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장관 황우여)가 예비비 44억원의 절반 이상을 국정교과서 광고비로 투입했다. 30일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교육부는 국가 재난 등 위급한 상황에 써야 할 예비비를 44억원 받아서, 그중 절반인 22억원을 2주 만에 광고비로 쏟아 부었다”고 지적했다.

배재정 의원실이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을 통해 집계한 ‘교육부 국정교과서 광고 집행현황’ 자료를 보면, 교육부는 10월15~19일 주요 일간지 및 경제신문 23곳에 5억5192만5천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19일부터는 지상파 3사에 9억9000만원의 방송광고를 내보냈다. 23일부터 11월15일까지 종합편성채널 4사와 보도전문채널 2개사에 방송광고를 내보내기로 하고 3억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26일에는 8개 스포츠신문, 27일에는 20개 지역일간신문에 광고를 내보내며 2억553만5000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 교육부 국정교과서 광고 집행현황. 이중 경향신문 계열은 광고를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료=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실)

정부의 전면적 여론전은 신문 지면에 대한 2차 광고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29~30일 1억5000만원을 투입해 9개 일간지 및 경제신문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광고 게재 추진을 다시 시작했다. 교육부는 31일자 신문에도 광고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30일 현재 교육부 광고를 한 차례도 게재하지 않은 언론은 경향신문 계열뿐이다. 경향신문은 ‘광고도 지면의 일부’라며 기사의 논조와 반대인 교육부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 것을 회사 방침으로 결정한 바 있다.

“역사 교육 정상화!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우리 모두의 사명입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2차 지면 광고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회에서 한 시정연설 중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우리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를 바로알지 못하면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고, 민족정신이 잠식 당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발언한 대목이 그대로 포함돼 있다.

▲ 교육부의 2차 지면광고

최근 교육부 광고 게재를 두고 절독 사태와 내부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한겨레는 31일 토요판에 광고를 실어달라는 언론재단 의뢰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30일에는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지부) 주도로 168명의 한겨레 구성원들이 서명한 <원칙과 기준 없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광고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정석구 편집인에게 전달했다.

한겨레 사측은 토요판 1면에 광고면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교육부 광고를 31일치 지면에 게재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의견광고의 문안에 문제가 없다면 차후에라도 광고를 싣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창식 전략기획실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토요판 1면 하단에 5단 통 광고 의뢰를 받았으나, 한겨레는 토요판 1면을 전면편집한다. 오늘 간부회의 결과 ‘광고지면이 없어 게재가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박창식 전략기획실장은 “교육부 광고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고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부 광고는 한겨레 윤리강령, 신문광고윤리강령,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에 어긋나지 않는 광고라는) 원칙에 따라 문안이 적절할 경우 싣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27일 사내 구성원들에게 “우리와 다른 의견이라는 이유로 광고를 싣지 않는 것은 (한겨레는 열린공간이라는) 이런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교육부 광고를 게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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