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이 야당 추천 3인의 이사들이 제출한 ‘불신임안’이 부결돼, 그 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는 정부여당 추천 6인의 이사들이 모두 반대 몰표를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는 5일 오후 이사회에서 유기철·이완기·최강욱 3인의 이사들이 제출한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9명의 이사 중 2명(유기철·이완기)의 이사가 기권한 가운데 6표의 반대표로 부결됐다. ‘찬성’은 1표에 그쳤다. 이날 불신임안 논의과정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본인에 대한 안건임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직접 주관했으며, 표결에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고영주, “문재인 공산주의 확산 충분한 이유 있다…사퇴 촉구하는 변호사회가 정치활동”

이사회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불신임안건에 대한 의견>으로 2013년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 인사말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이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가문제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특정 기관장이 기관업무나 운영과 직접 관련돼 있지 않은 사항과 관련된 발언내용으로 단지 고소(새정치민주연합 등)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신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은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확신하게 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고, 이미 민형사상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누가 옳은지는 재판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고영주 이사장은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이념편향적 발언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사실대로 답변한 것일 뿐”이라면서 “국감에서 사실대로 답변하지 않으면 위증의 벌을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왜 사실대로 답변했느냐’하는 불신임 결의안 내 질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미디어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사퇴촉구에 대해 고영주 이사장은 ‘정치활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명백하게 변호사회가 본분을 벗어난 행위”라며 “본인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정치행위에 개입하는 것으로 법치주의를 수호할 변호사 단체를 정치단체화 한 것”이라고 역으로 비판했다. 이어, “변호사회의 성명은 변호사회의 정치세력화와 정치활동 등이 비난되어야지, 본인이 비난받아야 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약 28년간 검사생활 중 대부분을 공안업무에 종사해왔다. 덕분에 공안전문가로서 각종 현안에 능동적,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대공전선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고 자랑했다. 그는 “민중민주주의가 변형된 공산주의 이념이자, 이적이념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내어 좌익 종북세력들이 민중민주주의라는 미명아래 마음 놓고 공산주의 이념을 선전하는 행태를 막아내왔고, 한총련이 이적단체인 사실을 밝혀내 사법처리 함으로써 학생운동이 반국가세력화되는 것을 막아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교조가 표방하는 참교육의 핵심논리가 이적이념에 기초한 것임을 밝혀내어 전교조 확산을 막는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퇴직 후에도 통진당이 위헌정당임을 밝혀 위헌정당해산심판 청원을 함으로써, 위헌정당인 통진당 해산의 단초를 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다른 이유라면 몰라도 제 사상과 이념을 근거로 본인을 ‘편향된 이념 또는 수구 이념의 추종자’라고 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상과 이념을 갖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어, “‘PD수첩이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는 제안 사유는 음해수준”이라면서 “‘방송이 광우병 선동이나 김현희 조작설 같이 반국가·반사회적인 선동목적으로 사용된다면 그런 방송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이 밖에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음해”라며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의 ‘가혹행위’ 주장은 비방”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 “고영주 이사장 언행…MBC 위상과 직결” 용퇴 촉구

불신임안을 제출한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 “2013년 1월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으로 기소가 된 상황”이라며 “지난달 2, 6일에는 ‘노무현은 변형된 공산주의자’, ‘사법부와 새누리당 등 김일성 장학생 있다’, ‘국사학자 90%가 좌편향’, ‘박정희·김문수·이재오는 전향한 공산주의자’, ‘친인인명사전은 분열’이라는 등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제기해 정치적 논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지방변호사회 또한 ‘사법부 좌경화’ 발언을 문제로 제기했고,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 징계절차를 위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최강욱 이사는 “이렇듯 고영주 이사장은 과거 이력 한국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그것이 곧바로 MBC 공영방송의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백색테러주의자’라고 했고 여당에서도 ‘문제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고영주 이사장의 편향된 언행이 계속된 결과 수구이념이 MBC라는 공영방송의 위상과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MBC <PD수첩> 또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강욱 이사는 “방문진 이사장은 포용력을 발휘할 인물이어야한다. 또,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고영주 이사장은 건전한 방송문화 진흥 등을 목적으로 하는 방문진 수장으로서 심대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용퇴해줄 것을 요청했던 것”이라고 불신임안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 “정치적 목적 사퇴 요구는 언론자유 위협”…‘부결’ 투표

하지만 방문진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은 모두 고영주 이사장의 불신임안에 대해 ‘부결’ 표를 던졌다. 정부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은 <불신임안 부결 처리한 다수이사의 기본 의견>을 통해 “이사장 선출 이전 방문진 업무와 관련 없는 자리에서 밝혔던 개인적 견해를 근거사유로 제출된 불신임 의견은 MBC 관리감독 및 방송문화 진흥사업이라는 방문진 고유 업무와 아무런 직접적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방문진은 9인 이사 합의제로 운영되는 바, 고영주 이사장의 개인 의견은 전체 이사회의 심의 및 의결이나 방문진의 사업운영에 절대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고영주 이사장에 대해 “합리적이고 중립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해왔음에도 특정된 정치적 목적에 따라 비난하고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어렵게 쌓아가고 있는 방문진 및 MBC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며,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영주 이사장의 개인 사상과 양심, 그리고 정치적 견해는 존중받아야 한다. 고영주 이사장의 개인 견해가 방문진 업무에 실제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례나 관련 근거도 없이 펼쳐지는 일방적 비난은 존중 받아야 할 개인에 대한 인격 파괴적 공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당하게 선출된 이사장을 불신임해야할 사유가 없다고 판단, 불신임안을 부결처리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방문진 이사회에 초반에 정부여당 추천 이인철 이사는 불신임안을 제출한 야당 추천 이사 3인에 대해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이 부결된다면 이사로서의 거취를 묻고 싶다. 거취표명을 안 하겠다면 ‘고영주를 이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발언에 대해 취소하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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