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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송은 ‘2배’ 더 불공정해진다[그들만의 언론, 장악당한 여론 ④] 방송평가 규칙 개정, 심의위-중재위 통한 압박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1.15 12:07

편집자 주 _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언론 관련 정책을 퍼붓고 있다. ‘5인 미만 인터넷신문은 언론사 간판을 내려야 할 위기다. 정부는 공영방송에 극우인사를 내리 꽂은 데에 이어 공정성·객관성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의 최대 뉴스플랫폼인 포털사이트는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뉴스편집을 하고 있다는 비방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꼼수다> 같은 팟캐스트의 위력을 깨달은 정부는 1인미디어와 팟캐스트에 대한 규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밑그림은 그려진 셈이다. 미디어스가 5회에 걸쳐 언론통제-여론장악을 해부한다. 편은 방송평가 규칙 개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지난 10월23일 ‘방송평가 규칙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방통위는 산하 법정기구인 방송평가위원회와 방송평가 개선 자문단 등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사무처가 단독으로 규칙 개정안을 설계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방통위는 방송평가 항목 중 운영에 대한 배점을 축소하고 내용·편성 항목 비중을 늘렸다. 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가 심의한 결과를 감점에 반영하던 것을 1.5배로 강화했다. 특히 공정성과 객관성, 재난, 선거방송 심의규정을 위반할 경우의 감점을 2배로 높였다. 또한 방통위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정정보도’가 결정되거나, 법원에서 ‘오보’로 판결이 날 경우, 각각 6점과 8점을 감점하기로 하는 방안을 신설했다. 방통위는 11월16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규제대상인 방송사들은 모두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 MBC 사장)은 성명을 내고 “방송심의의 주체인 방통심의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방송사의 공정성·객관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이를 ‘언론통제’이자 ‘재갈 물리기’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또한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방통위를 이를 강행했다. 방통위 명분은 이렇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당시 ‘오보’로 언론은 국민의 지탄을 받았고,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불공정한 보도행태가 고쳐지지 않고 있는데 방송평가 규칙을 개정해 규제를 강화하면 이를 제도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 @Pixabay

방통위는 “재허가‧재승인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미디어스가 입수한 방통위 내부 문건에 적힌 ‘사업자별 영향 분석’ 결과는 방송평가 규칙 개정이 방통위 주장과 다를 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방통위 사무처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 실적을 바탕으로 재허가‧재승인 점수를 다시 계산했는데 방송평가 내 감점을 강화할 경우 MBC는 평균 17.7점, SBS는 12.0점, KBS2는 9.0점, KBS1은 4.3점의 감점을 더 받게 된다.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채널A(21.7점) TV조선(14.7점) JTBC(12.8점) MBN(12.3점) 순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

방통위는 방송평가가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40%가 반영되는 터라 이에 대한 영향 분석(2012~2014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 실적 반영)도 실시했는데 지상파는 MBC 7.2점, SBS 4.9점, KBS2 3.6점, KBS 1.8점이 추가로 감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은 채널A(14.3점), JTBC(9.4점), TV조선(9.3점), MBN(7.7점) 순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김재영 방송기반국장은 13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새로운 규칙은 2016년 방송평가부터 적용되는데, 이것 때문에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것”이라며 “시뮬레이션 결과는 소송 중인 것을 제외한 정확한 숫자”라고 설명했다. 방통위 설명대로라면 재허가, 재승인 결과는 뒤집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방통위 시뮬레이션 결과는 법원과 언론중재위원회에 의한 ‘감점’은 제외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조 상 비판언론에 대한 ‘표적 심의’가 가능하고, 심의위와 언론중재위원회가 제재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방송평가 규칙은 방송사에 실직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 @Pixabay

물론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은 ‘정치적 결정’인 탓에 방통위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퇴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가 노리는 것은 ‘자기검열’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방송평가는 방송사 경영진과 데스크의 ‘검열’ 수위를 높이고, 이는 현장기자들의 자기검열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기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JTBC 손석희 앵커의 ‘공격적 인터뷰’는 공정성 위반이 될 수 있고, 언론의 ‘의혹제기’는 객관성 위반이 될 수 있어 방송사 내부의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은 지금보다 더욱 보수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실제 KBS는 법정제재를 받은 프로그램 제작진들을 손쉽게 징계하는 방향으로 사규를 개정하려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13일 ‘방송평가규칙 일부개정안에 대한 언론노조 의견서’를 통해 “‘방송심의 관련 제규정 준수 여부 평가’항목 중,‘공정성, 객관성’에 대한 심의 결과를 현행보다 2배 강화해 반영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정부기구에 의한 심의는 축소, 검열은 철폐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편파 심의, 표적 심의 논란을 불러온 방심위의 심의 과정과 결과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여야 6대 3 구조인 현재의 방심위는 권력 비판 보도에는 과도한 제재를, 노골적인 권력 옹호 및 야권 비판 보도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거나 솜방망이 제재로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렇듯 편향된 심의 결과를 방송 평가에 2배 강화해 반영하겠다는 것은 방송의 ‘공정성, 객관성’ 제고보다는 방송사 내부의 검열과 통제를 강화해 방송의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 국민의 알권리 충족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통위가 오히려 방심위의 불공정하고 주관적인 ‘검열식 심의’를 보다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 (사진=미디어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13일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재허가와 재승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방통위 주장은 이번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며 “감점을 강화하는 것은 방송사 경영진 입장에서 게이트키핑 강화 명분이 되고, 언론인의 ‘위축효과’는 커질 수밖에 없다. 방통위의 방송평가 규칙 개정은 공정성을 개선하는 효과보다 언론의 자유를 위축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처장은 “방송사 내부에서 공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사가 스스로 제작자율성을 확대하고 노사동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보도위원회를 강화하고, 시청자의 참여를 강화하면 방통위는 이런 제도 개선과 실적에 ‘가점’을 주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또한 “방통위는 규칙 개정 논의보다는, 각 방송사들이 종사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운영하고 있는지, 방송사 내부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지, 시청자 의견과 참여가 보장되어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실태 점검과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지난 2일 한국정치평론학회가 <방송 공정성과 방송 규제>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방통위의 방송평가 규칙 개정은 지금도 불공정한 공론장의 불공정성을 2배로 부추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지상파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방통심의위 등의 제재가 지상파의 위축효과를 일으켰다. 이런 와중에 종편만 보수편향적인 목소리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공론장은 불균형적이다. 이념과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방송의 공정성‧객관성을 심의해 감점을 2배로 반영하겠다는 것은 불공정성을 2배로 부추기겠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총선이 있는 2016년부터 적용하는 새로운 방송평가 규칙으로 지상파는 2배로 침묵하고, 종편은 2배로 불공정한 방송이 된다는 이야기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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