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5일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 공모를 시작했다. 지원기간은 5일부터 18일까지다. 교육계와 언론계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할 수 있는 EBS 사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뉴라이트 학자들이 집중 거론되고 있다. 방통위와 EBS 안팎에서는 이승만연구원 원장을 지내는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황교안 국무총리가 추켜세운 교학사교과서 대표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 둘 중 한 사람이 내정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 (사진=미디어스)

방통위와 EBS 내부에서는 사장 후보자로 이기주 현 방통위 상임위원, 김대희 전 상임위원, 성동규 전 EBS 이사와 함께 류석춘 연세대 교수,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거론된다. 이중 류석춘, 이명희 교수를 두고는 청와대 내정설까지 나오고 있다. 류석춘 교수는 새누리당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을뿐더러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표를 지냈고, 현재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원장이다. 이명희 교수는 학계가 뉴라이트 교과서로 평가하는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집필자다.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의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다. 두 교수는 그 동안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를 밀어붙인 논리와 철학에 가까운 발언을 해왔다.

류석춘 교수는 2011년에는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원장으로 지내고 있다. 2006년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으로 활동하며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국정화 찬성’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조선일보 10월31일자에 <‘한강의 기적’, 검인정 교과서 사관으로는 설명 못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민족사관으로는 한국자본주의의 경제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류 교수의 부친은 박정희 정권에서 정무수석비서관과 공보처 장관을 지냈고, 초대 케이블협회(당시 종합유선방송위원회) 회장까지 한 류혁인씨”라고 설명했다.

이명희 교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013년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출범시킨 ‘역사교실’의 첫 강연자로 나서 “현재 좌파 진영이 교육계와 언론계의 70%, 예술계의 80%, 출판계의 90%, 학계의 60%, 연예계의 70%를 각각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교학사 교과서 집필에 대해 “종북세력이 한국에 있고 위험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각성시킨 공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청와대가 류석춘, 이명희 교수를 EBS 사장에 앉혀 ‘국정교과서를 통한 역사교육’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일단 이명희 교수는 입장이 유보적이다. 이 교수는 5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공모가 시작된 줄도 몰랐다”며 말을 아꼈으나, ‘지원을 안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느냐’는 미디어스 질문에는 “제가 사범대학 교수이고 (EBS는 교육과) 직접 관련돼 있어 관심은 많다. 미끄러진 경험이 있어서 (지원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2012년 지원했을 정도로 EBS 입성을 바라왔다.

방통위가 지난 9월 EBS 이사진을 구성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 장관 출신인 서남수 현 세명대 석좌교수, EBS <다큐프라임>과 <지식채널e> 일부가 좌편향됐다고 주장한 조형곤 미디어펜 논설위원, 최근 국정화 찬성을 선언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수장인 안양옥 교총 회장 등을 이사진에 포진시킨 점을 고려하면 ‘뉴라이트 내정설’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와 청와대가 KBS 이사회와 MBC 방송문화진흥회에 극우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인사를 대거 진출시켰다는 점도 내정설이 증폭되는 이유다.

E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지부장 홍정배)은 정부의 국정화를 수행할 인사에 대한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홍정배 지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EBS에 그 동안 교육부나 방통위 낙하산이 떨어져 문제였다면, 이제는 EBS를 ‘정치의 선전수단’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편향된 이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받는 학자를 우선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정치권에 줄을 서는 학계 인사나 방통위 낙하산 또한 노조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 (사진=미디어스)

‘편향인사의 청와대 낙점설’ 때문에 방통위가 지난달 27일 EBS 사장 공모를 공고했다가 공고문을 삭제한 것이 내정설이 돌고 있는 인사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 또한 제기됐다. 지난 6월26일 이헌 행정법무담당관이 전체회의에서 보고한 내용을 보면, 방통위는 애초 EBS 사장에 대한 공모절차를 ‘10월 중순 이후’에 진행할 계획이었다. 신용섭 현 사장의 임기가 11월29일까지인 점을 고려한 일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공고문을 게시했다 삭제했다.

이를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은 5일 성명을 내고 “통상 한 달 전 공모를 냈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의혹이 생기는 부분”이라며 “청와대 낙점 인사를 밀실에서 선임하기 위한 ‘사전 모의 작업’때문이라는 의혹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행정법무담당관 신영규 과장은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 등으로 면접위원회 구성 등이 늦어져 공모를 연기했는데, 담당 주무관이 (공고일자를) 착오해 게시했다. 그리고 27분만에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노동조합은 이기주 현 방통위 상임위원, 김대희 전 상임위원, 성동규 전 이사 또한 EBS 사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기주 위원은 “누군가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지어냈다”며 “(내가 지원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대희 전 위원은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와 EBS 내부에서는 ‘신용섭 현 사장이 EBS 사장을 임명하는 방통위의 상임위원에서 EBS로 직행해 논란이 된 만큼 방통위 낙하산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름이 거론되는 성동규 전 이사는 미디어스에 “주위에서 (공모에 지원하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희 교수가 역사교과서 이념전쟁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이 교수가 국정교과서 집필위원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그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명희 교수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전하면서 “황교안 국무총리님은 교학사 교과서에 몇몇 문제점이 있지만 가치관과 방향은 옳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국편 김정배 위원장은 교학사를 우편향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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