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단말기유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이동통신3사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용자 차별 금지’와 ‘가계통신비 인하’를 명분으로 단말기유통법을 시행했으나, 정작 사업자들은 마케팅비를 줄이고 결합상품을 확대하면서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자를 가두기에 성공한 모습이다.

미디어스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사업보고서와 영업실적 등을 분석한 결과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인 2014년 4분기부터 2015년 3분기까지 3사의 영업이익은 총 3조2122억200만원으로 법 시행 이전 1년(2013년 4분기부터 2014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 1조8622억4300만원에 비해 1.72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통사는 저가요금제 가입자 500만명을 알뜰폰사업자에게 넘기고도 이 같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단통법 효과는 계열사 편입, 대규모 명예퇴직 등 특별한 이슈가 없었던 LG유플러스의 실적을 보면 도드라진다. 유플러스는 법 시행 이전 1년 동안 5274억11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법 시행 이후 1년 동안 영업이익은 7098억36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단말기유통법, 데이터요금제가 사업자들에게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는 애초 분석이 들어맞은 셈이다.

KT와 SK텔레콤도 단말기유통법 효과를 봤다. 2014년 2분기 8000여명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낸 KT는 법 시행 이전 5099억2000만원의 적자에서 7421억9700만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SK텔레콤은 계열사 정리 등으로 손해를 봤으나, 영업이익은 1조8447억5200만원에서 1조7601억6900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 (사진=미디어스)

특히 정부가 ‘단말기유통법이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하는 올해의 경우,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은 급증했다. 일부에서는 영업이익이 정체돼 수익구조에 빨간불에 켜졌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통사들이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2G, 3G 가입자를 LTE 고가요금제로 전환시켜 재미를 봤던 2013년 실적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지인 디지털타임스는 3일자 12면에 <이통3사 영업익 1년새 86% 뛰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3사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2조848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1조5307억원에 비해 86%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 시장이 안정화되며, 이통 3사가 내실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덩치를 키우고 있다. SK텔레콤은 2일 케이블 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이자 IPTV를 서비스하는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SK텔레콤이 업계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KT도 위성방송과 IPTV를 활용한 결합상품 마케팅 중이다. 이통사들은 사물인터넷 시장과 간편결제에 뛰어들기도 했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마케팅비를 줄인 사업자들은 이 기회를 활용해 덩치를 키우고 결합상품을 확대하며 ‘가입자 가두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