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편성된 JTBC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이하 <슈가맨>). 파일럿 당시와 비교하여 슈가맨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세대별 청중단’이다. 각각 20대, 30대, 40대, 50대 이상 그룹으로 구성된 ‘세대별 청중단’은 매회 출연하는 슈가맨이 활동하던 시절 인기를 가늠케 하는 동시에, 프로그램 마지막 펼쳐지는 팀 별 간 역주행송 대결의 승패를 결정 짓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8월 파일럿 당시에는 김준선, 김부용, 유승범, 박준희 등 주로 90년대 초중반 잠깐 활동하여 20대들에게는 생소한 원 히트 원더 위주로 방송했다면, 정규편성 이후에는 2000년대 활동하여 20대들에게도 낯익은 슈가맨들이 대거 등장한다. 지난 3일까지 방송한 3회까지의 분량을 예로 들면, 유재석팀은 미스터투, 구본승, 최용준 등 90년대 초중반 인기리에 활동했던 가수들을 슈가맨으로 초청한다. 반면 유희열팀이 선택한 슈가맨은 현승민, 줄리엣, 강현수(V.One) 등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인기를 얻었던 원 히트 원더다.
80년대 후반 활동했지만 20대들도 곧잘 따라 부를 만큼 젊은 세대들에게 유명한 원히트송, 파일럿 때와 달리 슈가맨을 90년대에 한정하지 않고 2000년대로 스펙트럼을 넓혀 20-30대들의 추억의 노래를 발굴하는 전략. 이는 여타 종편 채널들과 달리 젊은 방송국을 지향하는 JTBC 성격과 맞닿아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50대 이상을 주시청자층으로 타켓팅하는 TV조선, 채널A, MBN과 달리, JTBC의 간판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마녀사냥> 등은 20-3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포맷 형태를 갖고 있다. JTBC에서도 <유자식 상팔자>, 과거 <님과 함께> 등 중장년층 이상을 공략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종편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들과 비교하면 확연히 젊다. 프로그램 초창기만 해도 중년 연예인들의 가상 재혼 프로젝트로 주목받은 <님과 함께>마저도 지금은 <님과 함께 2- 최고의 사랑>으로 이름이 바뀌고, 기욤-송민서 등 30대 미혼 커플을 영입하는 등 출연진 구성에 많은 변화를 준 지 오래다.
자신들의 젊은 시절 큰 인기를 얻었던 슈가맨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하는 40대, 어릴 적 TV에서 보았던 슈가맨을 어렴풋이 떠올리고 반가워하는 30대, 슈가맨을 모른다고 해도 훗날 리메이크된 노래로 기억하는 20대. 그리고 젊은 세대들의 감각에 맞게 편곡된 ‘역주행송’. 30-40대들을 대상으로 한 추억 여행에 20대 감성을 살짝 얹은 <슈가맨>에서 가장 소외된 세대는 다름 아닌 50대 이상의 청중단이다.
지난 3일 유재석팀의 슈가맨으로 등장한 최용준은 89년에 데뷔한, 지금까지 출연한 슈가맨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활동 기간이 길었던 뮤지션이다. 그럼에도 50대 이상 청중단에서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을 아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50대 이상 청중단이 가수들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흥겨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긴 해도(아니면 유재석의 얼굴이 보고 싶어 벨을 누른 50대 어머니가 웃음을 선사하는 식), <슈가맨>의 기획의도대로 50대 이상 청중단이 젊은 감성으로 재무장된 역주행송에 깊은 공감을 가지는지는 3회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미지수다.
슈가맨이 굳이 50대 이상 청중단을 계속 모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슈가맨>이 향후 염두에 둔 슈가맨 중에서는 50대 이상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원히트 원더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30대는 물론 40대 청중들이 50대들이 추억하는 슈가맨과 그들의 노래에 열띤 반응을 보일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그런 의문 때문에 50대 청중단을 철저히 배제한 채 30-40대들을 위한 슈가맨을 계속 섭외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세대별 청중단 포맷을 계속 지속하겠다면 50대 이상 청중단도 옛 추억에 잠길 수 있거나 혹은 따라 부를 수 있는 슈가맨과 원히트송을 조만간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굳이 세대별로 나누어 구분한 청중단 구성 의의가 더욱 빛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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