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음악웹진 <보다>의 김학선 편집장이 미디어스에 매주 <소리 나는 리뷰> 연재를 시작한다. 한 주는 최근 1달 내 발매된 국내외 새 음반 가운데 ‘놓치면 아쉬울’ 작품을 소개하는 단평을, 한 주는 ‘음악’을 소재로 한 칼럼 및 뮤지션 인터뷰 등을 선보인다.

* 국내 음반

송영주 <Reflection> (2015. 10. 16.)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앨범이다. 그동안 발표했던 곡들을 새로운 연주자들과 함께 편곡하고 녹음해 앨범에 담았다. 송영주를 제외하곤 알랜 퍼버를 비롯한 뉴욕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높은 명성의 현지 연주자들이 앨범에 참여했다. 피아노 트리오 위주로 진행됐던 곡들도 브라스 사운드가 더해진 소규모의 콤보 편성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완성된 곡들이 하나같이 빼어나고 원곡과 비교해 다른 사운드로 듣는 재미도 있다. 작곡, 편곡, 연주, 녹음 등 모든 부분이 훌륭하다. 한국을 넘어 뉴욕에서 나오는 그 어떤 연주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자신의 10주년을 자축하면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앨범을 만들어냈다.

곱창전골 <History Of The Kopchangjeongol> (2015. 11. 17.)

1995년 리더 사토 유키에와 지금은 ‘양평이형’으로 더 많이 알려진 하세가와 요헤이 등이 중심이 돼 곱창전골이 만들어졌다. 신중현과 산울림의 음악에 한참 매료돼 있을 때였다. <History Of The Kopchangjeongol>은 결성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베스트 앨범이다. 이들은 한국의 그 어떤 음악가들보다도 한국의 옛 록 음악을 흥미롭게 커버하고 재해석할 줄 안다. 1집 <안녕하시므니까?>부터 작년에 나온 4집 <메뉴판>까지 4장의 앨범에서 노래들을 골랐고, 미공개 버전 등도 담았다. 3집의 ‘그 날은 올 거야’를 비롯한 사이키델릭 트랙들이 수록되지 않은 건 아쉽다. 일본인이 만든 가장 한국적인 정서의 음악이면서 동시에 동아시아인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가 곱창전골의 음악에 담겨있다.

로큰롤라디오 <Life Is A Dream, We’ll Wake Up And Scream> (2015. 11. 12.)

2013년을 빛낸 신인으로 선정된 이후 로큰롤라디오는 끊임없이 활동해왔다. 계속해서 신곡들을 발표했고, 외국에서도 크고 작은 공연에 참여해왔다. 새롭게 발표한 EP <Life Is A Dream, We’ll Wake Up And Scream>은 그동안의 활동을 중간 결산하는 성격의 음반이다. 댄서블한 록 음악이라는 기본 기조 위에서 로큰롤라디오는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해왔다. 신곡 ‘Feel Me’와 ‘Nightmare’는 로큰롤라디오가 지금껏 해온 모든 스타일이 축약되어있는 곡들이다. 로킹한 면이 있으면서도 그루브는 살아있다. 음반의 프로듀서와 리믹스를 맡은 프랑스의 그레고리 루이스와 모조 출신의 로맹 트란샤르는 로큰롤라디오에에 꼭 맞는 파트너였다. ‘Feel Me’와 ‘Shut Up & Dance’의 리믹스는 DJ 출신의 프로듀서들에게 어떤 곡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를 예상하고 맡긴 영민한 선택이었다.

캐스커 <Ground Part 1> (2015. 10. 23.)

어느새 일곱 번째 앨범이다. EDM이 득세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 일렉트로닉 시장에서 일곱 번째 앨범을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캐스커는 존중받을 만하다. 단 한 장도 허투루 앨범을 낸 적이 없는 디스코그래피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연’을 주제로 삼아 만들었다는 <Ground Part 1>에는 여전히 아름답고 다양한 감정들과 심장 박동이 담겨있다. 이준오의 소리는 이제 어느 경지에 오른 듯하고, 융진의 처연한 보컬은 캐스커란 이름을 더 빛나게 한다. 다양한 소리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이를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하는 건 캐스커만의 커다란 장점일 것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일곱 장의 앨범, 꾸준히 천착해온 소리들. 거장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크림빌라 <In The Village> (2015. 10. 1.)

크림빌라는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로듀서와 래퍼, DJ, 그리고 아트워크 디자이너 8명이 모여 만든 일종의 공동체다. 얼마 전 앨범 <Spectrum Range>를 발표해 호평을 받았던 프로듀서 돕플라밍고가 가장 많이 알려진 이름일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사운드 대신 붐뱁이나 재즈 등 좀 더 전통적인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이 나고 자란 부산에 대한 애정을 뽐내거나 현재 힙합 씬의 구린 행태들을 지적하면서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돕(dope)’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짙은 비트와 다듬어지지 않은 듯 묘한 매력을 품고 있는 랩이 만나 또 한 장의 인상적인 앨범을 만들어냈다. 과거 헤비메탈 씬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제 부산은 독자적인 힙합 씬을 구축해가고 있다.

* 국외 음반

Ellie Goulding <Delirium> (2015. 11. 2.)

2집 <Halcyon>과는 또 다른 변화다. 지난 앨범이 엘리 골딩이 가진 어두움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 앨범이라면 새 앨범은 더 화려하고 밝아진 엘리 골딩의 모습을 담았다. 맥스 마틴이라는 프로듀서의 참여만으로도 앨범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팝 시장의 핵심적인 인물들을 대거 영입해 만든 앨범은 아름답고 빛나는 일렉트로닉 팝 음악으로 꾸며져 있다. 밝고 활기차고 듣기 편한 일렉트로닉 팝이다. 지난 앨범의 어두움을 기대한 이들에겐 아쉬울 수 있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웰-메이드한 앨범이다. 이 달라진 사운드 안에서도 엘리 굴딩의 목소리는 여전한 매력을 발한다. 지금 현재의 팝 음악을 대변할 만한 앨범이다.

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 공감>의 기획위원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맡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으며 <K-POP, 세계를 홀리다>라는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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