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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3회- 극단적으로 다른, 성동일과 김성균 이야기가 감동인 이유[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5.11.14 14:17

쌍문동 골목에 사는 이웃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웃이 어울려 산다는 것에 대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감성을 다시 깨워준다는 점에서 참 반갑다. 옆집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층간 소음으로 살인까지 일어나는 현재와는 너무 다른 과거의 이야기는 그렇게 풍성한 감성으로 다가온다.

성동일과 김성균 두 남자 이야기;
성덕선의 첫사랑 그리고 극단적으로 다른 두 남자가 보여준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을 남긴 탈주범이 사회적 이슈였던 1988년 10월. 한집에 사는 두 가장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복권 당첨으로 갑자기 부자가 된 김성균과 보증을 잘못서 갑자기 망해 그 집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성동일이 바로 그들이다.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왔던 김성균은 쌍문동 그 골목 최고 부자가 되었지만 사는 방식은 여전하다. 돈 한 푼에 벌벌 떨고 늘어진 런닝에 낡은 점퍼로 살아가는 성균은 그런 남자다. 은행원인 성동일은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한순간에 가난한 존재가 되었다.

보증을 잘못 선 후에도 그의 삶의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가난하고 힘든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동일은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할머니들의 물건을 사오는 것이 일상이다. 감자와 채소도 모자라 필요도 없는 태교 음악 테이프까지 성동일의 구매 내역은 다양하기만 하다. 넘치는 돈이 있으면서도 귤을 다섯 개 사오는 성균과는 극과 극이다.

철없는 두 남자를 둔 부인들의 고민은 서로 다르지만 같다. 한 남자는 너무 궁색해서 문제고, 다른 남자는 너무 헤퍼서 문제다. 한집에 극과 극의 두 남자가 사는 그 집의 풍경은 재미있기만 하다. 너무 다른 그래서 더 닮아 있는 두 남자의 이야기는 감동이니 말이다.

   
▲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두 남자의 이야기 못지않게 흥미를 이끈 덕선이의 첫사랑과 수학여행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피켓 걸로 열심히 준비하던 덕선은 수학여행에서 장기자랑 때 보일 소방차의 춤에 빠져 있다. 하지만 몸치인 그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브라질 떡볶이 집에서 친구들의 한 마디에 덕선의 첫사랑은 시작되었다.

살뜰하게 챙기는 선우의 행동을 보고 그가 덕선이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한 친구들의 말에 덕선 역시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어울렸던 친구가 갑자기 이성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순간 그들에게도 사랑은 시작되었다. 친구들의 말 한 마디로 선우의 모든 행동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덕선의 모습에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았을 듯하다.

기차를 타고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는 여학생들의 모습 역시 그럴 듯하다. 팝송을 따라 부르는 여고생들이 쉬운 단어들에서만 목소리를 키우며 흥에 취해 있는 모습도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한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필름 카메라가 집안의 가보처럼 여겨지던 그 시절, 휴대용 카세트인 '마이마이'가 가지고 싶은 덕선의 장기자랑 집착은 큰 벽에 막히고 만다.

2개월이 넘게 준비했던 소방차 무대는 두 친구들이 쌍문고 장기자랑을 보기 위해 담을 넘다 모든 것이 무산되고 말았다. 팔 다리가 부러진 친구들로 인해 장기자랑은 무산되는 듯했지만 쌍문동 친구들의 도움으로 덕선은 그토록 원했던 '마이마이'를 얻게 되었다.

전혀 닮지 않은 친구들을 팔아 장기자랑 무대에 서게 만든 덕선. 여고생들을 열광시켰던 쌍문고 3인방의 소방차 무대는 그 시대를 가장 잘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여행이 특별한 일도 아니고 교통이 다양해지면서 수학여행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현재와 달리, 과거 수학여행은 손꼽아 기다려 온 특별한 일이었다.

선우가 자신을 좋아한다며 자기 이야기만 하면 무조건 장기자랑에 참석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덕선. 그런 덕선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몰래 빠져나온 3인방이 쌍문고 학주에게 쫓겨 도망치다, 정환과 함께 좁은 골목에 숨은 덕선은 첫사랑 못지않은 미묘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정환이 맡겨 둔 양주를 가게 앞에 그대로 두고 온 덕선. 그 양주로 인해 함께 도망치다 좁은 골목에서 서로 숨소리를 확인하는 과정은 그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저 막역한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덕선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정환의 모습은 이후 덕선의 평범한 손길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좁은 골목에서 딱 붙어 서로의 숨소리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 하던 정환과 덕선의 모습은 결국 <응답하라 시리즈>의 전통이 된 남편찾기의 큰 단서로 다가온다. 그 골목 사건 후 덕선은 마이마이에 취해 행복하게 잠이 들었지만,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정환의 모습에서 이들의 관계가 이후 어떻게 될지 궁금하게 한다. 서로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이후 어떤 관계로 확장될지 지켜보는 것도 <응답하라 1988>을 재미있게 보는 법일 것이다.

덕선을 둘러싼 선우와 정환의 이야기는 큰 재미로 다가왔지만 동일과 성균의 이야기는 뭉클함으로 다가왔다. 남 퍼주기에 여념이 없는 동일은 가족들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인이 없는 화장품을 쥐어짜고 있어도 남들의 고민만 커 보이던 동일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일을 경험하게 한다.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외쳤던 '반지하'방이 문제가 되었다. 아들이 '일일찻집'을 했다는 담임선생의 전화를 받고 학교를 찾은 동일은 살갑게 맞아주는 아들이 밉지 않다. 그런 아들에게 붕어빵을 사 먹이며 행복하기만 하던 동일은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아들 노을의 친구들이 "야 반지하"라고 부르는 모습 때문이었다. 자신은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지만 아들이 친구들에게 '반지하'라고 불리는 모습은 참을 수 없었다.

가족들의 아픔을 애써 외면한 채 살아왔던 동일은 아들의 별명이 되어버린 '반지하'라는 발언에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 스스로 달라지지 않으면 아들이 평생 반지하로 불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동일의 선택은 단순해질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엄청난 돈을 가지고서도 어떻게 써야 할 줄 모르는 성균은 그런 남자다. 3년 전만 해도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함께 살아야했던 어려웠던 성균에게 현재의 삶은 낯설기만 하다. 여전히 덕후질에 여념이 없는 큰아들 정봉이 당시 취미가 복권 모으기였다. 한 달에 한 장을 산다는 정봉에게 타박하던 미란은 복권 당첨이 되는 순간 모두를 껴안고 우는 모습은 웃프게 다가왔다.

   
▲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아들의 취미가 자신의 인생을 180도 바꿔 놓았는데 돈을 펑펑 쓸 수는 없었다. 철가방 배달을 하던 자신이 전자제품 대리점을 하면서 큰돈을 벌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에는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궁색하기만 한 남편이 항상 걸렸던 미란은 거금을 주며 메이커 점퍼를 사 입으라하지만 짝퉁 점퍼를 사온 남편의 모습에 답답함은 더욱 커진다.

그렇게 남편을 타박하던 미란은 과거 힘들게 살던 시절 성균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던 친구 이야기를 한다. 어려운 자신의 집에 손님이 찾아온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하던 그때, 그렇게 술을 마시고 돌아가던 친구가 아이들 맛있는 것이라도 사주라며 건넨 5만원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루 벌어 사는 그 친구가 건넨 그 돈은 미란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복권 당첨 후 그저 돈이나 달라는 이상한 친구들이 아닌 그 친구 같은 사람이나 만나라는 미란의 말에 "가가 가다"라는 성균의 한 마디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생색내지 않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고민하는 그들의 우정은 그렇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위해주는 것이 전부다. 미란이 일화에게 슬쩍 옥수수 밑에 돈을 담아 건네듯 말이다.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왔던 미란이 서툰 글씨로 써 내려간 그 글 속에 그녀들만의 우정이 가득 담겨 있듯, 짝퉁 옷을 15만원이나 주고 사온 성균의 마음도 동일하니 말이다.

탈주범이 남긴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그저 허튼 소리처럼 취급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발언은 명언으로 남겨진다. 돈이 있으면 모든 것은 무죄가 되고 돈이 없는 것 자체가 죄가 되어버린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모두가 돈 앞에 죄인이 된 세상에서 <응답하라 1988>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은 때로는 그렇게 아프게 다가올 때도 있다. 채워질 수 없는 그 간절함은 그래서 더욱 지독함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덕선과 정환이 느끼기 시작한 첫사랑의 풋풋함도, 동일과 성균이 느끼는 가장의 무게와 우정에 대한 이야기도 이제는 낯선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세상이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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