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진영 소속으로 ‘교학사 교과서’를 집필한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EBS 신임사장 공모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수행할 EBS의 사장으로 이명희 교수를 낙점했다’는 소문이 증폭되고 있다. 방통위가 지난 5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사장 공모에서 뉴라이트 인사로는 유일하게 이명희 교수가 지원한 사실이 미디어스 취재 결과 확인되면서 언론노조 EBS지부는 물론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도 ‘이명희 교수 같은 이념편향 인사는 절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명권자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성준 위원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과 EBS 사장 선임을 연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EBS 사장은 정치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1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EBS 사장 선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최성준 위원장은 19일 오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 5일 공모가 시작되자마자 이명희 교수 내정설이 파다하게 퍼졌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의 현안질의에 “청와대 내정설은 근거도 없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KBS 사장 후보자 결정에 개입한 의혹이 나오는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과 통화하느냐’는 최민희 의원 질의에 “가끔 통화를 한다”고 밝혔으나 “(내정설은) 알 수 없는 이야기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이명희 교수와 함께 공모 초기부터 거론된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원자 명단에 없다고 전했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인사가 EBS 사장이 돼선 안 된다’는 최민희 의원 지적에 최성준 위원장은 “편향성 개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EBS 사장은 정치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정화와 EBS 사장 선임을 연결하는 것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회 미방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과거 정권들이 방송사 사장을 선임할 때 ‘정권과 대화할 만한 사람’을 선임하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계나 시민단체에 종사했거나 언론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그런에 이번 방통위는 KBS이사회 이사장에 역사학자를 추천하고, 모든 세력을 좌파로 매도하는 고영주씨를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임명했다. 왜들 이러는 것이냐. 역사학자들, 수구적 사람들이 방송에 와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보느냐”고 질의했다.

우상호 의원은 이어 “신사옥 건립으로 천문학적 적자가 예상되고 재원이 부족해 위기를 겪고 있는 EBS의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가 필요하다”며 “두고 보려고 했는데 너무 심하다. (이명희 교수가 사장이 되면) EBS는 망한다. 청와대와 여당도 정신 차려야 한다. 뉴라이트 학자를 EBS에 내리꽂는 게 제 정신인가. 이런 것에 방통위가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남는다. 방통위원장이 정부의 청탁과 권고를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해도 너무 한다. 내부 조직을 추스르고 신사옥을 무난하게 끌고 가고 공영방송의 재원을 만들어 EBS를 유지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사람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성준 위원장은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이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고르는 것은 뭐라고 하지 않겠다. 그러나 EBS에서도 역사논쟁만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방통위가 이번에는 청와대 들러리를 서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결격사유를 확인하고 지원서에 있는 경력사항 살펴본 뒤, 면접대상자를 선정해 방통위가 직접 면접하고, 신용섭 사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인 다음 주에 의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과 합의해 결정하겠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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