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기획 쌈> '얼마나 믿으십니까? 민심, 당심…여론조사'편의 한장면이다. 애쉬의 동조실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답변이 본인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보여줬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손학규 후보는 여론조사 때문에 웃다가 울었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범여권 유력후보로 거론되어 한나라당을 탈당까지 하며 경선에 뛰어들었더니, 결국 여론조사 결과 때문에 정동영 후보에게 밀렸다.

민심이 들끓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을 분석하기 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여론조사 결과 자체를 신뢰할 수 있을까?

10월 22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쌈> '얼마나 믿으십니까? 민심, 당심…여론조사'편은 최근들어 선거의 흐름을 좌우하고 있는 여론조사의 진실을 추적했다.

<쌈>은 대통합민주신당 경선과정에서 여론조사결과 반영 비율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후보들의 모습을 보여준 뒤, 국내의 여론조사 기관들을 찾아가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물었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도 들었다.

여기에 흥미로운 실험 하나가 나온다. 애쉬의 동조실험이다. 표준막대를 하나 보여주면서 다른 A,B,C 막대를 제시하고 똑같은 막대가 무엇인지를 고르는 문제다. 정답은 B지만, 모두 A라고 대답하게 한 후 피실험자의 반응을 살폈다. 막대의 크기처럼 사실관계가 명확한 질문에서도 피실험자들은 A라고 다른 사람의 답을 따라하거나, B라고 말하면서도 한참을 머뭇거렸다.

이 실험에서도 드러나듯이 해답이 명확하지 않는 질문에는 많은 사람들의 답변이 자신의 의견에 영향을 미친다. 즉 여론조사의 결과는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과를 보고 자신의 입장을 빨리 포기할 수도 있고, 더 강력해질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론조사결과에 따른 보도나, 여론조사 결과로 후보를 정하는 방식이 위험한 이유다.

이러니 여론조사 기관은 하나의 권력이 되어버린다. '여론조사는 과학적이다'라는 맹신아래에서 결과에 따라 민심을 조종할 수 있게 됐다. <쌈>은 여론조사기관의 주요 대표들이 각 대선후보들의 캠프에 들어가 선거전략을 짜고 있는 행태도 비판했다.

문제는 이렇게 여론조사 결과가 이슈가 되면서 정책선거가 사라지게 한다는 데 있다. 시민단체는 수치변화에만 매달리는 언론을 향해 '경마식 보도'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지만 변화가 없다.

제작을 맡은 김현수 PD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의 보도형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BBC등 외국언론에는 통계나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할 때 일정한 원칙이 있다. 절대 수치를 헤드라인으로 뽑지 않고, 조사결과로 단독기사를 쓰지 않는다. 여론조사 결과는 후보자들을 분석하는 기사에서 하나의 참고자료 정도로만 이용한다."

"언론이 민심의 변화를 여론조사 결과로 추적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같은 회사에서 같은 방식으로 같은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각기 다른 회사에서 나온 조사결과들을 아무 설명없이 나열하고 있다. 이는 과학적으로 여론이 변했다고 입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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