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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국정화’ 검증 72.5건하는 동안 MBC는 18건 ‘받아쓰기’역사교과서 국정화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 잇따라
권순택 기자 | 승인 2015.10.29 11:13

박근혜 정부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학계와 시민사회 등의 ‘반대성명’이 잇따르는 등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집필 거부 선언을 왜곡보도하거나 기사 수를 줄이는 등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지상파는 ‘의제설정’ 기능을 잃을 정도로 무능한 보도 행태를 보였는데 JTBC가 이와 관련해 72.5건의 보도를 하는 동안 MBC는 18건의 리포트만이 배치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이완기·박석운)은 28일 <국민 여론은 모른 채 하고 정권의 나팔수 노릇하는 언론>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신문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10월 13일~23일)와 방송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주말뉴스 토일>), 채널A <종합뉴스>(10월 12일~10월 26일)를 대상으로 했다. 국무회의에서 44억 원을 예비비로 제출하는 것을 결의하는 등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본격 착수한 이후부터다.

경향·한겨레 “과거로 회귀…청와대가 사회갈등 부추겨” VS 조중동, “독립 집필기구 만들면”

   
 
민언련은 신문 모니터 결과,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보도량이 압도적으로 많고 중앙일보는 적었다”며 “당청 간 5자 회담 주제로 거론되면서 전반적인 보도량이 증가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련 보도를 축소하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모니터 기간 경향신문은 128건, 한겨레 124건, 조선일보 72건, 동아일보 67건, 중앙일보 49건의 기사를 실었다. 관심의 지속 정도 또한 차이가 났는데, 경향신문은 13일부터 19일까지 7일간 연속 1면 TOP에 배치됐다. 한겨레는 6일간 국정화 이슈가 TOP으로 올랐다. 반면, 동아일보는 3일간, 중앙일보는 2일간, 조선일보는 1일(13일)밖에 머리기사로 배치하지 않았다.

보도의 논조도 차이가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청와대가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과거로의 회귀”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조중동은 “독립 집필기구”, “정치·경제·사회학자”, “헌법정신·사실” 등의 표현으로 국정교과서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역사학계와 교육계,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는 사실상 묵살됐다.

   
 
조중동은 국정화 교과서 집필을 거부한 학계의 주장도 왜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14일 <교과서 집필진, 교육부 수정 명령에 불복 소송전> 기사에서 “6.25 전쟁 책임이 남북한 모두에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자료”와 “북한의 주체사상 등을 그대로 소개하지 말라”는 교육부의 지적에도 “7종 교과서 중 교학사를 제외한 6개 출판사 일부 집필진이 수정명령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15일에도 <남, 최루탄·곤봉에 피 흘리는 사진…북, 웃는 김정일과 로켓 발사> 기사에서 “한국사 검정 교과서 중에는 북한 핵 개발과 주체사상, 남북 관계 같은 날카로운 쟁점에 대해 양비론적 관점을 취하거나 모호한 표현으로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구절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그러나 현행 검정 교과서에는 실제 문제적 표현이 없거나 이미 교육부의 지도로 수정이 완료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같은 기간, 한겨레는 <모든 교과서에 ‘김일성 주체사상 비판’ 있다> 기사에서 “모든 검정 교과서는 주체사상을 비롯한 북한 체제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경향신문 또한 <야 “좌편향 대목, 어떤 교과서 몇 쪽이냐”>를 배치해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의 “미래엔, 지학사, 천재 교육 등에 분명히 ‘남침’으로 기술돼 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조선일보 등이 사실상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기사를 쏟아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학계의 국정화 반대선언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무보도’로 일관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15일 <집필 참여했다간 어용학자 낙인찍힐 판> 기사를 배치하는 등 한발 더 나아가 집필 거부에 나선 학계에 대해 불만담은 기사를 배치했다.

   
 
민언련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매체별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을 국정화 사태의 ‘주요 책임자’로 부각한 반면, 조중동은 박근혜 대통령을 주변인으로 소극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JTBC 72.5건 보도할 동안 MBC는 18건 보도

지상파의 소극적 보도 역시 극명히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니터 기간 KBS는 이 문제와 관련해 22.5건의 관련 리포트를 배치했다. MBC는 18건, SBS 19건, JTBC 72.5건, TV조선 57건, 채널A 33.5건이었다. 민언련은 “종편에 비해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보도건수가 전체적으로 적다는 점은, 국민이 알아야 할 주요 이슈에 대해서 지상파들이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방송뉴스의 차이는 12일 정부가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고 발표한 시점부터 확연히 갈렸다. 같은 날 KBS와 TV조선은 정부가 발표한 국정 교과서의 명칭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는 타 매체에서 ‘국정화’라고 표시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국정 교과서 논란에서 두드러진 방송사는 JTBC였다. 모니터보고서에 따르면, JTBC는 총 19.5건의 보도로 학계와 교수, 대학, 전 국사편찬위원장, 시민단체 등 다방면의 입장을 시청자들에 전달했다. 반면, 채널A와 TV조선은 각각 3건과 2건만 반대여론을 보도했다. 지상파의 경우, KBS는 1.5건을 보도했고 MBC와 SBS에서 반대여론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송뉴스의 ‘받아쓰기’ 행태는 국정화 이슈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민언련은 “정부와 여당 입장 받아쓰기는 MBC가 38.9%로 가장 높았다”며 “찬반 나열은 KBS가 42.2%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TV조선과 채널A 또한 반대 입장 보도에 비해 턱없이 높은 비율로 받아쓰기 보도를 했으나 지상파 3사는 무려 70%에 달하는 보도를 그에 할애했다”고 지적했다.

TV조선과 채널A는 모기업인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마찬가지로 ‘좌파’ 마녀사냥에 나서기도 했다. TV조선은 12일 <‘북한 학살’ 없고…노동운동 부각>, 채널A는 12일 <“6.25 북침에” 응답에 ‘국정화’ 굳혔다>라는 리포트를 통해 기존 검정 교과서들이 북한을 찬양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만 묘사했다는 ‘좌편향’ 논란을 들이댔다. 정부여당의 논리 그대로다. TV조선은 15일 <편향수업 신고…보수단체 항의>, <편향된 교사들 이런 발언도> 등 8건의 보도로 일부 교사들을 ‘좌편향’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문제는 발언의 앞뒤를 자른 채 보도해 실제 교사의 발언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결국 TV조선은 신문에 이어 방송뉴스를 통해서도 이 문제를 왜곡보도 했다는 게 민언련의 설명이다. TV조선은 13일 <강남 교과서 “박정희 더 일찍 죽었어야” 수업…학생 반발> 리포트를 통해 강남 한 고교에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그때 죽었으면 대통령 두 자리는 확실하게 바뀌어요’라고 말하는 영상을 틀었다고 보도했다. 민언련은 “이는 명백한 왜곡”이라며 “한홍구 교수의 발언은 1948년 여순반란 사건 이후 숙청 책임자인 김창룡이 국군에 침투한 남로당 프락치였던 박정희를 같은 만주국 출신이라 살려준 덕에 우리 역사가 바뀌었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창룡이 박정희를 그때 죽였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발언이 ‘박정희 죽였어야’라는 저주로 둔갑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같은 기간 JTBC는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검증에 매달렸다. 12일 <남은 건 17개월…졸속 우려> 등 7건의 리포트를 통해 국정화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집필 기간, △에비비 편성의 문제, △역사전공자 등 부족한 필진(집필거부 등으로 인한), △교육 과정 고시 우반, △반상회를 통한 구시대적 홍보 등의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불붙은 이념전쟁…청와대는 거리두기> 리포트를 통해서는 “이념 전쟁이 벌어지면 보수층이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난다”며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가 이른바 이념 갈등인데, 그것을 정치가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타 방송뉴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꾸짖음이다.

민언련은 “교육부가 국정화 공식 선언 이전부터 별도의 팀을 꾸려 청와대 지시대로 국정화를 추진한 정황이 ‘비밀TF’의 존재로 밝혀지고 있다”며 “정당성도 합법성도 없는 정부의 강행으로 인해 국정화에 저항하는 여론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지상파 3사는 교육부 국정화 사태에 받아쓰기 보도로 일관하며 귀를 막고 있고 tV조선과 채널A는 ‘좌편향’ 트집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절망적인 한국 사회의 언론 지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교과서 국정화’는 사라지고 ‘이념 논쟁’만 남는다”

   
▲ 지상파 3사, 종편 4사의 저녁종합메인뉴스 중 국정교과서 관련 보도. 2015년 10월 12일 ~ 10월 23일(자료=공공미디어연구소)
같은 날, 공공미디어연구소(이사장 양문석) 또한 <커뮤니케이션 리포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무엇이 문제인가?’ 보고서에서 “전체 188 건의 보도 중 지상파는 50건(26.6%)에 그쳤다”며 “지상파는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고 종편은 ‘말을 많이 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KBS는 친절하게 새로 만들어질 교과서가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는 설명을 붙였다”, “TV조선과 채널A는 한홍구 교수의 강의 영상을 ‘좌편향’ 역사수업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교사는 수업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수업의 진행 전후 맥락을 알려줘야 했다”고 지적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보도 역시 일련의 정치보도와 마찬가지로 이념논쟁과 그에 따른 여야의 대립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면 왜 문제인지를 따져보는 보도는 찾기 어려웠고, ‘역사전쟁’, ‘두 동강’, ‘사생결단’ 등과 같이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여야공방을 주로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교과서 국정화라는 실재는 사라지고 이념 논쟁만 남는다”고 우려했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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