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이 공동 주최한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이 돈을 받고 상을 수여한 것으로 드러난 것은 ‘기술’이 모자라서일 수도 있다. 세련되게만 했으면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었을 것을 촛불집회 강경진압으로 비난받는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행정부문 대상’을 수여한 게 동티가 났다. 언론사들이 수여하는 상들에서 거의 예외없이 돈 거래가 이뤄진다는 건 ‘업계’에선 더는 뉴스가 아니다. 한국일보보다 더 노골적인 ‘저인망 쌍끌이 상매매’를 하는 언론사가 적지 않다는 것도 이 바닥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9일 <미디어스>는 인터넷 검색 결과 <한국경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고객감동 경영대상’이 검색됐다. 미디어스가 찾아들어간 곳은 한국경제 알림·이벤트 사이트(event.hankyung.com)이었다. 이곳은 시쳇말로 고구마밭이었다. 한국경제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상이 무려 18개로 집계됐다. 어림잡아 홍보비 명목으로 평균 2천만원이 넘는 돈을 받고 있었고, 최고 3천만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가 주최한 상들은 각각의 성격을 구별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18형제의 돌림이름 같았다. 그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면 이렇다.

△2009 고객감동경영대상 △2009 기술혁신경영대상 △2008 사회공헌기업대상 △2008 대한민국 인재경영대상 △2008 대한민국 가치창조경영대상 △2008 서비스경영대상 △2008 글로벌 리더상 △2008 친환경경영대상 △2008 대한민국 명품브랜드대상 △2007 대한민국 명품브랜드대상 △제10회 한경마케팅대상 △2008 산업안전경영대상 △2008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 △2008 고객감동경영대상 △제7회 신품질상 △2007 사회공헌 기업대상 △2007 대한민국 가치창조경영 대상 △2007 글로벌비즈니스경영대상

수상에 선정된 기업 또는 개인에게는 1200만원에서 3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홍보비 명목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 현재 진행중인 '2009 고객감동경영대상'

이 가운데 ‘2009 고객감동경영대상’ ‘2009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 ‘제7회 신품질상’은 현재 최종심사를 앞두고 있으며 내년 1월경 시상식이 열린다.

2008년 12월18일 최종심사를 앞둔 ‘2009 고객감동경영대상’은 제조·금융·유통·전문서비스 등 7개 부문에서 종합대상과 부문대상이 수여되며, 특별상 부문도 있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홍보 책자에 따르면 수상에 선정된 기업들은 2500만원(부가세 제외)을 2009년 1월12일까지 입금해야 한다.

▲ 2009 고객감동경영대상 홍보비

오는 12월17일 최종심사를 앞둔 ‘2009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 역시 수상에 선정된 기업들(대기업 2천만원, 중소기업 1200만원)은 내년 1월9일까지 돈을 입금해야 한다. 오는 24일까지 응모를 진행하는 ‘제7회 신품질상’도 신청비로 종합대상 900만원, 혁신대상·사회적 책임부문 대상 500만원, 글로벌 시스템 대상 300만원을 내야 한다.

▲ 2009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 홍보비

지난달 26일 시상식이 개최된 ‘2008 사회공헌기업대상’은 대기업은 2500만원, 중소기업은 1500만원을 11월20일까지 입금하게 돼있었다. 10월22일 시상식이 열린 ‘2008 대한민국 인재경영대상’의 경우도 대기업은 2천만원, 중소기업은 1200만원을 내야 했다. 이 상은 기업, 리더십, 글로벌인재육성, R&D인재육성, 인재교육 등 8개 부문에서 상이 수여됐다.

▲ 2008 사회공헌기업대상 홍보비
▲ 2008 대한민국 인재경영대상 홍보비

9월18일 시상식이 개최된 ‘2008 가치창조경영대상’은 건설, 서비스, 제조, 공공, 고객가치, 글로벌 가치, 디자인 가치, 브랜드가치 등 17개 부문에서 상이 수여됐으며 대기업은 2천만원, 중소기업은 1500만원, 경영인은 3천만원을 9월10일까지 입금하도록 하고 있었다.

▲ 2008 가치창조경영대상 홍보비

7월24일 시상식이 개최된 ‘2008 서비스경영대상’은 공공, 교육, 금융보험, 문화레저 등 13개 부문에서 대상 또는 최우수상이 수여됐으며 수상에 선정된 기업들은 2500만원을 입금하게 돼있었다. 경쟁력향상, 기업가치경영, 글로벌시장경영, 노사화합 등 11개 부문에서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이 수여된 ‘2008 글로벌리더상’(시상식 2008년 8월29일 개최)도 수상 기업은 3천만원을 내게 돼있었다. ‘2008 친환경경영대상’(시상식 2008년 6월26일 개최)도 수상한 대기업은 2천만원, 중소기업은 1200만원을 내게 했다.

▲ 2008 서비스경영대상 홍보비
▲ 2008 글로벌리더상 홍보비
▲ 2008 친환경경영대상 홍보비

‘2008 대한민국 명품브랜드대상’(시상식 2008년 6월12일 개최)도 수상 기업들에게 2500만원을 요구했으며, 작년에 개최된 ‘2007 대한민국 명품브랜드대상’도 홍보비로 2500만원을 내게 돼있었다. 작년에 치러진 ‘제10회 한경마케팅대상’과 ‘2008 고객감동경영대상’도 홍보비로 2500만원을 요구했다.

▲ 2008 대한민국 명품브랜드대상 홍보비. 2007년과 같은 금액이다
▲ 2008 고객감동경영대상 홍보비
▲ 제10회 한경마케팅대상 홍보비

‘2008 산업안전경영대상’(시상식 208년 3월27일 개최)의 경우 대기업은 2천만원, 중소기업은 1200만원을 내야 했다. ‘2008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시상식 2008년 1월16일 개최)도 같은 단가로 대기업은 2천만원, 중소기업은 1200만원이다.

▲ 2008 산업안전경영대상 홍보비
▲ 2008 대한민국 기술혁신경영대상 홍보비

2007년 7월19일 시상식이 개최된 ‘2007 글로벌비즈니스경영대상’은 대기업은 2천만원, 중소기업은 1천만원, 경영인은 3천만원을 내야 했으며 ‘2007 대한민국 가치창조경영 대상’(2007년 10월11일 시상식 개최)은 대기업의 경우 1800만원, 중소기업 1200만원, 경영인 3천만원을 내게 돼있었다. ‘2007 사회공헌 기업대상’(2007년 11월15일 시상식 개최) 도 대기업은 2500만원, 중소기업은 1600만원을 내야 했다.

▲ 2007 글로벌비즈니스경영대상 홍보비
▲ 2007 대한민국 가치창조경영 대상 홍보비
▲ 2007 사회공헌 기업대상 홍보비

모 대기업 계열사 홍보대외담당자는 “한경, 매경 등에서 일년에도 수십번씩 요청이 들어 온다. 자신들이 부장, 차장이라고 하면서 마치 통신판매 하듯이 다짜고짜 사장을 찾는다. 할인된 금액으로 해주겠다고 할 때도 많다”며 “우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닌데도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요청을 해오는 것을 보면 일반 소비자 대상 기업들에겐 훨씬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일부 인터넷 매체와 지역 매체에서 크게 보도했지만 이른바 주류 언론에서 한 줄도 보도하지 않은 건 모든 주류 언론과 ‘상매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 대외협력부 관계자는 “모든 시상은 사업 성격이기 때문에 당연히 돈을 받는다. 시상에 대한 홍보비 명목이다”며 “‘돈 받고 상 준다’는 비판은 당연히 나오는 것이다. 한경만 그러는 게 아니고 다른 언론사들도 다 그러니 한번 비교해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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