우 행동에 대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번 정준하 출연 방송엔 처음부터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

▲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정준하는 서유리와 더빙 연기를 했고, 김치와 짜장면으로 따귀를 맞는 연기를 보였다. 또 음식을 먹으며 물풍선에 맞는 모습 등을 보였다. 하지만 참다 참다 서러움에 북받친 정준하는 뒤돌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네티즌들의 이런 무개념적인 행동으로 인해 방송만 망친 게 아니라 정준하는 상처를 입었다. 아무리 재미있는 사람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미 ‘재미없다’며 결론을 내리고 보는 이들을 웃길 수는 없는 법이다.

500만 원 출연료가 아깝다며 뱉어내라는 말을 하는 무개념적 요구. 그건 분명 올바른 요구가 아니다. 그가 받는다고 생각하는 500만 원은 기부금으로 쓰인다. 그건 이미 <무한도전>을 통해서도 알려진 바다.

정준하가 준비한 콘텐츠는 적지 않다. 그는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다. 그럼에도 더 큰 요구를 한다면 그건 네티즌의 지나친 욕심이다. 방송이 재미있어지라고 협조는 못 할망정 처음부터 어깃장을 놓은 방식은 비겁했다. 정준하가 재미없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해도, 그렇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네티즌들에게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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