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홍정배)는 18일 오후 서울 도곡동 EBS 사옥 1층에 있는 조합원휴게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정치·이념 편향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할 경우,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EBS 신임 사장 후보자 공모가 18일로 마감을 앞둔 가운데, 노동조합이 “방통위가 이념편향, 정치편향 인사를 사장에 선임한다면 출근저지와 함께 파업까지 결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EBS와 방송통신위원회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국정화를 완성하기 위해 뉴라이트 인사를 내려보내려 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노동조합은 24일부터 사흘 간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문제인사가 사장에 선임될 경우 30일 첫 출근날부터 출근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홍정배)는 18일 서울 도곡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BS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방송사다. 특정정파와 이념으로 점철된 인사는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며 방통위가 정치적이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인사를 선임할 경우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고발하고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 5일 EBS 사장을 공모했는데, 이후 세간에 뉴라이트 인사들의 ‘청와대 내정설’이 퍼졌다.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편향되지 않은 교과서’로 추켜세운 교학사 교과서를 집필한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 △이승만연구원 원장을 역임하고 자유경제원과 함께 ‘국정화’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는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역사학계에서 ‘국정화 찬성’ 서명을 주도한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등 3명이다.

방통위는 이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공표하기 전인 지난 9월 교육부와 뉴라이트 인사들을 EBS에 전진배치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서남수씨는 EBS 이사장이 됐고, 미디어펜 논설위원이자 21세기미래교육연합 공동대표인 조형곤씨도 이사회에 입성했다. 국정화 찬성 여론을 주도한 안양옥 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도 EBS 이사다. 이들 이사는 EBS가 교육부 지침을 이행하도록 관리감독하는 역할이다.

특히 조형곤 이사는 EBS에서 ‘욕설’로 영구출연정지 처분을 받은 인사인데도 방통위는 임명을 강행했다. 그는 EBS <다큐프라임>과 <지식채널e> 일부가 좌편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4일 보수단체들이 민중총궐기 맞불집회에도 참석해 국정화 강행을 선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서남수 이사장은 EBS-교육부의 가교 역할, 안양옥 이사는 EBS-교육현장 가교역할을 맡을 수 있다.

공모가 끝나가는 가운데 임명권을 갖고 있는 방통위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EBS 사장은 방송통신위원장이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방통위원 5명은 정부여당 추천 3명과 야당 추천 2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때문에 EBS 사장은 정부여당이 원하는 인사가 됐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1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뉴라이트 인사 내정설’에 대해 “이미 보도가 돼 알게 된 부분을 반영하겠다”며 “공교육의 보충, 사교육비 절감, 사회교육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는 분을 사장으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성준 위원장은 “중립인 분만 공영방송 이사가 될 수 있고 약간 이쪽(보수)이나 반대(진보)인 분은 (이사가)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이념편향 인사의 공영방송 입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와대가 특정 후보자를 낙점했을 경우, 정부여당 추천인 최성준 위원장과 허원제, 이기주 상임위원이 ‘반란표’를 던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과거 방통위는 E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공개면접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최성준 위원장 체제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를 밀실에서 결정해 왔다.

▲ (사진=미디어스)

결국 청와대와 정부의 코드에 맞출 수 있는 인사가 EBS 신임사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총력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정배 지부장은 “후보자가 공개되면 자체적으로 검증을 해 방통위에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며 “그런데도 방통위가 정치적이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인사를 선임한다면 총력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BS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생사가 걸린 시기”라며 “EBS 구성원들의 위기의식 또한 여느 때와는 다르다. EBS의 존립근거와 공공의 가치를 훼손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안소진 사무처장은 “교과서 국정화의 수단으로 EBS 사장을 선임하는 것은 EBS의 역할과 위상을 편협하게 인식하는 것이고, 이는 EBS 구성원에게 치욕적인 일”이라며 “EBS 역할과 위상은 그보다 더 큰 것이다. 노동조합은 EBS가 교육과 방송의 기본과 상식을 지킬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19일 최성준 위원장 등 상임위원들에게 “정치·이념 중립적 EBS 사장 선임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19일 오전 조합원 총회 및 결의대회를 열고, 이날 정오부터는 광화문광장에서 조합원 40여명의 동시다발적 1인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EBS지부는 지난 16일부터 방통위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데 23일부터는 PD협회 등 직능단체도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EBS지부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는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27일에는 파업 출정식을 열 계획이다. 홍정배 지부장은 “30일 신임사장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부터 부분파업, 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