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공정택 교육감)으로부터 6명의 교사와 함께 파면·해임된 초등학교 교사 최혜원씨가 아고라에 편지글을 올렸다. 많은 시민들이 파면·해임 처분은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하는 등 최 교사를 격려하는 댓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디어스>와 통화에서도 최 교사는 자신이 올린 글에 관심을 가져준 사람들에게 심경을 전했다.

최 교사는 글에서 “징계 통보를 받을 방학 전까지는 아마, 학교에 나갈 수 있겠지만… 방학을 하고 난 2월, 그리고 아이들 졸업식에는 함께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잠도 오지 않는 이 밤에 마지막 편지를 썼어요”라고 한 뒤 “아이가 뉴스를 보고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어엉 하며 전화기를 붙들고 큰 소리로 울어버리더라구요… ‘그래, 난 당당해’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아’ 하고 억지로 참았던 울음이, 그 아이 울음소리에 그만 터져나오고 말았어요”라고 편지를 쓰게 된 사연을 밝혔다.

▲ 11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파면·해임된 전교조 교사와 조합원들이 징계 철회와 공정택 교육감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화연대
‘어머님들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그러게 조용히 살지… 왜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요?”라고 자문한 뒤 “이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 싶었어요. 학원에 찌들어 나보다 더 바쁜 아이들에게, 시험 점수 잘못 나올까 늘 작아지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우리 서로 짓밟고 경쟁하지 말자고 우리에게도 당당히 자기 의견 말할 권리가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요”라며 학부모에게 일제고사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리는 편지를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졸업식 앞두고 이 아이들 앞에서 하얀 장갑을 끼고 졸업장을 주는 것은 저였으면 했는데…”라며 서러움과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편지 말미에서는 “적어도 더러운 시대 앞에 굴하지 않은 가슴 뜨거운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렇게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글을 마쳤다.

이 편지는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8만여명이 읽고 3천개가 훨씬 넘는 댓글과 100여개의 답글이 달리는 등 인터넷에서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초등생을 수십여대 때린 교사, 기간제 여교사나 학생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들… 파면·해임 당하는 거 본 적 없다”며 지나친 징계수위를 비판하는 의견이 많았다.

11일자 <한겨레>는 “시교육청은 지난 3월, 3년 동안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아 가족까지 동반해 공짜로 외국여행을 다녀온 고교 교사 22명에게 경징계를, 교장·교감에겐 징계가 아닌 ‘경고’ 처분만 내렸다”며 “또 지난해 5월에는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2천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초등학교 교사에게 ‘3개월 정직’ 처분만 내린 바 있다”고 보도했다.

최혜원 교사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본인 확인을 해 주었다. 댓글을 통해 많은 관심을 가져준 많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탁했다.

최 교사는 “나 말고도 6명의 사람이 같은 처지에 있습니다. 아플 때 아프다고 소리질러야만 아픈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모를 겁니다. 이런 심정으로 글을 쓰게 되었고, 사람들이 이렇게 큰 반응을 보여 주실지 몰랐습니다”며 “저(전교조) 말고 다른 비상식적인 처우에 놓여있는 억울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도 관심 가져줬으면 합니다. 댓글을 학교 아이들이 계속해서 지켜보며 울다 웃다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며 심경을 밝혔다.

오늘 등록된 “서울시교육청에 바랍니다. 일제고사 거부한 교사 7명의 파면·해임을 철회하세요”라는 아고라 청원에는 현재 3400여명이 서명을 했으며, 빠른 속도로 서명자가 늘고 있다.

아래는 최혜원 교사가 아고라에 올린 편지글이다.

현직교사입니다. 해임을 앞둔 마지막 글…

내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조퇴를 쓰고,
한 시에 있을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시 교육청으로 가야해요.

징계 통보를 받을 방학 전까지는 아마,
학교에 나갈 수 있겠지만...
방학을 하고 난 2월, 그리고 아이들 졸업식에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잠도 오지 않는 이 밤에 마지막 편지를 썼어요.

쓰면서, 울면서,
그렇게 편지를 다 쓰고,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습니다.

아이가 뉴스를 보고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어엉 하며 전화기를 붙들고 큰 소리로 울어버리더라구요...
'그래, 난 당당해.'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아.'
하고 억지로 참았던 울음이,
그 아이 울음소리에 그만 터져나오고 말았어요.

"선생님 우리 그럼 헤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졸업해도 나는 선생님 찾아갈려고 했는데...
그래서 중학교 가서 교복 입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아,
어찌해야 하나요...
내일 학교에 가서 아이들 얼굴을 어찌 봐야 할까요...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

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어머님들께 드리기 위해 쓴 마지막 편지 올려봅니다...

어머님들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

처음 아이들을 만나던 날이 생각납니다.
혹시나 첫날 만났는데 교실이 어지러울까
전날 아이들 만날 교실에서 정성껏 청소를 하고
꿈에 부풀어, 가슴 설레이며, 아이들 책상 위에 꽃을 올려두었지요.
음악을 틀고, 추운 몸을 덥혀주려고 정성껏 물을 끓여두었습니다.
하나, 둘, 자리를 채운 반짝이는 눈동자들을 앞에 두고
저는 ‘인연’에 대해 이야기 들려주었어요.
너무나 소중한 인연이라고, 억 겁의 인연이라고...

그렇게, 처음 만났고,
이 좁은 교실에서 일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먹고, 뒹굴고, 한 몸 같이 지내던 시간.
그 시간들을 뒤로 하고
이제 눈물로 헤어져야만 하게 되었음을 전하는 지금 제 마음을
차마 이 몇 글자 속에 담아낼 수가 없네요...

어제 오후, 저는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해임’ 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교직에 처음 발 디딘 지 이제 3년.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만약 신이 계시다면, 내게 이 직업을 주셨음에
하루하루 감사하던 나날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서 이제 서울시 교육청이,
제 아이들을 빼앗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해임의 이유는,
성실의무 위반, 명령 불복종이랍니다...
제가 너무 이 시대를 우습게 보았나 봅니다.
적어도 상식은 살아있는 곳이라고, 그렇게 믿고싶었는데...
옳지 못한 것에는 굴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이를 앙 다물고 버텼는데...
시대에 배신당한 이 마음이 너무나 사무치게 저려옵니다.

‘그러게 조용히 살지...’
왜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요?
이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 싶었어요.
학원에 찌들어 나보다 더 바쁜 아이들에게,
시험 점수 잘못 나올까 늘 작아지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우리 서로 짓밟고 경쟁하지 말자고
우리에게도 당당히 자기 의견 말할 권리가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후회하느냐구요...?
아니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양심있는 사람들이 살기엔 너무나도
잔인하고 폭력적이었음을 새삼 깨달으며,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명령에 복종하며 바닥을 기기보다는
교육자로서 당당하게, 양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럼에도 다시 후회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이 폭력의 시대를 알아보지 못하고
조용히, 입 다물고 살지 못하고
이렇게 무력하게 아이들을 빼앗기는 이 모습이
가슴이 터지도록 후회스럽습니다.

울고, 웃고, 화내고, 떠들고, 뒹굴며
늘 함께했던
아이들만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던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저 먹먹한 가슴 부여잡고 눈물을 삼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이들 서른 둘 얼굴이 하나하나 눈 앞을 스쳐 지나가
눈물이 쏟아져 화면이 뿌옇습니다...
이렇게 아끼는 내 자식들을 두고
내가 이곳을 어떻게 떠나야 할까...
졸업식 앞두고 이 아이들 앞에서
하얀 장갑을 끼고 졸업장을 주는 것은
저였으면 했는데...
문집 만들자고, 마무리 잔치 하자고,
하루종일 뛰어 놀자고,
그렇게 아이들과 약속했는데...

죄송합니다.
이렇게 떠나야만 하는 마음,
꼭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더러운 시대 앞에
굴하지 않은 가슴 뜨거운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렇게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한울미르반 담임 최혜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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