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2500원을 전기요금에 합산해 강제 징수하는 것은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분리고지’ 요청을 거부한 KBS와 한국전력공사 상대로 소송이 진행됐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의 당사자인 언소주는 “KBS 사장으로 ‘부적격’ 고대영 씨가 선출되고 <훈장>이 불방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데에도 시청자들은 지갑만 열라는 것이냐”며 항소의 입장을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재판부 이승택·하정훈·황지원)은 30일 오후2시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하 언소주)이 KBS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수신료분리고지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각각 ‘각하’와 ‘기각’을 결정했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은 ‘TV수신료 분리징수운동’을 통해 1600여명의 집단을 모집해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KBS와 위탁받아 수신료 징수를 맡고 있는 한전에 각각 ‘분리고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KBS는 “요구를 수용하거나 별도의 행정조치를 취해야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한전 또한 “KBS 측에 문의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소송이 진행됐다.(▷관련기사 : 시청자-KBS ‘상호책임성’ 위해, 수신료 분리징수하자)

법원, KBS와 한전에 대해 ‘각하’와 ‘기각’…언소주, “항소하겠다”

▲ 서울행정법원(재판부 이승택·하정훈·황지원)은 30일 오후2시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하 언소주)이 KBS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수신료분리고지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각각 ‘각하’와 ‘기각’을 결정하자, 언소주는 기자회견을 열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미디어스
그러나 이날 법원은 KBS와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언소주의 ‘분리고지’ 요구를 거부한 KBS에 대해 “해당 업무(징수)를 위탁했기 때문에 분리고지와 관련해서는 한전과 다툴 문제”라고 ‘각하’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결정이다. 그러면서 한전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아 공익이 더 크다”며 ‘기각’했다.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게 되면, 징수가 원활하지 않고 그로 인해 나타날 국민들의 피해는 크지만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이 얻을 이익은 미약하다는 결정이다.

언소주는 법원의 선고가 끝나자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맡은 정관영 변호사(법무법인 정률)는 기자회견에서 “저희가 한 소송은 전면적인 수신료 분리고지를 해달라는 게 아니라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만큼은 분리고지해달라는 소극적이고 제한적인 범위의 권리구제 청구였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각하’와 ‘기각’을 결정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관영 변호사는 “재판부는 선고과정에서 공익과 사익을 판단하면서 ‘수신료는 2500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금액상)시청자의 피해가 크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그런데, 담배 값 인상만 보더라도 500원 인상으로도 사회적 논란이 크지 않느냐. 재판부의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관영 변호사는 “전 세계적으로 자유권과 신체 등 기본권 제약을 넘어 이제는 사회권과 복지도 법치의 영역으로 인정하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분리징수 요구에 대해 우리나라 재판부가 너무 좁게 법치를 판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언소주 최용익 대표는 “사법부가 묘한 논리를 가져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용익 대표는 “KBS는 한전이라는 특정 기관에 위탁한 주체인데, (분리징수에 대한)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며 “그렇다면 <형법> 상 특정인을 사주해서 범죄를 지시했을 때, 그 지시한 주체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는 것인가. 결국, 범죄에 가담해 행동한 하수인만 책임지라는 이상한 논리”라고 꼬집었다.

최용익 대표는 “TV수신료 ‘통합고지’ 문제는 KBS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KBS에)위탁받는 기관인 한전에서 책임을 져야한다고 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각하’와 ‘기각’으로 분리고지 요구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식의 결과가 나와 대단히 허탈하고 실망스럽다”며 “항소 그것도 안 되면 상고 꾸준히 법적 판단을 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소주 박태순 공동대표 또한 “사실 수신료 통합 고지는 비열한 체제가 아닐 수 없다. 전기료라는 생활필수재이기에 반드시 내야할 요금에 통합징수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부는 현재의 통합징수의 피해가 미미하다고 하는데, ‘수상기 미소지’ 이의신청이 2008년 이후 최소 7만 건에서 최대 10만 건이며 과·오납 환불 규모도 매년 10억 원에서 12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한 뒤, “과연 시청자들에게 통합징수가 피해가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시청자들 전기 줄로 묶어놓고 지갑만 벌리라는 것인가”

언소주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KBS이사회가 신임 사장으로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을 선출에 대해 “미 대사관의 ‘빈번한 연락책’, 후배기자 술자리 폭행, 2011년 수신료 인상 추진과정 도청 의혹, 골프접대, 편파보도 전력 등 문제가 넘치는 인물”이라며 “또, 최근에는 KBS 시사제작국 탐사보도팀이 2년 넘게 기획·취재해온 온 2부작 다큐 <훈장>이 불방 위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KBS는)시청자들이 낸 수신료로 권리를 누리면서 권력에 충성하겠다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KBS가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하는 한 시청자들이 이를 견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언수주의 입장이다. 언소주가 이번 판결에 대해 “시청자를 전기 줄로 묶어놓고 지갑만 벌리라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이유이다.

향후, 언소주는 향후 세미나와 토론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TV수신료 분리고지 운동’의 당위성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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