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올린 문구 하나로 조롱당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아무리 뜻이 잘못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실수임을 이해하지 못할 이는 없기에 오타가 났다고 해도 그녀를 조롱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박초롱은 자신의 SNS에 ‘Pray for PARIS(파리를 위해 기도해 달라)’를 잘못 표현해 ‘Play for PARIS’라 올려 네티즌의 엄청난 조롱을 받았다. 이에 박초롱은 해명하고 죄송하다며 사과의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네티즌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계속해서 조롱하고 있다.

▲ 에이핑크 초롱 SNS
사과한 글조차 뜻이 맞지 않는다며 비난하는 것. 박초롱의 사과글 한 마디 한 마디를 분석해 조롱하는 단계이다. 초롱이 남긴 사과문엔 “제가 아무리 멍청하다 해도 스펠링을 모르고 글 올리는 성격은 아닌데.. 왜 그렇게 썼을까요. 저도 제 손가락에게 궁금하네요. 어쨌든 잘못 썼으니 멍청이 맞는 거로”라고 쓰여 있다.

이에 네티즌은 ‘스펠링을 모르고 글 올리는 성격이 아니다? 무식한 게 성격인가? 공부를 안 한 거지’라며 조롱하고 있다. 또 ‘머리 나쁜 게 맞네. 깔끔하게 사과하면 되는 걸’, ‘R과 L은 독수리 타법이라도 치기 힘들다’, ‘멍청한 게 맞다’라며 그녀를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오타든 아니든 그 마음이 애도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제 삼는 쪽이 어리석어 보인다. 이를 문제 삼는 쪽은 오타 하나에 영혼이 팔렸지만, 초롱의 애도하는 마음은 오롯이 그 마음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 어리석은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다.

▲ 에이핑크 초롱 SNS
그녀가 오타를 치고 몇 초 후에 수정했다면, 더욱 문제 삼지 말아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그 몇 초 되지 않은 시간의 실수를 마치 대역죄를 지은 것처럼 몰아세우며 그녀를 조롱하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 설령 그녀가 모르고 실수한 채로 있었다고 한들 그게 뭐 그렇게 큰 문제라고, 철자 하나 문맥 하나를 문제 삼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오타 하나 친 걸그룹 멤버를 향해 돌을 던질 시간 어떤 이들은 애도는커녕 애도하는 이를 조롱하고 있었다. 별 일도 아닌데 뭔가 큰 흠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캡처해 와 조롱하는 모습은, 파리 테러 사건 현장의 잔혹함과 그 소식을 듣고 애통해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대치된 모습이어서 창피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면서 국가의 현안에 관심이 없고, 세계인으로서 세계적인 사건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 연예인의 작은 실수 하나에 조롱하기 바쁘다. 에이핑크 초롱은 실수를 했어도 그 마음은 충분히 전달됐다. 실수하든 어떻든 애도를 표현한 이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저항하지 못하고, 국민 모두를 종북이니 좌파니 미개하니 해도 열심히 충성하며 그들에게 투표하는 이들. 국민에게 물대포를 쏴 생명을 위독하게 하는 데도 연예인의 흠에만 관심 있는 이들. 그들은 누굴 조롱할 자격도 없다. 그들의 행동은 저급한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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