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고대영 후보와 끝까지 경합을 벌였던 강동순 전 KBS 감사가 “고대영 후보 최종 선임은 김성우 홍보수석과 김인규 전 KBS 사장의 작품”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 16일 발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특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는 16일 특보를 통해, KBS 사장 선임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강동순 전 KBS 감사의 발언을 전했다. 강동순 전 KBS 감사는 1차 서류심사에서 고대영 후보와 함께 5표를 얻어 공동 1위를 차지했던 유력 후보로, 앞서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김성우 홍보수석이 이인호 이사장에게 고대영 후보를 검토해 달라는 전화를 걸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새 노조의 특보가 전한 바에 따르면 강동순 전 감사는 KBS 이사들과 지인으로부터 들은 발언을 종합해 KBS 사장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가 깊숙이 관여했으며 김인규 전 KBS 사장 역시 영향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강동순 전 감사는 “고대영과 김인규는 적어도 2년 전부터 준비를 했다. 김인규 전 사장이 고대영 후보 데리고 다니고 서청원도 만나고 대통령한테도 인사시키고 그랬다. 우리 쪽 사람이 서청원한테 ‘다음 사장이 누가 될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고대영 아닌가. 준비 많이 했던데’ 이런 반응이 나오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강동순 전 감사는 “김인규는 자기 임기 3년에, 길환영-조대현까지 해서 6년을 해먹은 거다. PD지만 길환영이나 조대현도 김인규 사람이다. 부사장으로 쓰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고대영을 사장으로 만들어서 또 6년을 해먹으려고 하는 거다. 그러니까 KBS는 김인규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인호 이사장은 김인규 세력을 개혁 대상으로 봤는데 홍보수석이 미니까 거기가 두려운 거지. 그건 박근혜 대통령이 민 건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리적으로 그걸 들여다 볼 시간이 없었다”면서 “결국 이건 대통령이 결정한 게 아니고, 밑에 비서진들이 장난을 쳐서 오판이 됐다. 이건 박근혜 정부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게 아니고, KBS를 위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전화’, 다른 이사들도 인지하고 있었다

새 노조 특보가 전한 내용에 따르면 강동순 전 감사는 ‘고대영이 (KBS 사장으로) 내려가는 경우를 검토해 달라’는 김성우 홍보수석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이인호 이사장과 A 이사 2명이며, 두 사람에게 전화를 한 것은 다른 이사들에게도 고대영 후보 지지에 대한 공감대를 사전에 넓혀달라는 뜻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동순 전 감사는 이인호 이사장이 청와대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자신과 잘 아는 D 이사를 통해 알게 됐다면서 “D씨가 이인호 이사장과 수개월 동안 KBS 차기 사장에 대해서 논의를 같이 해왔는데, 추석 연휴에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한테 전화를 받은 이인호 이사장이 D씨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이런 사람을 받기 위해서 여덟 달 동안 고생을 했습니까, 참 답답합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동순 전 감사는 다른 여당이사들도 ‘청와대 개입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청와대에서 특정인을 검토해 달라는 말이 내려오는 게 있을 수 있는 얘기냐 하고 따졌더니 B 이사는 부인도 시인도 안하고 그냥 알고 있는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 16일 오전 10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는 고대영 KBS 사장 후보 (사진=KBS)

강동순 전 감사는 “지인 말에 의하면 이사들을 새로 구성하기 전에도 거의 매일 이인호 이사장과 김성우 홍보수석이 전화통화를 했다고 한다. 거의 매일. 그래서 두 사람이 의논해서 이사회도 새로 구성했고”라고 해 사장 선임 과정 이전부터 KBS이사회와 청와대 간의 접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동순 전 감사는 “여당이사들은 지난해 조대현 사건 때문에 한 표라도 이탈이 되면 안 되겠다는 내부적인 공감이 있었다. 한 표라도 회유당하는 경우에는 조대현이 연임될 수 있으니 7표가 일사분란하게 응집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초기부터 돼 있었다. 여당이사들을 뽑을 때에도 김성우 홍보수석에게 각서 비슷하게 개별적으로 다짐을 하다시피 해서 뽑았다. 이번에 이사들은 홍보수석에게 각서에 버금가는 다짐을 받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새 노조는 같은 날 <청와대는 고대영후보 낙점 의혹을 즉각 해명하라!!> 성명을 내어 “강동순 전 감사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이번 사장선임은 출발부터 특정후보를 염두에 둔 공정성을 상실한 불공정한 게임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마땅히 불공정한 선임과정으로 임명 제청된 고대영 후보의 정당성도 잃게 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새 노조는 △이인호 이사장은 ‘고대영이 청와대 지명 후보로 내려가는 경우를 검토해 달라’는 청와대 전화를 받았는지 답하고, 여당이사 7명이 몰표를 행사한 배경에 오더가 작용했는지 소상히 해명할 것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고대영 낙점의 ‘몸통’을 밝힐 것 △청와대는 사장 선임 절차를 멈추고 국민 앞에 개입 의혹을 해명할 것 △국회는 청와대 개입설을 국정조사할 것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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