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언론 관련 정책을 퍼붓고 있다. ‘5인 미만 인터넷신문’은 언론사 간판을 내려야 할 위기다. 정부는 공영방송에 극우인사를 내리 꽂은 데에 이어 공정성·객관성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의 최대 뉴스플랫폼인 포털사이트는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뉴스편집을 하고 있다는 비방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꼼수다> 같은 팟캐스트의 위력을 깨달은 정부는 1인미디어와 팟캐스트에 대한 규제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밑그림은 그려진 셈이다. 미디어스가 5회에 걸쳐 ‘언론통제-여론장악’을 해부한다. ②편은 ‘보수매체의 성장’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장이었다. 그는 공적책임을 가지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로서 국감장에 앉았지만, ‘공산주의자 감별사’라는 조롱 섞인 별칭이 붙을 정도로 두드러지는 이념편향적 발언을 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국가정상화추진위, 통합진보당 해산 국민행동본부에 속해 있으면서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해산 청원에 앞장서는 등 뉴라이트 진영에서 가장 활발히 사회 참여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언론시민사회의 우려에도 굴하지 않고 방문진 감사에서 이사장으로 ‘영전’했다.

박근혜 정권의 언론통제-여론장악 흐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보수화’다. 박근혜 정권은 뉴데일리, 데일리안 등 보수 성향 매체들에게 정부광고를 몰아주어 물적 토대를 지원하는 한편, 그렇게 성장한 매체를 거친 인사를 청와대로 불러오거나 공영방송 요직에 앉히고 있다. “과거에 공안통 검사로서 오랫동안 일한 것과 애국시민운동가로서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것도 방송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는 내용의 추천서로 방문진에 재입성한 고영주 이사장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8년 간 정부광고 집행금액, 보수매체가 진보매체의 12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재정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출한 <2008~2015년 8월 현재 정부 중앙부처 정부광고 집행 현황>을 지난달 9월 30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매체 성향에 따라 광고 집행량이 확연히 차이 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배재정 의원은 뉴데일리·데일리안·프런티어타임스·프리존·올인코리아·독립신문·뉴스타운·데일리NK·뉴스파인더·뉴타임즈코리아·소비자가만드는신문·위키트리·업코리아·미디어펜·통일신문·정경뉴스 등을 보수 인터넷신문으로, 오마이뉴스·프레시안·민중의소리·통일뉴스 등을 진보 인터넷신문으로 구분했다.

보수매체들은 지난 8년 동안 최소 4개 이상의 매체가 정부광고를 받아 왔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직후인 2008년 8개 매체에 광고 집행을 했을 때 보수매체는 4개로 절반을 차지했다. 가장 많은 보수매체가 광고를 받았던 때는 대선 1년 전인 2011년으로 총 11개 매체에 광고가 집행됐다. 올해 8월에는 총 10개 매체에 광고가 집행됐다.

보수매체 가운데 가장 많은 광고가 집행된 곳은 뉴데일리다. 2008년부터 8년 내내 정부광고를 받았고 액수도 1억원대를 넘겨 단연 1순위였다. 데일리안, 프런티어타임스도 8년 중 각각 6년, 4년 동안 광고를 받았고 3년 간 광고를 받은 뉴스타운이 그 뒤를 이었다. 배재정 의원이 보수매체로 분류한 큐레이션 매체 위키트리의 경우 5년 동안 광고를 받았고, 액수로는 뉴데일리에 이어 2위였다.

반면 진보매체들의 사정은 달랐다. 이명박 정부 취임 첫 해인 2008년에는 어떤 진보매체도 정부 광고를 받지 못했다. 가장 많이 집행됐던 지난해를 살펴봐도 4개 매체에 그친다. 각각 2개 매체가 정부 광고를 받았던 2009~2010년을 제외하면 매년 한 매체 꼴로 기회가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배재정 의원은 “지난 2008년부터 현재(올해 8월)까지 중앙부처 정부광고 총액을 합산한 결과, 진보 인터넷신문에는 5406만원이 집행된 반면 보수 인터넷신문은 6억 6647만원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8년 동안 보수매체와 진보매체에게 돌아간 광고 금액을 비교하면, 보수매체가 진보매체의 12배에 달한다.

배재정 의원은 “이처럼 혈세로 특정 성향의 언론사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매우 중대한 문제”라며 “정부여당이 최근 포털을 압박하고, 법을 개정해 대다수 인터넷신문사를 퇴출시키려 하는 것도 오직 ‘재집권’을 목표로 진보적인 여론을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권의 인선, 점점 더 ‘오른쪽’으로

정부광고 집행 내역 기간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3년부터 현재까지로 좁히면, 특정 언론사들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보수 성향 매체인 뉴데일리와 데일리안은 3년 내내 광고를 받았다. 위키트리와 미디어펜에는 각각 2013년~2014년, 2014~2015년 2년 동안 광고가 집행됐다.

공교롭게도 해당 매체의 임원 출신이거나 활발하게 글을 써 왔던 이들이 청와대에 입성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방향은 ‘오른쪽, 더 오른쪽으로’였다. 개중에는 공직을 수행하기에는 품위가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을 만큼, ‘세게 발언하는’ 인사가 지속적으로 발탁되고 있다.

▲ 왼쪽부터 윤창중 전 대변인, 김행 전 대변인, 민병호 전 뉴미디어 비서관, 이의춘 국정홍보 차관보 (사진=연합뉴스)

시작은 2012년 대선 직후 대통령 인수위 수석대변인이 된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였다. 2013년 5월 방미 당시 성추행 사건을 이유로 전격 경질된 윤창중 전 대변인은 대변인 임명 전부터 ‘자질론’이 대두돼 온 문제적 인물이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야권 단일화를 “한 편의 막장 드라마”라고 표현하고,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가리켜 “약한 척, 순진한 척, 가냘픈 척 웃으면서 그 눈동자를 보면 정말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하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일삼았다. 뉴데일리에 칼럼을 연재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조국 교수를 ‘정치병자’, 안철수 전 대선 후보를 ‘거짓말 도사’라고 맹공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죽어도 인정 못하겠다거나 문재인 전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정치적 창녀가 활개 치게 될 것이라는 비난조의 칼럼을 썼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 해 대변인을 맡은 김행 전 중앙일보 기자는 대변인에 오르기 전까지 소셜 뉴스 및 큐레이션 매체인 위키트리 부회장을 맡았다. 김행 전 대변인 역시 오픈 소사이어티라는 여론조사 기관을 운영하는 등 ‘여론조사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긴 하나, 10년도 더 전인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당시 대선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동한 것 외에는 정치권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않은 인물이어서 ‘깜짝 인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에는 민병호 데일리안 대표이사가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에 발탁됐다.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민병호 전 비서관은 서울경제 기자를 거쳐 EBN산업뉴스, 데일리안을 운영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사라졌던 뉴미디어 비서관을 부활시킨 배경을 두고 SNS를 통해 국정 홍보를 강화하고 각종 유언비어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민병호 전 비서관은 정부여당에서 주장해 온 포털 뉴스서비스 개선에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해 6월 10일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기명칼럼에서 네이버-다음의 (가칭) 공개형 뉴스평가위원회 제안을 언급하며 “청와대 민병호 뉴미디어 비서관의 막후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썼다. 황호택 논설주간은 “그는 외부 강연 등에서 “인터넷 매체 문제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정리해 놓고 청와대를 나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고 전했다. 언론시민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를 두고 “민병호 비서관에게 주어진 임무가 인터넷 여론 장악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올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신설한 국정홍보 차관보로 임명된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데일리안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그가 데일리안 편집국장을 맡았을 때 민병호 전 비서관이 대표이사였다는 점에서 이의춘 차관보의 임명을 민병호 전 비서관과 연결 짓는 시각도 있었다.

이의춘 차관보도 미디어펜에 칼럼을 연재하며 자신의 극우 성향을 표출해 와 논란을 일으켰다. 그의 칼럼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일관된 옹호와,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을 ‘바이러스’로 칭하는 단호함이 잘 나타나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나왔던 대통령 퇴진 주장에 대해 “감성팔이”, “음험한 장사”라고 비난한 반면,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대한민국 파괴 바이러스가 제거됐다”고 환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국민소통 강화를 위해 신설한 차관보로서 국정홍보와 언론협력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청와대로 직접 간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가 임명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 공영방송 이사로 진출한 경우도 있다. 미디어펜과 뉴데일리에 칼럼을 연재 중인 조우석 문화평론가와 미디어펜 논설위원을 맡고 있는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 공동대표는 각각 KBS, EBS 이사직에 올랐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이름조차 낯설었던 보수매체들은 정권의 지원에 힘입어 몰라보게 성장했다. 보수적인 의제를 선제적으로 내놓고 여론을 모으는 역할을 뛰어넘어 이제는 ‘청와대’로 가는 인사를 배출해 내는 언론으로 한 단계 ‘승격’했다.

특히 뉴데일리의 활약은 눈부시다. 뉴데일리는 창간 3년 만인 2008년 청와대 풀기자단에 참여했고 이듬해에는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들어갔으며 현재 뉴스스탠드에도 참여하고 있다. 사세도 점점 확장됐다. 2013년 뉴데일리경제, 올해 뉴데일리TV, 뉴데일리스타를 창간한 뉴데일리는 대구, 경북, 부산 등 지역지부까지 운영하는 ‘미디어 그룹’으로 커 가고 있다.

웹사이트 분석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랭키닷컴의 2015년 10월 2주 주간 랭키 리포트에 따르면 종합 인터넷신문 중 뉴데일리는 노컷뉴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데일리안은 5위, 위키트리는 6위, 보수매체 중 한 곳인 뉴스타운은 7위였다. 11월 3일 기준으로 종합 인터넷신문 사이트 1위는 뉴데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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