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마술사 이은결은 박근혜 정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풍자 한 것일까? 인터넷생방송에서 선보인 이은결의 마술 장면이 MBC 본방송에서 삭제된 채 방영되면서 MBC <마리텔>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새정치민주연합은 “(MBC가)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MBC는 곧이어 <‘아니면 말고 식’ 정치공세로 문화방송의 편집, 편성권을 침해하지 말라> 보도자료를 통해 “편성권 침해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제목부터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날선 공격이 느껴진다.

MBC, <마리텔> 역사교과서 국정화 풍자에 유독 ‘민감한 반응’

발단이 된 MBC <마리텔> 인터넷생방송에서 선보인 이은결 마술은 다음과 같다. 이은결은 지난달 25일 영국 역사학자 케이스 젠킨스가 쓴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를 마술 도구로 들고 나왔다. 이 과정에서 이은결은 “여기 책이 한 권 있다”며 책 제목이 잘 보이도록 연출했다. 그리고 마술은 보조자(어메이징덕으로 분한)가 책 한 페이지를 먹어버렸다는 설정에서 시작됐다. 이은결은 ‘어메이징덕’을 향해 “배고프다고 책을 먹으면 어떡해. (책을)바꾸고 그러면 안 된단 말이야. 뱉어!”라고 말한다. 생방송을 지켜본 이들은 이은결 마술이 ‘역사를 함부로 바꾸면 안된다’라는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풍자한 것이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책 제목 또한 의미심장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지난 5일 MBC <마리텔> 본방에서 해당 장면이 편집됐다. MBC의 ‘고의삭제’ 의혹이 제기된 까닭이다. (▷관련기사 : MBC ‘마리텔’, 이은결 마술 삭제는 교과서 때문?)(MBC, 이은결 국정교과서 풍자 불방 논란에 “제작진의 판단 때문”)

▲ MBC '마리텔' 생방송 캡처
이를 두고 새정치민주연합과 MBC의 공방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MBC가 ‘알려드립니다’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아니면 말고 식’ 정치공세로 문화방송의 편집, 편성권을 침해하지 말라>(▷링크)는 읽을수록 흥미롭다. 무엇보다 그 속에서 모순이 담겨 있다는 점이 그렇다. MBC는 논란이 된 이은결 마술과 관련해 “책의 페이지를 알아맞히는 것(마술)”이라면서 “보는 사람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하고 즐길 수 있는 장면이었다. 유독 ‘국정교과서 풍자’로만 해석돼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영상”이라고 강조했다. MBC가 ‘전혀’라는 부사까지 붙인 것이 눈에 띈다. MBC의 입장에서 기억해야할 부분은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이다.

MBC는 해당 입장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논평에 대해 “공당(公堂)의 공식 논평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논리적 비약과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공세를 서슴지 않았다”며 “해당 영상이 본방송에서 삭제된 것은 상대적으로 재미있는 장면을 찾고 예능프로그램에 더 부합한 장면을 살려서 편집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명료한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은)5시간 동안의 인터넷 생방송을 녹화해 방송 가능한 분량으로 줄여서 편집해야 하는 제작 절차를 이해하지 못한 채 비난을 위한 비난, 방송 전문영역의 특수성에 대한 몰이해를 기초한 부당한 정치적 논평(을 발표했다)”고 맹비난했다. 여기에서 MBC가 간과한 점이 있다. ‘고의삭제’ 의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닌 이은결의 인터넷 생방송을 지켜본 MBC <마리텔> 애청자들이 제기했다는 점이다. 스포츠지가 그 같은 의혹을 보도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논평은 그 후에 나왔다. 그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교과서 풍자로 이은결의 마술이 편집된 것이라면”이라고 전제를 붙이기도 했다.

MBC는 <마리텔> 등 예능에 대해 “보는 사람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하고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같은 글에서 MBC는 동시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로 해석한 것에 대해 “논리적 비약”이며 “정치적 공세”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마리텔> 애청자들을 “제작 절차를 이해하지 못한 채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는 것이며, 방송 전문영역의 특수성에 대한 몰이해를 기초한 부당한 정치적 해석”이라고 몰아붙이는 것과 같은 말이 되는 게 아닌가. MBC는 처음 애청자들 중심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면 끝났을 지도 모를 일이다. MBC가 발표한 글에서 이를 찾아보면 ‘더 재밌는 장면을 선택한 것일 뿐 상부의 어떤 압력은 없었다’ 정도가 됐을 것 같다. 그렇지만 MBC는 무리(?)하게 새정치민주연합의 논평에 대한 비난을 위한 비난에 나서면서 자사 프로그램 애청자들의 자유로운 해석까지 비판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분명히 해야할 점이 있다. MBC <마리텔> ‘고의삭제’ 의혹이 제기된 원인은 MBC에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MBC 뉴스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정부에 대한 감시 및 비판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자는 비판이 높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모니터에 따르면, JTBC가 72.5건의 관련 리포트를 내보내는 동안 MBC는 단 18건의 리포트만 배치했다. 민언련은 또한 “정부와 여당 입장 받아쓰기는 MBC가 38.9%로 가장 높았다”면서 “MBC를 비롯한 지상파는 국정화 사태에 받아쓰기 보도로 일관하며 귀를 막고 있다. 절망적인 한국 사회의 언론 지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꼬집기도 했다. (▷관련기사 : JTBC, ‘국정화’ 검증 72.5건하는 동안 MBC는 18건 ‘받아쓰기’)

이명박 정부 이후, ‘불공정’ 논란에 시달려왔던 MBC다. 그동안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및 ‘남북 경협 파탄 그 후’, ‘한강 르네상스 사업’, ‘한미FTA 아이템’ 등 논란, △<후플러스>, <김혜수의 W> 폐지, △<MBC스페셜>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 편 불방, △<시사매거진2580> ‘국정원에 무슨 일이’ 불방 등(이외의 다수의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MBC <마리텔> 이은결 마술 편집 부분 또한 정부의 눈치보기라는 의심을 살 수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네티즌들은 MBC <마리텔> 이은결 마술 삭제 부분이 경영진의 압력이었거나 혹은 사내 분위기에 따른 제작진들의 위축효과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MBC의 해명대로 순수하게 제작진의 선택한 편집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MBC ‘알려드립니다’의 공격적 태도가 향하는 곳들의 공통점

MBC의 ‘알려드립니다’가 특정 단체들에 대한 ‘공격성향’을 띈다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상은 국회 내 야당(및 국회의원들)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 전원구조’ 오보를 MBC가 처음으로 냈다고 주장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에 대해 MBC는 “악의적”이라고 몰아붙였다. 지난해 8월,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야당의원들이 MBC를 찾았지만 빈손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MBC <뉴스데스크>는 “얼마 전에 야당 측이 세월호 국정조사에 쓰겠다며 MBC 임직원의 1년 전 휴대전화 내역까지 요구해서 파문이 일지 않았습니까?”라며 “그런데 이번엔 야당의원들이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현장조사를 하겠다며 절차를 거치지 않고 MBC를 찾아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해 그야말로 “악의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링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최근 ‘직종폐지’와 관련해 MBC본부에서 소송을 제기하자 사측은 “‘구태에 빠져 미래를 팔아먹는 행위’에 비견된다”, “이기적이고 소아병적인 행태”이라는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 공격했다. MBC본부 내 민실위와 민실위보고서에 대해서도 MBC는 “‘왜곡조작실천위원회’의 ‘밀실보고서’라는 이름이 더 적합할 것 같다”고 폄훼했다. MBC본부와 벌이고 있는 각종 소송 전에 대한 사측의 입장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뿐만이 아니다. MBC는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및 미디어비평지들에 대한 소송 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신세 또한 다르지 않다. MBC가 방문진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무시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장조차도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 사건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렇듯 국회와 노동조합, 시민사회, 방문진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공영방송 MBC에 대한 감시자라는 점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선출된 이들로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MBC 또한 공영방송으로서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를 통해 국회의 감독을 받고 있다. 특히,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관기관에 ‘방송문화진흥회’와 ‘문화방송(MBC)’이 적시돼 있기도 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논평은 그런 점에서 MBC <마리텔>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대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관련 의혹들이 고개를 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MBC에서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그런 측면으로 보면 MBC의 공격적인 입장발표야 말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문제를 삼고자 한다면 ‘국민의 대표 기관 국회의 역할을 폄훼하지 말라’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노동조합 또한 MBC의 공정방송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성원들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MBC를 어디에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겠는가’라는 푸념이 쏟아지는 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마리텔> 이은결 마술 장면 편집에 대한 MBC 공식 입장은 우려스러운 바가 크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라고 하는 시청자들의 해석마저 차단하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기에는 ‘이제 국민·시청자의 감시까지 받지 않겠다는 말인가’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MBC 예능 <마리텔>에서 마술사 이은결은 박근혜 정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풍자 한 것일까? 답은 간명하다. 이은결 마술사가 가타부타 이야기를 하기 전까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해석은 누구에게나 열려져 있어야 한다. MBC는 해당 입장문에서 분명히 “보는 사람에 따라 자유롭게 해석하고 즐길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MBC는 스스로 뱉은 말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국민들의 자유로운 해석과 감시·비판을 차단하지 말아야 한다. 그 첫번째 해야할 일은 ‘일단 공격하고 보자 식’의 알려드립니다라는 문서 형식부터 바꿔야할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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