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은 “사법부에 김일성 장학생 있어”, “노무현은 변형된 공산주의자”, “국사학자 90%가 좌편향”, “박정희·김문수·이재오는 전향한 공산주의자” 등의 ‘이념편향’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공영방송 MBC 관리감독 기관의 수장으로서 적절한 발언이 아니라는 점에서 야당 추천 이사 3인(유기철·이완기·유기철)에 의해 <이사장 불신임 결의건>이 제출된 바 있다.

5일 오후2시 방문진 이사들은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 논의를 위해 모였다. 해당 안건과 관련해 여야 추천 이사들은 논의과정에서 사소한 부분들까지 입장을 달리하며 충돌했다. 이후 정부여당 추천 6대 야당 추천 3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표결’이 진행됐고 결과는 예상대로 부결됐다.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은 안건 부결과 동시에 기자실에 <불신임안 부결 처리한 다수이사의 기본 의견>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배포했다. 이미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반대 입장이 정해져 있었던 걸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이날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에 대한 방문진 논의 과정을 되짚어보자.

#1. 여당 추천 이사의 도발 “불신임안 취소하던지, 부결되면 거취를 밝히던지”

여당 추천 이사, “부결된다면 방문진 이사로서의 거취를 묻고 싶다”
야당 추천 이사, “정치적 배경이 다르다고 해서 악의를 전제할 필요가 없다”

방문진은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 이전부터 술렁였다. 정부여당 추천 이인철 이사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에 승복해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표결에 의미가 없다. 언론을 보니 ‘(야당 추천 이사들이)고영주 이사장을 이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일체 회의를 거부하겠다’고 했던데, 부결된다면 이사들로서의 거취를 묻고 싶다”고 말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이인철 이사는 “거취표명을 안하겠다면 ‘이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취소해라. 무례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표결을 할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며 “미래를 예단해서 약속을 하라는 것은 오만방자하다. (이사들의)표현의 자유와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발언”이라고 말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또 다른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불신임을 결의하게 된 것은 국정감사 때 고영주 이사장 발언이 국민감정에 배치돼 공영방송 관리감독 기관장의 역할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인철 이사는 “(야당 추천 이사들이)고영주 이사장에게 향후, 거취를 물었기 때문에 나도 물어보는 것”이라면서 “왜 본인들은 남에게 묻고 왜 자신들은 이야기를 안 하나. 그러면, 고영주 이사장에게 거취를 밝히라는 말을 하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극단적 이념편향’으로 사회적 논란이 됐던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거취표명과 안건 부결에 대한 야당 이사들의 거취표명을 무리하게 연결한 것이다.

이에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충정은 이해하나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유감스럽다”며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저희도 방문진 이사회 일원으로서 좋은 쪽으로 공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건으로 상정됐고 의결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무시할 정도로 경우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안건 하나하나에 다른 정치적 배경으로 악의를 전제할 필요가 없다. 서로 신뢰하는 속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된다면 그것은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니 그런 발언은 삼가라”라고 응수했다.

#2.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 다루는 회의 주재한 고영주 이사장?

야당 추천 이사, “본인에 대한 불신임 안건 회의 주재 모양 좀 그렇지 않나”
고영주 이사장, “객관적으로 진행하겠다”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안건이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이었지만 회의 주재를 그대로 고영주 이사장이 진행한 것이다. 최강욱 이사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사장 본인에 대한 불신임 안건인데 회의를 본인이 주재하는 것은 모양이 좀 그렇지 않느냐, 잠깐 양보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재판에서도 ‘기피’가 있지 않느냐”고 제기했다.

하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은 “(고영주 이사장은)사회자로서 지장(회의를 주재하는 것)이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고영주 이사장 또한 “제가 결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만 보는 것”이라며 “불신임 안건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진행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말을 해달라”고 회의를 그대로 진행했다. ‘이사장 해임안 논의하는데 이사장이 회의를 진행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3.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 제기한 까닭과 고영주 신상발언?

야당 추천 이사, “방문진 이사장은 편향 아닌 포용력을 발휘할 인물이어야 한다”
고영주 이사장, “오히려 이사장직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무감 확고”

방문진은 이러한 일들을 겪으며 어렵사리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최강욱 이사는 안건과 관련해 “2013년 1월, 방문진 이사장이 아닌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로 대통령이 되면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에 확신한다’고 발언했고 현재 기소가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강욱 이사는 “2015년 10월 방문진 국감에서도 관련 발언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 ‘사법부와 새누리당 등에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 ‘국사학자 90%는 좌편향’, ‘박정희 전대통령이재오·김문수 새누리당 의원은 전향한 공산주의자’, ‘친일인명사전은 분열’이라는 등의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제기해 정치적 논란이 됐다”고 비판했다.

최강욱 이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도 부림사건에 대한 사법부 ‘좌경’ 딱지와 관련해 성명을 냈고, <변호사법> 위반에 대한 조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라면서 “(그만큼 고영주 이사장은)이념 편향성으로 한국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에서는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 ‘백색 테러주의자’라고 했고 여당 또한 ‘문제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며 “방문진 이사의 수구이념이 방송사의 자존감과 명예, 위상 등에 직결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문진 이사장의 그 같은 발언이 공영방송 MBC의 위기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지난 8월 27일 ‘MBC <PD수첩> 등은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방문진 이사장은 포용력을 발휘할 인물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고영주 이사장의 답은 “제 사상과 이념을 근거로 본인을 ‘편향된 이념’, ‘수구 이념의 추종자’라고 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상과 이념을 갖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 사람들이 제게 불만을 고 있다는 이유로 이사장직을 사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이사장직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사명감이 더욱 확고해 지고 있다”였다.

고영주 이사장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편향’, ‘변호사법 위반’, ‘방송개입 등의 문제’ 모든 지적에 대해 해명을 넘어 상대를 공격하는 태도를 취했다. 자신의 ‘사법부 좌경화’ 발언을 비판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대한 태도가 대표적이다. 고영주 이사장은 “회원인 저의 인격과 명예가 침해됐는지 여부를 조사해 조치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기했다”며 “저희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설립목적에 반하는 행동이다. (오히려)서울지방변호사회의 정치세력화와 정치활동 등이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백색테러주의자’ 비판에도 “그들이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등 범죄성립 여부가 지적되어야지, 피해자가 된 본인이 책임질 일은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방송이 광우병선동이나 김현희 조작설 같이 반국가·반사회적인 선동목적으로 사용된다면 그런 방송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극히 당연한 말”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MBC 대표 프로그램 <PD수첩>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이 반국가 선동목적으로 활용됐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고영주 이사장은 <변호사법> 위반과 관련해 끝까지 끊임없이 비판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에 대해서도 “변호사법상 선임제한규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의 소치이거나, 나쁘게 본다면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악용한 질문을 기화로 하는 인격파괴적 음해”라며 “비방과 음해를 계속할 경우, 민형사상 단호한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자신이 공안검사로 재직하던 때 조사를 받은 경험을 공개한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에 대해서도 “정치적 비방과 음해적 인격파괴 행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미디어스

#4. 예고된 고영주 불신임 안건 ‘부결’, 사상검증 논란으로 번지기도

여당 추천 이사, “지금까지 누가 떼 썼나…민언련, 통진당과 연결돼 있어”

방문진 이사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 6인은 제각각 불신임안 상정 자체가 문제이며 이를 제기한 야당 이사들의 철회 등을 촉구했다.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먼저 “의견이 전반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으면 표결처리를 통해서 조속히 문제 종결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김원배 이사는 “불신임 안건이 상정된 지 한 달이 지났다”며 “해명에 이해가 가시면 철회하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인철 이사는 “기 결정된 의사결정(고영주 이사장 호선)을 무력화하는 형태가 잘못된 것”이라며 “고영주 이사장의 과거 언행은 방문진 이사장 직무 수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발언에 대해 법적 절차가 진행중이라면 이를 지켜봐야 한다. 국회의원도 유죄확정이 될 때까지 업무를 수행하는데 왜 유독 방문진 이사장에 대해서만 조급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야당 추천 이사들은)고영주 이사장의 도덕성을 이야기하지만 성인군자도 지키기 어려운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 감정대립을 촉발시킨 것은 유의선 이사의 발언이었다. 그는 ‘불신임 안’에 대해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은 공인에 대한 정치적 평가로서 합의제 기구인 방문진을 운영하는데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법리적으로 따지더라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야기하지 않는 한 불신임 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 원칙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영주 이사장의 그동안 태도를 보면 자신의 의견을 거의 표명하지 않은 매우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유의선 이사는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지금까지 누가 절차적 문제를 두고 떼를 쓰고 상대방 인격을 무시하며 퇴장을 밥먹듯하고, 태도 변함없이 다시 들어오고 혼란을 초래한 것이 누구인지 반성해야 한다”고 야당 추천 이사들을 공격했다.

유의선 이사는 “48%의 국민적 지지를 받은 문재인 대표에게 공산주의라고 한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사실은 과반수로 뽑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귀태, 정신분열, 바뀐년 등 여러 발언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간 것은 없었다. 헌법에 사상의 자유가 보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더러 꼭두각시 멈추라고 이야기했는데 저도 3명에 대해 굉장히 많은 자료집을 가지고 있다. 까딱 잘못하면 서로의 인격이나 상식을 저버리는 그런 발언들이기 때문에 하지 않겠지만…”이라고 발언다. 이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지금 떼쓴다고 했느냐, (원칙이 아름답다는)유의선 이사 또한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아 보인다”는 반발로 이어졌다.

야당 추천 이사들 또한 갈등을 확대시킨 것은 마찬가지였다. “유의선 이사 등은 고영주 이사장이 국감장이나 과거 했던 발언과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이냐”는 이완기 이사의 질문에 이인철 이사는 “(야 측은)항상 그런 질문을 한다”고 반발한 것이다. 유의선 이사가 “이완기 이사는 민언련 활동 하지 않았느냐, (민언련은 이적단체로 확정된)통진당과 연결이 돼 있다. 민언련이 주한미군 철수를 지지 하지 않느냐”라고 말하며 사상검증을 방불케하는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이인철 이사는 “이념가지고 1박2일 이야기를 해보자, 저 그런 거 좋아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국감장에서의 발언 또한 지난해 1월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에 대한 보완, 추가질문에서 나온 것으로 방문진 업무와 관련해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없다”며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런 사례가 있는지를 봐야한다. (그렇지 않는 이상)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직위를 유지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지속되어야한다”고 밝혔다.

#5. 최강욱 이사의 반박 강연, 공인이라는 무게

야당 추천 이사, “방문진 직무와 관련해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는 선이 있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고영주 이사장의 과거 발언내용이나 활동상황을 다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단 한 번도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며 “하지만 방문진의 이사장이 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국감장은 방문진 이사장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생긴 일이다. 공인의 위치가 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강욱 이사는 “‘과거의 일’이라고 말씀들 하시는데, 공인의 자질과 직무 적합성을 평가할 때 그 과정에서 당연히 과거의 일들이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과거의 일이라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면)청문회를 왜 하느냐.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과거 수임료를 많이 받아서 낙마했다. 그 일이 국무총리가 되고 나서 있었던 일이냐”고 반문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방문진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유의선 이사의 발언에 대한 반박성 주장이다.

‘국감장에서 개인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는 주장에도 최강욱 이사는 “고영주 이사장은 국감을 방청한 게 아니라 기관의 수장으로서 공식적으로 답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평가와 책임추궁에 대해 응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고 그것이 공인의 자세”라고 응수했다. 그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인가. 쉬고 있다고 본인의 욕구 발동으로 벌어진 일”이라면서 “그 분이 법원 판결로 인한 처벌을 받았나.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왜 그 분은 청와대 대변인을 못하나. 그것은 공인에 대한 도덕성에 대해 시민들이 요구하는 잣대로 그런 행동이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제가 음주운동을 하다가 사람을 죽였다고 치자, 그리고 이 자리에 와서 직무와 관련 없는 일이니 방문진 이사로서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강욱 이사는 “맡고 있는 직무와 관련해 대다수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는 선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고, 그 무게가 다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고영주 이사장의 이념이 MBC의 보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게 최강욱 이사의 주장이기도 했다. 그는 “고영주 이사장님이 방문진 감사재임 시절 MBC 임원이 출석한 자리에서 ‘김구라 같은 사람을 왜 계속 방송에 출연시키느냐’라고 발언한 바 있다. 또, ‘김현희를 가짜라고 생각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애국세력을 언급하는 등 스스로 어떤 정파의 대표를 자임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일도 있었다. 애국진영에서 ‘MBC 방송을 듣다가 대통령을 동물에 비유했는데 왜 방문진이 가만히 있느냐’라고 이야기해서 방송을 다 찾아봤는데 그런 사실은 없었다”이라고 덧붙였다. 최강욱 이사는 “개인으로서 ‘박정희 전향한 공산주의자’, ‘김일성 장학생’, ‘국사학자 90% 좌편향’이라는 발언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장으로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백색테러주의’라는 등의 발언들 또한 당연히 수용할 수 있어야 논리적 일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고영주 이사장의 ‘신상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강욱 이사는 “고영주 이사장은 감사 재직 기간, MBC <PD수첩>과 김현희 관련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등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적도 있다”며 “그런 이사장님의 언행이 편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0.1%의 극소수가 아니지 않느냐. 그것에 대해 ‘내 의견은 이렇다(다르다)’라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고영주 이사장의 이중잣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최강욱 이사는 “(본인 스스로에게는)‘사상의 자유’가 있다면서 통합진보당 해산은 왜 청구를 하신 거냐”, “(법원 판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MBC가 패소 판결에 대해서는 왜 두둔하시느냐”, “‘백색테러자’ 등 본인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명예훼손이라고 하면서 왜 누군가에게 ‘공산주의자’라고 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하시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유의선 이사는 이 같은 지적에 “고영주 이사장은 ‘정치적 사상’의 표현이다. 예로 드신 ‘음주’와 ‘추행’은 도덕적 비난을 받는 것으로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는 최강욱 이사의 발언 요지를 잘못 이해한 것으로 여겨진다. 최강욱 이사는 “오도하지 말라. ‘음주’와 ‘추행’을 거론한 것은 개인적 소신을 밝힐 때와 직무관련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6. 고영주 이사장과 유기철 이사의 ‘힘겨루기’

야당 추천 이사, “앉아계시니 묻는다…문재인 대표가 공산주의 개념을 수용하고 있나”
고영주 이사장, “밖에서는 공산주의 선전이념만 안다, 실천이론은 다르다”

고영주 이사장이 자신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기피·회피 없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재밌는 광경도 벌어졌다.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이 자리에 계시고 당사자이니까 물어보겠다”며 “공산주의 개념은 생산수단의 국유화 등 3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표가 그를 수용했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고영주 이사장은 “(공산주의)선전이론과 실천이론은 다르다. 그런데, 밖에서는 선전이념만 알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여당 추천 이인철 이사는 “유기철 이사는 문제를 새롭게 발생시키고 있다”라며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함으로써 회의만 지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식으로 고영주 이사장을)공격하지 말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끼어드는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영주 이사장도 본인도 “사적으로 물어보라, (여기서는) 답변할 의무가 없다”며 이인철 이사를 거들었다. 그러자 최강욱 이사는 “답변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물어보는 권리는 그냥 두라”고 반론했다.

유기철 이사는 이에 “아직도 문재인 대표가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시는 것이냐”, “사법부와 새누리당에도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고 보시는 것인가”, “김문수·이재오 의원이 전향한 공산주의자인가”라고 물었지만 고영주 이사장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잘라 답했다.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공산주의자라는 말은 일반적인 단어가 아니다”라며 “국가보안법에 걸려서 통진당처럼 사라져 버릴 수 있다. 구속돼 징벌을 받을 수도 있고 정치인이라면 매장될 수도 있는 그런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여당 추천 권혁철 이사는 “그만 좀 하세요”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7. 고영주 이사장, “감사 재임 시절 발언이 뭐가 문제?”

야당 추천 이사, “고영주 극단적 편향이념이 MBC에 투영될까 걱정”
고영주 이사장, “감사재직 시절 일?…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이날 방문진 이사회를 통해서 고영주 이사장이 MBC 방송프로그램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이는 다음과 같은 질의응답에서 유추할 수 있다. 최강욱 이사는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극단적 편향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도록 그 같은 사상이 MBC 프로그램에 투영되지 않도록 할 것이며, 방문진 또한 객관적이고 공정, 중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자부하시는 것이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고영주 이사장은 “원래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할 수 있었다”라며 ‘감사재직 시절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인가’라는 물음에 “그것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MBC <PD수첩> ‘광우병 편’에 대해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MBC에서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 특별대담을 편성하도록 일조하는 등의 역할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고영주 이사장은 “어차피 우리가 다른 정파의 추천을 받아 모였기 때문에 의견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다”며 “그런데, 저는 가급적 방문진 이사회가 그런 것을 떠나 합리적인 방법으로 일처리가 됐으면 하고, 사이좋게 지내면서 회의 때에는 당당히 의견을 밝히고 회의가 끝나면 식사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그렇게 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영주 이사장이 이렇게 발언한 것은 논의 과정에서 불신임안에 대해 표결을 하지 말고 고영주 이사장이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신상발언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자는 요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강욱 이사는 “안건 철회를 안 하면 표결을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 표결절차에 들어갔다. 그 결과, 재적인원 9명 중 반대 6표로 불신임안은 ‘부결’됐다. 안건의 당사자인 고영주 이사장을 비롯해 여당 추천 김광동, 권혁철, 유의선, 이인철, 김원배 이사가 (불신임)반대표를 행사했다. 야당 추천 유기철·이완기 이사는 기권했고 최강욱 이사 홀로 (불신임)찬성표를 던졌다.

#8. MBC 소송현황 관련 자료는 비공개…문제는?

임무혁 사무처장, “최민희 의원이 이 자료 얻으려고 상당히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야당 추천 이사, “사과하라”

이날 방문진 이사회에는 MBC 백종문 경영본부장이 출석해 소송현황과 단협 관련 비공개 보고가 진행됐다. 야당 추천 이사들 또한 ‘비공개’에 수긍했다. 최강욱 이사는 “MBC는 수임료 등 자료가 외부에 공개될 경우, 거래 관계와 향후 가격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공개 사유로 정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송 관련해서는 무조건 비공개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공개원칙에 따라, 법적으로 명확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비공개해야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방문진 임무혁 사무처장의 발언으로 언성이 높아졌다. 임무혁 사무처장은 “아시다시피 최민희 의원이 이 자료 얻으려고 상당히 눈에 불을 켜고 있다”며 “다 아시지 않느냐, 제가 볼 때에도 공개 안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강욱 이사의 발언과 상관없는 발언이 나온 셈이다.

‘왜 그런 말을 하느냐’는 지적에 임무혁 사무처장은 “최민희 의원과 (해당 안건으로)통화하신 분 계시지 않느냐.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 이거 나가면 안 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최강욱 이사는 “국회의원에 협조할 속셈 뻔히 안다는 그런 의미인가”라고 반문했다.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그 발언 사과하라”고 요청했지만, 임무혁 사무처장은 “사과 못합니다. (본인들은 제 말뜻을)아실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영주 이사장은 “임무혁 사무처장이 우리가 모르는 거 알려준 것”이라며 “우리는 외부에서 이 자료를 구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것 아니냐”라고 두둔했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장면 같았던 이날 방문진 이사회는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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