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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선임 청와대 개입설’은 낙마한 자의 헛소리?KBS이사회, ‘강동순 폭로’ 논의 거부
김수정 기자 | 승인 2015.11.18 19:47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가 KBS 사장 선임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논의를 아예 거부했다.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홍보수석과 이인호 이사장뿐 아니라 여당 추천 이사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돼, KBS이사회의 명예와 위상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응도 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 ⓒ미디어스

18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야당이사 4인(전영일·장주영·김서중·권태선)은 16일 ‘KBS 사장 선임 청와대 개입 의혹’을 안건으로 제출했고, 오늘 이사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KBS 사장 선임 1차 투표 때 고대영 후보와 함께 최다득표(5표)를 했던 강동순 전 KBS 감사는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이인호 이사장에게 고대영 후보의 사장 임명을 검토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했고, 지속적인 연락을 하며 이사회 구성에까지 개입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야당이사들은 문제제기가 사실이라면 방송법에 따라 방송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켜야 할 KBS이사회 존립 근거가 무너지는 것이기에 의혹을 해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면 강동순 전 감사에 대해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KBS와 KBS이사회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이사들은 야당이사들의 모든 제안을 전부 거부했다. 야당이사들은 이사회 중간에 퇴장한 후 즉각 성명을 내어 여당이사들을 비판했다. 이들은 “안건을 상정해 논의하는 것조차 거부한 여당이사들의 자세가 외부의 의혹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고, 결과적으로 KBS와 KBS이사회의 명예를 더욱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항의하며 퇴장했다”며 “이후 KBS 독립성 훼손에 관하여 쏟아지는 모든 비판에 대한 책임은 다수 이사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야당이사는 1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이사들은) 택도 없는 주장이라면서 안건 상정조차 거부했다.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무시하는 태도는 결국 의혹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며 이사회 입장표명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이 아니면 이사회 명예를 훼손했으니 고발을 하자고 했고, 이사회 전체 명의로 한다면 우리도 참여할 수 있다고 했더니 그것도 안 한다고 하더라”라며 “진상규명이 두려운 것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다른 야당이사는 “이인호 이사장은 (청와대 개입 없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서 선임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쪽(여당이사)은 사장 출마 낙마한 것에 불만을 품고 이상한 소리를 한 것인데, 일일이 논의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반복했다. 자신이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언론시민단체, KBS이사회에 ‘6가지 의혹 해소’ 촉구

한편,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미디어기독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새언론포럼·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론인권센터·자유언론실천재단·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독교협의회언론위원회 등 11개 언론단체는 ‘청와대의 KBS 사장 선임 개입’에 공조했다는 의혹을 받는 KBS이사회에 ‘공개질의’를 했다.

언론단체는 △이인호 이사장과 조우석 이사가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과 통화를 했는지 △여당이사들이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 전화를 받고 대책모임을 가진 적이 있는지 △여당이사들이 사장 선임 과정에서 김성우 홍보수석을 만나 각서 수준의 다짐을 했는지 △이인호 이사장이 청와대 인사와 이사회 구성을 논의한 적이 있는지 △이인호 이사장이 손병두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과 KBS 사장 선임 논의를 한 적이 있는지 △강동순 후보에게 이사회 내부정보를 유출한 여당이사는 누구이고 KBS이사회는 어떤 조치를 취할 건지 등 6가지 의혹에 대해 오는 26일 오후 6시까지 명확한 답변을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의혹 당사자로 지목되는 여당이사들이 정식 논의조차 거부한 만큼, 언론시민단체의 의혹 해소 요구에 KBS이사회가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다음은 언론단체의 공개질의서 전문이다.

1. 이인호 이사장과 조우석 이사에게 묻습니다.

KBS이사회가 이번 사장 공모에서 최종 5인 후보로 뽑았던 강동순 전 KBS 감사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KBS 이인호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대영을 검토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언론노조 KBS본부와의 인터뷰에서도 “추석 연휴 때 김성우 홍보수석이 이인호 이사장하고 조우석 이사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과 전화통화한 사실이 있습니까?
 
2. 이인호 이사장, 조우석 이사를 비롯한 여권 추천 이사들에게 묻습니다.

강 전 감사는 “김성우 홍보수석이 이인호 이사장과 조우석 이사한테 그런 얘기를 한 건, 두 사람만 알고 있으라는 게 아니라 다른 이사들한테 공감대를 사전에 넓혀달라는 얘기”라며 “그래서 다른 이사들도 두 사람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추석 연휴 이후에 여권 추천 이사 6인이 참석한 모임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이번 추석 연휴에 홍보수석실에서 내려온 얘기는 없었던 걸로 하자’며 입을 맞추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대책모임을 가진 사실이 있습니까?
 
3. 여권추천 이사들에게 묻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KBS 여권 추천 이사들이)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에게 무슨 체크리스트 같이 각서에 버금가는 다짐을 하고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조대현 사건처럼 “한 표라도 이탈이 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강 전 감사는 이런 얘기를 여권 이사에게 직접 들었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했습니다. 해당 이사는 강 전 감사를 지지했는데,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고대영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설명입니다.
 
여권 추천 이사들이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을 만난 사실이 있습니까? 그에게 각서 수준의 다짐을 한 것이 사실입니까?
 
4. 이인호 이사장에게 묻습니다.

강 전 감사는 KBS이사회 구성에 대해서도 놀라운 발언을 했습니다. “KBS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기 전에, 거의 매일 KBS 이인호 이사장과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전화통화를 했다. 그 두 사람이 의논해서 이사회를 새로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KBS이사 추천 권한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있습니다. 대통령은 방통위의 추천을 받아 임명만 할 뿐입니다. 만약 이인호 이사장이 청와대 인사와 함께 KBS이사 선임을 주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방송법을 어긴 범법행위이자 KBS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일입니다.
 
청와대 인사와 KBS이사회 구성을 논의한 적이 있습니까? 항간에 ‘이인호가 조우석을 낙점했다’, ‘이인호가 라인업을 다 짰다’ 식의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강 전 감사의 폭로와 일치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혹에 대하여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5. 이에 이인호 이사장에게 묻습니다.

이상한 얘기는 또 있습니다. 강 전 감사는 “내가 잘 아는 D씨가 이인호 이사장과 수개월 동안 KBS 차기 사장에 대해서 논의를 같이 해왔는데, 추석 연휴에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한테 전화를 받은 이인호 이사장이 D씨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이런 사람을 받기 위해서 여덟 달 동안 고생을 했습니까, 참 답답합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미디어오늘>에는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인호 이사장은 기자와 통화를 끝낸 직후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미디어오늘>에서 여자가 전화를 했는데 손(병두) 이사장이 청와대 전화를 받았다고 그래서 펄쩍 뛰었어요. 유동성이란 건 마지막까지 있어요”, “하여튼 그따위 일은 없다고 딱 잡아뗐어요. 청와대에서 했다는 건 말도 안 되고 됐을 리도 없고 전혀 아니다. 손 이사장이 그렇게 말했을 리도 없고 전혀 아니다. 그 따위 소리 하지 말라고 딱 잡아뗐어요.”
 
손병두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전 KBS이사장)과 KBS 사장 선임과 관련하여 논의한 사실이 있습니까? 손 이사장과 ‘여덟 달 동안’ KBS 사장 선임을 준비한 것이 사실입니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인호 이사장은 올해 초부터 KBS 차기 사장 선임을 준비한 것입니다. 이인호 이사장의 임기는 올해 8월까지였습니다. 왜 후임 이사의 임기에 치러질 KBS 차기 사장 선임을 준비한 것입니까? 대체 어떻게 연임을 확신한 것입니까? KBS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과 KBS 사장 문제를 논의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에 대하여 상세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6. KBS이사회에 묻습니다.

또한 강 전 감사는 이번 KBS 사장 공모와 심사과정에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실토하였습니다. 강 전 감사는 KBS 사장 공모 시작을 앞둔 10월초(추석 연휴 지나서 며칠 후)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여권 이사 B씨를 만났고, B씨는 강 전 감사와 KBS 사장 선임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KBS 현직 이사가 KBS 사장 공모를 앞두고 지원 의사를 밝힌 자를 만나 사장 선임에 대한 얘기를 나눈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입니다.
 
강 전 감사를 만난 여권 이사 B씨는 누구입니까?
 
강 전 감사는 또 현재 여권 이사 중 E 이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고, 사장 선임 과정에서 E 이사가 내부 정보를 전해주고 자신을 지지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직 KBS이사가 사장 공모 과정 중에 특정 후보자에게 이사회 내부 정보를 빼내 전달하고, 직접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KBS이사회는 언론시민단체들의 거듭된 회의공개 요청을 거부하고, 공정한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며 사장 선임에 관한 모든 안건을 비공개하였습니다. 그런데 뒤에서는 비공개 회의정보를 특정 후보에게 전달하는 부정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KBS이사회에 묻습니다. 강동순 후보에게 이사회 내부정보를 유출한 여권 이사 E 씨는 누구입니까? KBS이사회는 사장 선임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여권 이사 E 씨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입니까?
 
7. 이인호 이사장과 KBS이사회가 답해야 합니다.

강동순 전 KBS 감사는 이번 KBS 사장 공모 1차 투표에서 5표를 받았던 유력 후보자였습니다. 그의 발언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증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거론한 인물들의 영향력과 친분관계를 보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습니다.
 
방송법 46조는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사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KBS의 독립성을 훼손한 이사회는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KBS이사회는 ‘청와대 개입 의혹’을 반드시 해소해야 합니다. 이를 해소하지 않고는 KBS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정당성도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KBS이사회는 KBS의 독립성을 증명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KBS이사 선임부터 고대영 사장선임에 이르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KBS 독립성 훼손’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말끔히 해소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언론시민단체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변해주시길 바랍니다.
 
8. 이 질의서에 대하여 11월 26일(목) 오후 6시까지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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