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조우석 이사로부터 ‘더러운 좌파’로 분리수거 당했다. 실명이 공개되고 나서 ‘내가 없는 곳에서 날 얼마나 비난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그 같은 행위(실명공개)가 날 위축시키는 전형적인 방법이겠구나’ 싶었다. 생각해보면 박근혜 정부에 동성애 혐오 인사들이 많다.…(중략)…야당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말에 발끈했는데, 동성애 혐오발언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발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공산주의자’라고 하는 것이 부끄러운가보다. 하지만 저는 ‘더럽다’는 말이 더 모욕적이다. 공산주의라고 매도된 들 자본주의자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재벌들이 더 부끄럽지 않은 이 사회가 거꾸로 된 것이다”_곽이경 민주노총 대외협력부장

KBS 조우석 이사의 “동성애자는 더러운 좌파” 발언으로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미디어펜 <동성애와 좌파는 왜 하나로 뭉쳤나?> 칼럼에서 조우석 이사는 인권재단 사람 정욜 활동가와 민주노총 곽이경 대외협력부장 등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이 좌파와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매도하기도 했다. 인권활동가들 중심으로 조우석 이사에 대한 성토가 쏟아진 까닭이다. 29일 <공영방송 이사의 혐오차별 선동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혐오발언을 일삼는 조우석 이사에 대한 언론단체 그리고 성소수자인권단체 등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요구 때문이다.

‘더러운 좌파’들의 반격(?)…“우파 할아버지들의 헛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토론회에는 KBS 조우석 이사로부터 ‘더러운 좌파’로 매도된 민주노총 곽이경 대외협력부장과 인권재단 사람 정욜 활동가가 직접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곽이경 부장은 “우파 할아버지들의 헛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 KBS 조우석이사가 '더러운 좌파'라고 직접 지목한 인권재단 사람 정욜 활동가와 민주노총 곽이경 대외협력부장. 그리고 에이즈감염인 윤가브리엘 대표의 모습ⓒ미디어스
곽이경 부장은 “조우석 씨가 많은 동성애자들을 모욕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이런 식으로 국민들을 가르는 것은 역대 최고다.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하면 공산주의가 되는 사회”라고 꼬집었다. 곽이경 부장은 “다른 생각을 억누르는 측면에서 보면 국정교과서 문제와도 일치한다. 지배자들이 편한대로 생각을 주입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그 속에서 성소수자 위치는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면 끔찍하다. 지금도 동성애자들이 비정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말이다”라고 발언했다.

곽이경 부장은 “실제로 두렵다고 생각되는 것은 혐오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목소리 크신 분(조우석 등)들은 생각이 다르면 ‘욕해도 된다’, ‘때려도 된다’, ‘죽어도 된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어버이연합이나 서북청년단 등은 진짜 때려도 되는 줄 알고 때린다. 그렇지만 정부는 그들에 대해 방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우석 이사의 언행이 혐오범죄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조우석 이사의 ‘실명공개’와 관련해서도 “동성애 혐오가 팽배해진 상황이라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이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조우석 씨를 끌어내리는 행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최근 혐오발언들이 정치세력과 연결되면서 그 세를 확대해가고 있는 실정 역시 거론됐다.

인권재단 사람 정욜 활동가는 “‘성소수자’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어화 돼 가고 있다”며 “조우석 씨가 혐오를 선동한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을 묻고 구제를 받을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금기는 더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KBS 조우석 이사는 미디어펜 칼럼에서 정욜 활동가에 대해 “그가 에이즈 환자인지 모르겠으나 그 애인은 에이즈 환자였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동성애=에이즈’라는 등식을 유포했다. 이와 관련해 정욜 활동가는 “조우석 이사는 에이즈 공포를 극대화 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동성애에 대해 ‘더럽다’라는 혐오의 정점을 찍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습기도 했지만 두렵기도 했다. 공개적인 성소수자인권활동가들이 폭력이나 폭언 사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들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이즈 감염인이자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윤가브리엘 대표 역시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했다. 그는 “유치한 공격(동성애자는 에이즈걸린다는)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것이 한국사회에서 먹힌다는 것”이라며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만연돼 있는지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첫 감염인이 동성애자였기 때문인데 에이즈가 공식적으로 보고된 지 34년이 흘렀다”며 “그 사이 치료제도 없는 죽음의 병에서 이제는 치료가 가능한 만성질환이 됐을 뿐 아니라, 3000만 명이 넘는 감염인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적으로도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인권옹호 계획들이 세워지고 있고, 얼마 전에도 에이즈 예방의 걸림돌이 되는 사회적 법과 제도, 차별 등을 해소하는데 정부가 노력해야한다는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 한국에서 에이즈에 대한 왜곡과 허위사실에 대해 질병관리본부가 구경만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KBS 조우석 발언 민주주의 위협하는 행위…적극적으로 책임 물어야”

토론회 참석자들은 KBS 조우석 이사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특정 집단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며 실질적인 혐오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들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KBS 조우석 이사의 동성애 혐오 발언을 두고 언론단체들과 인권단체가 29일 <공영방송 이사의 혐오차별 선동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미디어스
서울대 인권센터 이주영 전문위원은 KBS조우석 이사의 발언에 대해 “동성애자를 위험한 존재로 주장하고 에이즈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켜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에게는 정당성을 주면서 그들을 결집시킨다”며 “반대로 성소수자들은 적대시되는 환경에서 공론의 장에 참여하는 걸 위축시킬 수 있다. 민주주의 안에서 공존하는 것을 위험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영방송 KBS 이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야할 공적 책무를 가지며 소수자들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해야한다. 조우석 씨가 과연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는 “조우석 KBS이사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등은 ‘더러운 입놀림을 가진 정부 충성스러운 인사’로 분류된다”고 조우석 이사의 칼럼을 비꼬았다. 그는 “안타까운 것은 세월호 참사 등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공직자들이 ‘말’에 대한 책임을 진 사례가 없었다는 점이다. 망언이 충성심으로 인정받다보니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망언인사들의 승승장구가 ‘몰염치 사회’로 몰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박진 활동가는 “그런 점에서 이번 KBS 조우석 이사의 발언을 의례적인 일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스스로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진 활동가는 “현재의 한국사회가 1950년 매카시 미국과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는 “당시 매카시 발언 이후, 수백 명이 감옥에 갔고 1만~1만5000여명이 직장을 잃거나 폭력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그 대상은 노조지도부와 동성애자,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도 스스로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우파선동에 휩쓸리고 힘을 잃었다. ‘혐오’가 특정 집단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례에는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또한 ‘숙주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유사한 자세를 취했던 것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천주교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은 “KBS 조우석 이사의 ‘동성애는 더러운 좌파’라는 발언은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황선·신은미 토크콘서트에서 테러가 발생했지만 피의자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지사’로 칭송하면서 모금도 펼쳐주고 그러지 않았느냐. 혐오가 실질적인 폭력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우려했다. 김덕진 사무국장은 “이 같은 공세에 오랜 동안 참아왔지만 이제는 다르게 대응해야할 때가 아닐까 싶다. 조우석 이사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고소·고발 퇴진운동 등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는 “미디어운동 진영과 사회운동이 결합하지 못하면서 성소수자 문제에 눈 돌리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성찰이 필요하다”며 “거꾸로 사회운동 또한 미디어운동이 이명박 정부 들어 박살난 것에 대해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BS 조우석 이사가 아무런 제지 없이 임명된 데에는 시민사회 영역에서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토론회 사회를 본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 또한 “조우석의 발언은 KBS 이사직을 수행하는 동안 벌어진 일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KBS 조우석 이사 망언사태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명예훼손에 의한 민·형사상 ‘소송’, △공동대응기구 발족, △퇴진을 위한 공동투쟁 등이 제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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