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 1위 SK텔레콤(대표이사 장동현)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 1위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IPTV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데, CJ헬로비전 인수가 성사되면 SK는 유료방송업계에서 1위 사업자인 KT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이동통신사 위주로 방송플랫폼시장이 재편되는 추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30일 CJ헬로비전 고위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SK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팩트”라고 확인했다. CJ와 SK 측은 비밀리에 협상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CJ 관계자는 “딜이 성사되기 전까지 헬로비전에서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판단이었다는 이야기다. 두 회사가 11월 중 매각-인수 사실을 공식화하고, 내년 4월 중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SK 입장에서는 유료방송업계 1위 KT와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애초 SK는 케이블 업계 3위 씨앤앰 인수를 추진하며 덩치 키우기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인수가 성공하면 SK 계열 유료방송 가입자는 734만명 이상이 된다. SK브로드밴드의 IPTV ‘Btv’ 가입자는 319만명(2015년 6월 기준)이고, CJ헬로비전 가입자는 415만명(2015년 8월 기준)이다. IPTV와 위성방송을 동시에 하는 KT 계열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844만명(=올레TV 413만6000명+올레TV스카이라이프 226만5000명+KT스카이라이프 위성단품 204만명)이다. SK는 ‘이동통신+유료방송+인터넷’ 결합상품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업계 1위 KT와 2위가 될 SK가 덩치키우기 경쟁을 본격화한다면 추가적인 인수합병에 따른 점유율 규제완화도 충분히 가능하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금 케이블은 모두 가격만 맞으면 내놓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3위 씨앤앰 또한 매물로 나왔으나 인수의향을 보이는 투자자가 없어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이 한정돼 있고, 대기업들 간의 경쟁이 쉽지 않고,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위기가 극복하지 못하는 성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소식”이라며 “플랫폼이 이동통신사 위주로 흡수·통합되는 것은 어찌 보면 이상할 것이 없는 추세다.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라 충격은 있지만 이번 인수가 유료방송 업계 전체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J는 헬로비전 매각으로 조 단위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CJ헬로비전의 시가총액은 30일 기준 8442억이고, 지난해 매출액 1조2703억원에 영입이익 1021억원을 기록했다. CJ는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알뜰폰사업을 모두 포기하면서 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인수 기업이 이동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점을 고려하면 CJ가 헬로비전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제4이동통신에 투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CJ는 미디어기업으로서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의 수직계열화를 포기하면서 얻은 이익을 어떤 사업에 투자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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