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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비판했다고 ‘해고’… ‘말할 자유’ 뺏는 공영방송[기자수첩] 건강한 토론 막는 ‘길들이기’ 반복돼
김수정 기자 | 승인 2015.11.23 08:23

올해에만 공영방송에서 2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 지난 1월 MBC에서 입사 3년차인 권성민 PD가 해고된 데 이어, 지난 19일 KBS에서는 입사 26년차인 경영직군 직원 신모씨가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사회적 살인’이라고까지 불리는 ‘해고’에 내몰리게 된 이유는 같았다. 망가져가고 있는 자사의 보도와 이를 이끈 경영진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권성민 PD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자사의 보도를 반성하는 글을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올렸다가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김재철 체제 이후의 MBC 상황을 반영하는 ‘엠OO’이라는 표현과 경영진에 대한 비판 내용이 특히 문제가 됐다. 중징계 이후에는 ‘부당 전보’가 이어졌다. 예능국 PD였던 내부에서 ‘유배지’로 불리는 경인지사로 발령을 받았고, 경인지사에 있으면서 다시 예능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을 담은 <예능국 이야기>라는 웹툰을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정직-부당 전보-해고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신모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그는 세월호 특집방송, 선거방송, 메르스 사태, 성완종 리스트 수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KBS 보도 내용을 비판했다. 경영진을 향한 욕설이 포함돼 있었던 <강선규 보도본부장에게>라는 글이 결정적 해고 사유가 됐지만, KBS는 신씨가 그간 KBS 보도와 방송을 지속적으로 비방했고,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전자게시 관리지침을 상습적으로 위반했다는 것 역시 ‘징계사유’로 들었다. 신씨는 과거에도 김인규, 길환영 등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파업 독려글을 올리고 다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글을 퍼왔다는 이유로 직군과 무관한 부서 발령, 감봉 등의 불이익을 겪었다.

경영진 의사에 반하는 의견 표출=해고? 공영방송의 처참한 현실

두 공영방송이 직원으로서의 지위를 ‘해제’하는 무거운 징계를 내리면서 든 이유는 간단했다. 자사 보도와 방송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저속한 표현을 써 공영방송인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미디어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언론사에서의 ‘해고’는 결코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이명박 정부 때에만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을 거부하는 투쟁을 했다는 이유,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파업을 장기간 지속했다는 이유로 해직자가 대거 발생했다. 해고의 이유는 더 다양해지고 있다. 권성민 PD와 신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SNS에 글과 그림을 올리는 것도, 사내게시판에 보도 개선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는 것도 이제는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

두 공영방송은 특히 ‘일개 직원’이 ‘경영진’을 비판했다는 사실에 거의 노이로제적인 반응을 보인다. 권성민 PD의 <엠OO 피디입니다> 글에 대해 “너무 모욕적”이라며 “초년생이 선배들이 이뤄놓은 일에 대해 엠OO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 김현종 경인지사장의 말을 보면 회사가 ‘화난 포인트’를 정확히 알 수 있다. MBC는 지속적으로 보도자료를 내어 권성민 PD는 ‘해사행위’를 했기에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KBS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메르스 갈팡질팡, 6.15 공동성명 아몰랑하는 KBS>, <낯 뜨거운 불공정 편파 선거방송..당장 송출 중단하라>, <껍데기 세월호 특집방송 그만두고 진실을 말하라>, <미래혁신 보다 공정방송 통촉하시기 바랍니다> 등의 보도 비판글보다 경영진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게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삭제된 <강선규 보도본부장에게>라는 글을 더 문제 삼았다. KBS 측은 ‘경영진에 대한 욕설 및 폭언’이 가장 결정적 이유라고 재차 설명했다.

언론의 자유가 가장 폭넓게 보호되어야 할 언론사에서,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사람이 잘려나가는 풍경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갈 데까지 갔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공정방송을 쟁취하고자 한 파업은 정당했다는 법원 판결조차 무시돼, 자성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상황에서도 ‘바른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눈치 없는 ‘모난 돌’ 취급을 받고 회사의 새로운 징계 타깃이 될 뿐이다.

또한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무시한 채 단지 경영진 의사에 ‘반하는’ 의사를 표현했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어떤 말도 하지 말고 침묵하라는 강요나 다름없다. 어느 곳보다 건강한 토론과 논쟁이 활발해야 하는 곳이 앞장서서 구성원들의 ‘말할 자유’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주장하는 비위사실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징계가 남발되는 것 역시, ‘경영진의 비위를 건드렸을 경우, 해고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든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경영진을 꾸리고,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은 뒤로한 채 정권의 안녕을 위해 복무하는 일이 마치 ‘순리’처럼 반복되고 있다. 독일 언론 타쯔(Taz)가 ‘대통령 무릎에서 노는 애완견’이라고 일갈했을 정도로 ‘감시견’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우리 언론은 딱히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저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단순히 정권과 발 맞춰가는 보도를 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고, 경영진이 어렵게 일구어 놓은 ‘결과’를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되바라진 싹들을 스스로 제거하면서. 그 선봉에 '공영방송'이 서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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