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니는 내가 참 편하고 좋제. 내는 오빠 한 개도 안 편하다.” ('응답하라 1994' 나정의 대사 중에서)
선우의 골목길 그녀는 역시나 보라였다. 골목길 아이들이 넷이었을 때 언제부턴가 선우는 둘에 설렜으리라. 보라누나를 만나러 가기 위해 덕선의 사전을 구걸하고 화이트와 샤프심을 빌려갔다. 그가 덕선을 친구 이상의 호의로 대했던 것 역시 ‘부인이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한다’는 심산이었는지도 모른다. 애꿎게도 그 얄궂은 호의 때문에 착각에서 비롯된 가련한 사랑의 희생양을 양산하게 되었지만.
"너 말고 니 언니."
‘Winter is coming’ 공개된 선우의 감정선이 몰고 온 계절, 겨울이 왔다. 응답하라 월드에서 가장 불편하면서도 흥미로운 시기가 왔다. 등장인물 모두 각자의 조커를 공개했고, 시청자는 패를 뒤집은 자의 얼굴을 살핀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정환과 덕선은 각기 다른 이를 바라보며 불안해하고, 보라는 곧 선우를 불편해할 것이다. 한 수 앞을 보는 일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비밀병기, 게임의 제왕 택의 눈에 드디어 생기가 돌았다. 이제야 모두가 판에 올라와 섰으니까.
“오빠 니는 내가 참 편하고 좋제. 내는 오빠 한 개도 안 편하다.”
“나는 네가 불편해.”
응답하라 월드에선 그야말로 최상의 고백. 택은 언제부터 덕선이 불편해졌고 정환은 언제쯤 불편을 고백할까. 정환의 유사 백허그를 받으면서도 불편은커녕 놀이기구 타듯 신나하기만 했던 덕선이 한 개도 안 편한 대상을 찾을 때, 그가 바로 여자가 된 덕선의 남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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