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회 대종상영화제가 개최되기도 전부터 역대급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오래 전부터 공정성 논란을 안고 살아왔던 대종상영화제는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또한 첫 여성 우승자가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만 존재하던 <슈퍼스타K7>은 케빈오가 우승자가 되며 막을 내렸다.

대종상 영화제와 슈스케7의 자승자박, 국민들 불공정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스타다. 어떤 시상식이든 상을 받으러 나오는 이가 주인공이 될 수밖에는 없다. 그런 점에서 <52회 대종상 영화제>는 주인공이 없는 축제가 되었다. 11월 20일 저녁 진행되는 이 시상식에 남녀 주연상 후보들 전원이 불참을 선언했다.

배우들의 불참이 확정되자 감독협회에서도 불참을 하라는 문자가 돌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배우들도 없는 시상식에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해석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배우와 감독들이 불참하는 시상식은 무엇을 위한 시상식이 될지 궁금하다.

참가하는 이들에게만 상을 주겠다는 대종상영화제의 방침은 이런 결과를 예고했다. 영화제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이는 자충수이자 외통수가 되었다.

▲ 제52회 대종상영화제
기본적으로 명망이 있는 시상식이라면 참가상을 언급하지 않아도 알아서 참석한다. 단순 비교가 되겠지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참가상 언급은 없다. 그저 노미네이트가 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참가상'을 언급한 대종상영화제는 그렇지 않아도 비난 받던 영화제를 최악으로 몰아넣는 이유가 되었다.

<52회 대종상영화제>는 남녀주연상 후보 전원이 불참을 선언하며 파장이 예고된다. 가장 중요한 남녀 주연상을 시상할 수 없게 된 시상식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최악이다.

김혜자 논란 역시 <52회 대종상 영화제>를 최악으로 평가하게 만들고 있다. 영화 시상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봉사상'을 갑자기 만들어 김혜자에게 수상하겠다는 대종상 측과 받지 않겠다고 극구 반려했던 김혜자 측. 어쩔 수 없이 수락하자 이번에는 행사를 얼마 앞두고 다시 번복했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고 영상메시지로 대신하겠다는 김혜자에게 '방송사 사정'으로 인해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혜자가 최종 수상자가 아니라 다른 이가 수상하기로 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대리수상'은 없다고 했던 이들이 '나눔화합상'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을 '대리수상'하겠다고 밝혔으니 참 씁쓸하다. 김혜자 논란을 보면 <대종상 영화제>가 얼마나 파행적인 방식으로 준비되고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자의적인 해석과 마음 내키는 대로 엎었다 뒤집었다하는 시상식은 존재 가치가 부정당할 수밖에 없다.

19일 막을 내린 <슈스케7>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작 시점부터 우승 후보자 중 하나였던 케빈 오가 이변 없이 시청자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로 첫 여성 우승자 후보인 천단비를 이기고 우승자가 되었다. 그 과정 자체는 오디션이 시작하면서 불거진 불공정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슈스케7>이 끝없는 추락을 한 것은 <대종상영화제>와 유사한 불공정 때문이다.

▲ Mnet '슈퍼스타K7'
결승전이 열리기 전 참가자의 폭로도 있었지만 그 전에도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오디션의 특성과 달리, 정작 우승자를 뽑는 과정이 다가올수록 시청률은 답보 상태였다. 결국 그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슈스케7>은 끝났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시즌8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CJ 계열사의 음악 프로그램의 대표인 <슈스케>의 몰락은 그들에게는 위기다. 외국의 오디션을 한국에 맞게 변형해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반복되는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불합리함은 결국 <슈스케>의 발목을 잡는 이유가 되었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시상식과 오디션의 유사한 문제는 흥미롭다. 그리고 대중의 시선과 분노 역시 중요하게 다가온다. 불공정함에 분노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불공정함이 방송을 통해 드러나는 것들에 국한되지 않음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지는 않는다.

정치에 입을 다문 채 외면하는 이들이 많은 현실 속에서 이런 분노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불합리한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고착화되는 정치판에 대한 분노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판을 만드는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불공정함을 강요하며 모든 일들을 일렬로 줄 세우기에 급급한 한국 사회는 '엔론 사회'와 동일해 보인다. 파울 페르하에허의 책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에 등장하는 '엔론 사회'는 흥미롭다. 미국의 엔론 사태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던 사건이다. 신자유주의 대표적인 기업인 '엔론'은 최고 생산성을 올린 직원에게 보너스를 몰아주고 생산성이 제일 낮은 직원은 해고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치열한 경쟁은 조직을 살벌한 싸움의 장으로 만들었다. 누구나 최고의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상황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엔론 직원들은 수치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조작은 결과적으로 거대한 '엔론'이라는 조직을 붕괴시켰다.

우리 사회 역시 다를 게 없다. 이명박근혜 시대 줄 세우기 정책은 결과적으로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오직 모든 것을 가진 재벌만 과보호를 하고 있다. 이런 사회는 당연하게도 불안하고 비정상이 될 수밖에는 없다. 그런 점에서 참지 않고 분노하는 국민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미래가 밝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는 사회는 건강하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이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통과 불공정으로 치닫는 <대종상영화제>나 <슈스케7>에 대한 무관심과 분노처럼 이제 우리는 우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자들로 정치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정치판을 만들어주는 것은 그들이 아닌 국민들 개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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