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기자협회(협회장 이병도)가 오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고대영 KBS 사장 후보를 검증한 자료집을 13일 KBS 사내게시판에 공개했다. KBS기자협회는 “최초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고대영 후보가 공영방송을 이끌 사장 적임자인지 여부를 꼼꼼하게 검증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며 자료집 발간 취지를 설명했다.

자료집은 △편파보도 논란 △조직운영 파행 등 자질 논란 △기자협회 불신임 투표 △도청 의혹 사건 정리 등 크게 4꼭지로 구성돼 있다. KBS기자협회는 자료집에서 “고대영 후보는 KBS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하며 끊임없이 편파보도 논란에 시달렸다. 동시에 KBS뉴스는 과거로 퇴행했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KBS 기자들이 고대영 후보의 리더십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라는 평가를 남겼다. 미디어스는 이 중 고대영 후보가 보도국장(2009년 1월~2010년 2월), 보도본부장(2011년 1월~2012년 2월)을 맡았을 때 KBS에서 벌어진 ‘편파보도 논란’을 정리해 보았다.

◇ 보도국장 시절 : 노무현 서거 축소 보도, 천성관·정운찬 검증 보도 논란

고대영 후보가 보도국장을 맡았던 2009년에는 굵직한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한 예로 들 수 있다. 직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 사회적 충격은 컸고, 애도와 추모 물결도 대단했다. KBS기자협회는 고대영 보도국장 체제의 가장 대표적인 편파보도 논란으로, ‘노무현 서거’를 꼽았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튿날이었던 2009년 5월 24일, 시민들의 추모 분위기를 앞에 배치한 MBC, SBS와 달리 KBS <뉴스9>는 시민들의 조문 행렬을 15번째에, 봉하마을 상황을 10번째에 보도했다.

당시 KBS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일(2009년 5월 23일)과 다음날(5월 24일), 관련뉴스의 방송시간을 조사한 결과, KBS가 904분, MBC가 824분, SBS가 643분으로 KBS가 가장 (방송시간이) 많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KBS기자협회는 KBS뉴스가 노무현 서거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 추모 분위기를 축소 전달했다고 보았다.

서거 이틀째였던 2009년 5월 24일, 타 방송사에서 오전 5시 30분부터 특보에 돌입한 반면 KBS뉴스는 오전 6시에 10분짜리 정규뉴스를 한 후 오후에서야 특보를 내보낸 점이나, 메인뉴스 <뉴스9>에서도 톱뉴스부터 5번째까지 장례 절차에 대한 내용으로 채운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됐다. 봉하마을과 서울시내 추모 분위기를 10번째, 15번째로 비교적 뒤에 배치한 <뉴스9>와 달리 MBC <뉴스데스크>는 톱뉴스부터, SBS <8뉴스>는 5번째부터 추모 분위기를 전했다.

다음날 보도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서거 셋째날, <뉴스9>는 정부 분향소를 찾은 정치인과 고위 관료 소식을 톱뉴스로 전했고 추모 열기가 집중됐던 시민 분향소 소식은 외면했다. 입관식 내용은 2~3번째에 배치됐으나, 분향소를 통제한 경찰을 비판하는 아이템은 밤 특집뉴스 2부 말미(끝에서 3번째)에야 등장했다.

▲ 고대영 보도국장이 하루 늦춰 방송할 것을 지시했던 천성관 전 검찰청장 후보자 위증 의혹 보도(2009년 7월 14일자)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특종을 ‘김빠지게’ 한 것도 ‘고대영 체제’의 주요 편파보도 사례로 꼽혔다. 2009년 7월 13일 KBS뉴스 법조팀은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증을 했다는 사실을 취재했다. 천성관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스폰서로 지목되는 박경재 씨와 해외여행에 간 일이 없다고 했으나, KBS 취재진이 2008년 설 연휴에 박씨와 일본여행을 하면서 본인 신용카드로 항공료를 결제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고대영 보도국장은 최종 리포트까지 완성된 상황에서 “취재원이 누구냐고 데스크에게 물었지만 민간기업의 일반인이라는 대답 외에는 구체적인 것이 없었고, 영수증도 말일 뿐, 본 기자가 아무도 없어 리포트를 내보낼 수 없었다”며 방송을 누락시켰다. 한마디로 취재가 덜 됐다는 이유였다.

다음날(7월 14일) 2TV <뉴스타임>에서 <천성관 후보자, 청문회 위증 의혹>으로 보도됐으나 방송 직후 천성관 내정자가 자진사퇴해 파괴력이 떨어졌다. <뉴스9>에서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사의’ 표명> 리포트 다음에 나가 ‘뒷북’이 됐다. KBS기자협회는 ‘청문회 위증’이라는 본질과 크게 상관없는 일부 팩트(개인카드가 법인카드로, 결제내역이 3명 분에서 4명 분으로 바뀐 것)를 이유로 당일 방송을 누락시킨 점을 지적했다. 기자협회와 노조가 책임을 추궁하자, 고대영 보도국장은 ‘부덕의 소치’라며 사내게시판에 사과글을 올렸다.

같은 해 9월 8일 정운찬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도 축소 보도됐다. KBS 탐사보도팀은 정운찬 후보자가 논문을 이중게재한 사실을 단독보도했으나, 같은 논문을 학술대회 세 곳에서 발표하는 등 이중게재 사실을 2건 더 취재한 후속보도는 <뉴스9> 아이템으로 잡히지 못했다. 탐사보도팀의 끈질긴 설득 끝에 방송이 나가긴 했으나 지역뉴스 시간인 뒷부분(23번째)에 배치됐다. 9월 13일에는 정운찬 후보자가 회장까지 했던 학회의 논문 투고 규정을 어긴 사실이 KBS 취재로 드러나 <뉴스9> 헤드라인과 예고에까지 실렸으나 큐시트에서 삭제된 후 22초 단신 처리됐다.

김인규 사장 임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KBS뉴스에서 나가지 못했다. ‘신임 사장은 정상적인 법절차에 따라 선임됐기 때문에 노조 등 정치적 의도를 갖고 반대하는 일부의 움직임은 기사화하지 말라’는 것이 고대영 보도국장의 주문이었다.

▲ KBS 취재진은 2009년 9월 8일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논문을 이중게재한 사실을 단독보도했으나 방송 리포트에서는 정운찬 후보자의 해명이 제목으로 뽑혔다.

◇ 보도본부장 시절 : 윤도현 내레이터 배제, 신재민 비리·MB 사저 축소보도

고대영 후보가 보도본부장을 맡았던 2011년에는 가수 윤도현이 KBS 시사 프로그램 내레이터로 섭외됐다가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사기획KBS10> 제작진은 국가인권위원회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당시 인권위 홍보대사였던 윤도현을 섭외했는데 사측이 ‘내레이터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며 출연을 무산시킨 것이었다. 윤도현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내레이터를 맡은 경험이 있어서 정치적 의도 때문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신재민 전 문체부 차관 축소보도 의혹 역시 고대영 보도본부장 체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2011년 9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신재민 전 문체부 차관에게 이국철 SLS 회장이 10년 가까이 수십억 원의 금품과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폭로됐으나 KBS는 당일 메인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다. MBC, SBS 메인뉴스에서는 해당 보도가 나갔고, 다음날 조간신문에서도 대부분 1면에 실었다. 이튿날인 9월 22일에도 KBS <뉴스9>는 MBC(6번째), SBS(5번째)와 달리 이 소식을 후반부(20번째)에 배치했다.

2011년 10월 이명박 대통령 아들인 이시형 씨와 청와대가 구입한 내곡동 사저와 관련해 청와대 배임 의혹 및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나왔을 때에도 KBS 보도국은 기민하거나 집요한 보도를 선보이지 못했다. KBS기자협회는 보도국 내에 TF를 구성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KBS의 ‘내곡동 사저 보도’는 청와대 해명과 정치권 공방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노조 공방위에서 보도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정치부장에게 경고하겠다고 해 사실상 책임을 피해갔다.

▲ 2010년 3월 22일자 KBS <뉴스광장> 뉴스해설

이밖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을 감싸는 듯한 보도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0년 3월은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독도 문제와 관련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라고 말했다는 요미우리 신문 보도가 파문을 일으켰던 때였다. 당시 고대영 해설위원실장은 2010년 3월 22일 <뉴스광장>에서 <불필요한 독도 논란>이라는 뉴스해설을 했다.

고대영 실장은 “상식으로 판단하면 쉽게 결론이 도출될 사안입니다. 이런 일을 놓고 논쟁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국민감정에 편승해 선거에서 이득이나 보려는 의도가 있다면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독도 문제만큼은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KBS기자협회는 “문제 발언의 진위를 밝혀야 하는 언론의 사명은 외면한 해설을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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