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전쟁에 꼭 가야 하느냐며 잡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국익’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기어코 떠났던 그들이 드디어 돌아온다.

과연 우리가 이라크 파병으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우리는 또 국익을 위해 파병을 해야 할까? 그런데 ‘국익’이란 무엇일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최근의 언론보도로는 그 답을 알기 힘들다. 자이툰 부대의 전원 철수 소식 외에 파병 보도 자체를 찾기 힘들 뿐더러 그나마도 일방적인 ‘칭송’ 뿐이다. 군인에 의해 동선이 제한된 현지 취재는 자이툰 부대의 긍정적인 면만을 그리기 일쑤고, 파병의 실익을 꼼꼼하게 따져본 기사는 드물다.

▲ 중앙일보 12월 2일자 8면
특히 보수신문 가운데 중앙일보는 12월 2일자 사설에서 자이툰 부대를 ‘해외 파병의 모범사례’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같은날 8면 ‘자이툰부대 “마알 살라마, 아르빌”’에서 자이툰부대가 현지인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치안 안정과 의료진료·기술교육 등 활동으로 이라크는 물론 다국적군사령부(MNF-I)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르바니(민병대)와 경찰들에 사격술과 테러 진압술·태권도를 가르쳤다. 또 검문소와 경계초소를 짓는 데 필요한 물자와 장비도 지원해 치안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줬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기술교육 과정을 열어 현지인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도 끌었다. 여성 중장비 기사를 배출해 이슬람 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자이툰 부대가 개설한 병원은 현지 주민들로부터 ‘신이 내린 또 하나의 선물’이란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칭송’은 다른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마다 연말이면 추진되는 파병 연장 동의안과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을 뿐 자이툰 부대의 실상을 알리려는 심층 보도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나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각각 2005년과 2004년 파병의 손익을 살펴보았으나, 파병 찬성측에서 제기해왔던 추상적인 ‘국익 제고’ 주장의 연장선에 불과했으며 ‘손’에 대해선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2005년 8월 3일 ‘자이툰부대 이라크파병 1년… ‘평화의 KOREA’ 이미지 높여’에서 자이툰 부대의 성과에 대해 △대민 지원활동을 통한 한국의 이미지 제고 △베트남전 이후 최대규모의 파병 통해 실전 경험 축적 △한미 연합작전 능력 제고 등을 꼽았으며, ‘현지 저항세력의 테러위협 고조’만을 남은 숙제로 꼽았다.

조선일보도 2004년 12월 15일 ‘[2004 대차대조표] 이라크파병’에서 “미국측이 한국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5년 말까지 1만2500여명에 달하는 주한미군 감축을 강행하려다 2008년까지 감축 시한을 늦추기로 입장을 바꾼 데엔 이라크 추가파병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현 정부 출범 후 크게 악화됐던 한미 관계를 다소나마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잃은 것에 대해선 “파병결정 과정에서 찬반 양론이 맞서 극심한 국론 분열이 초래됐다”고 언급하는 선에서 그쳤다.

▲ 한겨레 12월 11일자 1면
이들 신문은 사설에서 파병 찬성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2004년 11월 28일 사설 ‘자이툰부대 연장 갈등 최소화해야’에서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명분 없는 전쟁에 우리 젊은이가 희생되도록 할 수 없다’는 예전 논리를 들고 나오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귀국시킨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어렵게 봉합된 한미동맹 관계가 다시 불편해짐으로써 6자회담 등 북핵 문제 해결에 끼칠 악영향도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2004년 12월 8일 사설 ‘대통령 자이툰부대 방문 잘했다’에서 “자이툰부대는 이라크의 평화를 지키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본국(本國)을 지켜주는 일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파병한 것도 한국의 안보를 뒤받쳐주는 한·미(韓美)동맹의 유지와 강화를 위해서였던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군은 이라크에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전의 타당성 여부를 논란으로 삼기보다는 향후 이라크의 안정, 자유와 민주주의의 구축 등을 위한 효과적인 해법에 보다 치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올바른 현실인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대로 이라크 파병으로 인해 한미동맹이 공고해지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제고됐을까? 그렇다면, 왜 미국과 동맹을 맺은 다른 나라들은 다 철군을 한 것일까. 우리는 북핵 문제에서 무슨 보답을 받았던가? 오히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명분없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동참한 나라’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진 것은 아닌가. 아프간 피랍사태와 김선일씨 살해 사건이 파병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었던 것이 그 근거다.

과연 파병의 진실은 무엇일까. 4년 전 파병을 놓고 떠들썩했던 그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모든 것이 마무리된 지금, 추상적인 국익을 부르짖으며 파병을 찬성해온 언론들은 ‘국익’의 실체를 따져보아야 하지 않나. 앞으로 미국으로부터 아프간 파병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은 우리로서는 ‘칭송보도’보다 이같은 보도가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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