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방송평가 규칙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이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한 결과를 현행보다 최대 2배 반영해 ‘감점’을 늘리는 방안이다. 특히 방송평가 규칙을 심의하고 제안하는 심의기구인 방송평가위원회(위원장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를 우회한 ‘직권상정’ 방식일뿐더러 공정성 평가와 관련해 직접 발주한 연구과제 결과가 나오는 시점(11월 말) 전에 단독으로 규칙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방통위 사무처는 방송평가의 감점 항목 중 방통심의위의 방송심의 위반 배점을 최소 1.5배로 늘리고, 이중 ‘공정성·객관성 심의·제재 결과’를 2배로 강화하는 내용의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을 10월 초 위원회에 보고했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1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사무처가 제안한 내용을 상임위원 티타임에서 두 차례 정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방통위 편성평가정책과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23일 위원회 전체회의에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라며 “규칙이 개정되면 곧바로 행정예고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 방송통신위원회(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방통위 내에서조차 “규칙 개정안은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사에 대한 표적심의로) 공정성 논란이 있는 방통심의위를 통해 방송을 통제하려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심의위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6대3 구조다. 정부여당에 의한 ‘표적심의’과 제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심의위가 자의적으로 특정 보도와 방송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의하고 제재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상황에서 심의위를 통한 감점 강화는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을 더 옥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평가는 방송사의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큰 비중으로 반영된다. 일례로 2014년 초 진행한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재승인 심사 당시, 방송평가 비중은 35%(총점 1000점 중 350점)였다. 재허가·재승인 심사위원회가 평가하는 750점 중에서도 심의위의 제재 결과가 중복 감점되는 경우도 있다. 대다수 방송사업자가 ‘턱걸이’로 ‘조건부 재승인(또는 재허가)’ 되는 점을 감안하면 방통위의 ‘감점 강화’ 추진은 방송사 경영진에게 큰 압박이 된다.

특히 방송통신심의위가 보도·시사프로그램의 공정성·객관성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고 있고, 방통위가 심의위를 통해 방송평가 감점을 강화하는 방식은 방송사의 ‘자기검열’을 강화해 결국 ‘보도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시점도 문제다. 포털에 대한 정부여당의 압박, 교과서 국정화와도 맞물리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방송 공정성 평가 지표를 만들 목적으로 연구과제를 발주했는데, 방통위 사무처는 11월 말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 단독으로 규칙 개정안을 만들었다. 편성평가정책과 관계자는 “연구과제 결과가 나오면 그때 가서 또 개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방송평가 심의기구인 방송평가위원회도 우회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현재 심의위의 제재는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방송의 객관성·공정성 심의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심의위 제재 결과를 바탕으로 방송평가 감점을 늘리는 것은 특정프로그램에 대한 표적심의와 특정언론사를 옥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규칙을 또 바꾸면 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규칙은 ‘전구를 갈아 끼우는 것’이 아니다. 여러 의견을 반영해 제대로 된 방송평가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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