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방송’이라는 위상과 역할을 갖고 있지만 아리랑TV에 대한 법적근거는 미비한 상태다. 아리랑TV의 설립근거를 만드는 <아리랑국제방송원법안> 제정안은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로 계류 중이다. 그러나 해당 법률안은 여전히 ‘논의중’인 채 19대 국회 종료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리랑TV 구성원들을 비롯한 언론노동자들이 해당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나선 까닭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28일 국회 앞에서 <공익적 국제방송 위한 아리랑 국제방송원법 늦출 수 없다>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아리랑국제방송이 존재 근거를 갖기 위해 싸워온 지 10년”이라며 “말하자면, 떳떳한 목적으로 태어났는데 무적자로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을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리랑국제방송은 97년 2월 개국한 뒤로 벌써 18년 6개월이 훌쩍 지났다”며 “문민정부에서 시작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까지 오는 동안 호적이 없는 상태였다는 의미이다. 이제 이 같은 상황을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28일 국회 앞에서 <공익적 국제방송 위한 아리랑 국제방송원법 늦출 수 없다>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미디어스)
“아리랑TV 태어난 지 18년도 넘었는데 여전히 무적자…방석호와 별개로 봐달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3월 <아리랑국제방송원법>을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로 공을 넘겼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원회에 회부된 채로 ‘논의중’이다. 아리랑TV 설립근거법은 2001년부터 국회에 제출됐으나 관련 정부부처 간 첨예한 이해관계로 번번이 처리가 무산돼 왔다. 현재 아리랑TV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에 귀속돼 있으나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리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해 재정을 지원받고 있다. <아리랑국제방송원법>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반대했던 이유이다.(▷관련기사 :아리랑TV, 낙하산 사장 방지 법안 이번에는 만들어질까)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법률안에 ‘방통위도 업무·회계·재산에 대해서 감독한다’라는 문구를 포함하는 데 합의했다. 어느 때보다 법안 통과가 유력시됐지만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29일 국회 법사위 제2소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으나 해당 법안이 상정될지 여부조차 미지수다.

기자회견에서 언론노조 아리랑TV지부 이은서 지부장은 “아리랑TV 근거법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십여 년 동안 구성원들이 노력을 많이 했다”며 “그렇지만 주변 환경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방해가 많다”고 개탄했다. 그는 “KBS월드는 아리랑TV와 목적과 사업, 시청대상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방송 근거법 마련에 항상 부정적 입장은 견지하며 국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석호 사장이 KBS 이사와 KISDI원장 시절 재직하면서 보인 행보 등이 옳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아리랑국제방송원법안>은 그와 별개로 10년 전부터 추진해왔던 법”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내에서 ‘방석호 사장의 업적으로 남겨줄 수 없다’는 기류가 감지된다는 얘기다.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은 2008년 KBS 정연주 사장 시절 정부여당 추천 KBS이사로서 해임에 찬성하는 등 방송장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은서 지부장은 “아리랑TV는 대한민국의 해외 홍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태어났다”며 “그러나 기재부가 경상비를 지원해주지 않으면서 남아있는 기금으로는 1~2년밖에 사용할 수 없다. 기금이 고갈되면 아리랑국제방송의 존립 자체가 위기인 셈”이라고 우려했다.

“오직 법률안 취지만 봐달라…글로벌 위상 ‘국제방송’이 국내에선 법조차 못만든다?”

미디어발전협의회 박세진 의장(언론노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지부장)은 “코바코 또한 2008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면서 2012년 <방송광고판매대행에관한법률(미디어렙법)>이 만들어지기까지 경험을 통해 현재 아리랑국제방송 지부 조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껴, 심정을 잘 알고 있다”며 “만일, 법안이 만들어질 당시 이원창 전 사장을 봤다면 통과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다양성 등 존재가치를 위해서 통과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리랑국제방송원법안> 또한 오직 법률안의 취지만 보고 상식적으로 판단해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 장지호 지부장은 <아리랑국제방송원법안>에 대해 “아리랑TV의 위상에 걸맞은 이름을 국가에서 보증해주는 법”이라면서 “10년의 투쟁 역사상 19대 국회에서야 말로 아리랑국제방송이 주민등록증을 갖게 되는 가장 근접한 상황이다. 그것을 한 사람(방석호 사장)의 업적처럼 취급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협의회 김강산 의장(국민체육진흥공단 노조위원장) 역시 “글로벌 위상을 갖는 아리랑국제방송이 국내에서는 설립 근거법조차 통과가 어렵다고 한다면 그것은 국회의 무능”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7월 1일 제2소위원회에서는 <아리랑국제방송원법>이 상정돼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국회 전문위원들은 양 부처가 합의한 문구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감독권자는 문체부 장관인데 방통기금이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방통위와 협의를 하도록 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의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해 룰을 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수정 제안을 하면서 논의는 틀어졌다. 양 부처가 합의한 문구를 ‘방송통신발전기금이 지원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한다’라고 바꾼 것이다. 이에 방통위 허원제 부위원장은 “(수정)조문에 방통위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안심사소위는 이와 같이 △감독권자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 수정안, △국제방송발전협의회 운영 및 KBS월드와의 협의, △국외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비상근 제외 미정리 등을 이유로 해당 안건을 차기 회의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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