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회사 쪽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를 상대로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대해 지난 8일 법원이 가처분 신청 중 일부를 받아들여, 9일로 145일째 계속되고 있는 YTN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YTN노사는 이번 가처분 인용으로 YTN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이라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회사 쪽은 ‘YTN 정상화’의 계기로 바라보는 반면, 노조는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투쟁을 더욱 가열차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YTN은 “노조의 투쟁이 언제까지 노조원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겠냐”며 회사 정상화의 첫 걸음으로 보는 반면, 노조는 기존의 투쟁 의지에는 변함이 없되, 다만 방식의 변환이 있을 뿐이라고 회사 쪽 주장을 일갈했다.

▲ 12월9일로 YTN노조가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을 시작한지 145일이 됐다. ⓒ송선영
가처분 결정 하루 뒤인 9일 오전 7시25분 경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에 도착한 구본홍 사장은 간부 10여명과 함께 17층 사장실로 향했다. 이는 지난 7월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약 40여초 만에 사장으로 선임된 뒤 처음 있는, 법적으로 보장받은 ‘정상’ 출근이었다. YTN노조 30여명은 가처분 결정에 해당되지 않는 구호인 “구본홍은 물러가라”를 외치며 ‘구본홍 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으나, 물리적으로 구 사장의 출근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구 사장은 이날 실·국장회의에서 “노조원들이 정상출근을 허용한 것은 법의 명령을 지켜가면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긍정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회사는 원칙을 지켜나가되 노조원들이 상생의 동반자라는 생각을 갖고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당부했다고 YTN은 전했다.

YTN “구 사장 정상 출근 가능해져…곧 취임식 할 것”

YTN은 이번 가처분 결정으로 구 사장의 정상 출근이 가능하게 된 것을 비롯해, ‘YTN 정상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미뤘던 사장 취임식을 이른 시일 안에 하는가 하면 기자들을 상대로 공식 기자회견을 여는 등 대외적 활동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YTN의 한 관계자는 “(구 사장이) 여느 회사 사장과 마찬가지로 사장실에 출근하게 됐으니까, 이제 곧 회사가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며 “노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장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게 되면 약간의 잡음이 있겠지만 옛날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장이 징계를 당한 노조원들을 충분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징계 당한 노조원들을 놔두면서까지 회사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회사가 정상화되면 노조원에 대한 징계가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간부도 “사장이 사장실에 들어오게 돼서,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정상적인 업무를 하게 됐다”며 “이번 가처분 결정으로 YTN이 정상화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구 사장은 오늘 오전 출근해 실·국장 회의를 주재했으며, 사실 정상적인 첫 출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사원들에게 고맙다’ ‘그동안 노력해줘서 고맙다’ ‘잘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가처분 조정 과정에서 회사는 노종면 지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를 풀겠다는 것이 중재안을 가지고 있었고, 누군가가 YTN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징계를 풀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사장이 회사 정상화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간이 되면 타협의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 12월9일 YTN노조원 100여명이 YTN타워 후문에서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송선영
법원 조정 결렬…YTN “선별 복직” YTN노조 “전원 복직”

앞서 YTN노사는 가처분 결정에 앞서 세 차례의 조정을 했으나, 노사 간 이견으로 결국 결렬됐다.

YTN은 조정 과정에서 △사장 출근 저지를 하지 말 것 △노조 주장을 방송에 반영하지 말 것 △인사 명령 준수 △구 사장 취임식 △노종면 지부장과 현덕수 전 지부장을 제외한 노조원 31명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했으며, YTN노조는 해고자 6명에 대한 전원 복직을 포함한 33명에 대한 징계 철회를 주장했다.

지난 8일 재판부의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 몇 시간 전, YTN노조가 “노조원 전원에 대한 징계 철회”를 주장하자 YTN은 이후 노종면 지부장을 제외한 노조원 32명에 대한 징계 철회안을 들고 나와 다시 조정에 임했다. 앞서 YTN노조는 지난 12월5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선별 복직 거부를 19 대 3으로 결의한 바 있다.

8일 노종면 지부장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노조원의 징계를 푸는 안을 받아들이려 했으나, 다른 노조원들이 “지부장을 제외하고 징계를 풀 수는 없다”며 강력 반발해, 회사 쪽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조정이 결렬 된 것으로 전해졌다.

YTN노조 “구본홍 투쟁, 새로운 국면 진입”

반면 YTN노조는 “그동안 YTN이 정상화되지 못한 것은 오히려 구 사장 때문”이라면서 “이번 결정으로 공정방송 사수와 구본홍 퇴출을 위한 투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YTN노조는 재판부가 노조의 투쟁 방식에 제한을 가하는 결정을 내린 만큼, 가처분 결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구본홍 반대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낙하산 사장 반대’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노조원들의 중론이다.

▲ YTN지부 노종면 지부장. ⓒ송선영
YTN노조는 8일 발표한 성명에서 “재판부의 결정과 투쟁의 명분 사이에서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공정방송 사수와 구본홍 퇴출을 위한 합리적인 투쟁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며 “YTN을 둘러싼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구본홍 사퇴만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YTN노조원 100여명은 9일 오전 7시30분부터 YTN타워 후문에서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을 열어 기존의 ‘구본홍 반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노종면 지부장은 “어제 가처분 결정으로 △업무방해 △행동 제한 △특정 공간 점유를 할 수 없게 됐다”면서 “회사 내에서 구본홍씨를 만나면 악수와 인사를 거부하고 개인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라”고 말했다.

노 지부장은 “YTN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재승인 심사가 끝날 때까지 새로운 투쟁은 하지 않겠다”면서 “구본홍씨가 사퇴하는 것이 이 싸움의 끝”이라고 강조했다.

법적 출근길 보장받은 구 사장, 입지 다질 수 있을까?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밀려 외부 직무실과 외부 회의실을 전전하던 구 사장이 사장 선임이후 145일 만에 법적 출근길을 보장받게 됐다.

출근을 보장 받은 구 사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대외적인 사장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노조원 6명에 대한 해임 등을 비롯한 구 사장 행위에 대한 안팎의 비난 여론이 높은 만큼 YTN 사장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145일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YTN노조가 이번 결정을 계기로 또 한 번 ‘21세기형 투쟁’을 전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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