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언론이 지난 14일 열린 ‘민중총궐기’를 보도하며 시위대의 폭력성에만 초점을 맞춰 비판을 받았다. 대표적 공영방송인 KBS 역시 집회 취지와 목적을 구체적으로 전하거나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점을 짚지 않은 채, 경찰이 피해를 본 사례만을 들어 ‘시민 불편’을 강조한 보도를 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기자들이 반발해 일부분이 수정된 결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KBS <뉴스9>는 집회 당일인 14일 민중총궐기 소식을 두 꼭지로 전했다.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충돌에 초점을 맞춘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격렬 시위에 부상자 속출>(▷링크), 도심 대규모 집회 때문에 대입 논술시험을 치르지 못했다는 <서울 시내 교통 마비에 논술 수험생 발 ‘동동’>(▷링크) 리포트가 연달아 나갔다.

집회 당일 서울 곳곳에서 대입 논술 시험이 치러졌으나 집회 장소와 시간이 크게 겹치지 않은 덕에, 보수언론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수험생 피해’가 속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독 KBS만 수험생의 피해 사례를 부각한 리포트를 내보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 역시 16일 열린 고대영 KBS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11월 14일자 KBS <뉴스9> 보도

그러나 논란이 된 해당 보도조차 KBS 기자들의 반발로 내용이 수정된 결과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정 과정에서 “주말에 비가 내리는데다”라는 멘트가 들어가 서울 시내 교통 마비 원인이 집회 뿐이 아니었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서울 시내 교통이 극심한 혼잡을 보이고 지하철 이용자가 폭증하면서 애꿎은 수험생들이 맘고생을 해야 했다”는 기자의 마지막 멘트 앞에 있던 “도심 대규모 집회 때문에”라는 말도 빠졌다.

하지만 “앞서 보신 대규모 집회로 시내 교통이 마비되는 바람에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까지 생기고 말았다”며 논술시험을 제때 치르지 못한 원인을 ‘대규모 집회’ 탓으로 돌리는 앵커 멘트는 그대로 남아 보도의 큰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격렬 시위에 부상자 속출> 리포트도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만 지나치게 부각돼 기자들이 반발했고, 결국 수정돼 방송됐다.

“균형 있는 취재 보도 필요… 현장 취재기자들 의견에 귀 기울여 주길”

집회 주최측에 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우고, 각종 규정을 위반해 과잉진압을 한 경찰의 문제를 짚지 않는 보도에 대해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KBS기자협회(협회장 이병도)는 17일 성명을 내어 “최근 KBS뉴스의 집회 보도가 시위대의 책임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현장을 발로 뛰는 취재진도 경찰의 물대포를 맞았다. 경찰의 과잉진압 실태가 단적으로 확인된 사안으로서,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를 경찰이 과잉진압으로 침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낱낱이 취재하고 보도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병도 협회장은 같은 날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폭력시위는 분명 사라져야 하지만 시위대의 폭력 못지않게 경찰 공권력의 남용 문제를 뉴스는 지적해야 한다고 본다. 2011년 위헌 판결이 난 경찰차의 차벽설치가 현재는 위법 소지는 없는지,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결사의 자유를 침해하진 않는지, 그리고 경찰은 살수차 등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아울러 ‘균형 있게’ 취재하고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디 현장 취재기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주장했다.

이병도 협회장은 △실제 피해자가 극소수였고, 집회로 인한 논술대란을 우려했던 보수신문조차도 이를 기사화하지 않은 점 △비 내리는 주말 교통상황이 좋지 못했고, 집회 개최와 논술시험 미응시를 각각 원인과 결과로 단순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점 등을 이유로 “집회와 논술 피해의 직접 관련성이 매우 적기 때문에 리포트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 11월 14일자 KBS <뉴스9> 보도

또 다른 KBS 기자 역시 “수정 전에는 주최 측 인터뷰가 없었다. 통상적으로 집회 보도할 때에는 집회가 열렸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그 이후 상황을 담는데, (집회 목적은) 한 줄로만 나오고 충돌 이야기로만 구성이 돼 있었다. 기자들이 문제제기를 해서 뉴스 나가기 직전에 그나마 인터뷰가 하나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리포트는 수험생 제보를 받았다고 하는데 자칫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 또, 인과관계가 얼마나 정확한지, 얼마나 중요한 뉴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등을 두루 따졌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며 “시위의 피해를 부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편향적인 리포트 구성, 편집이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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