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무리는 더러운 좌파’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KBS 조우석 이사에 대해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회적 소수자들을 혐오하는 인물이 공영방송으로서 공적책무를 수행하는 KBS 이사직을 갖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지난 15일 <혐오를 선동하며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공격한 KBS 조우석 이사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KBS 조우석 이사는 지난 8일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가 주최한 <동성애·동성혼 문제 어떻게 봐야 하나> 토론회에서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고 저 또한 확신한다”, “좌파는 무식한 좌파, 똑똑한 좌파, 더러운 좌파 세 종류가 있다. 더러운 좌파는 동성애자 무리를 가리키는 저의 카테고리”라고 발언한 바 있다.

▲ KBS이사회 조우석 이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KBS 조우석 이사의 인신 모독과 혐오 발언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공공연한 모욕과 낙인찍기가 버젓이 벌어지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참담함과 분노를 느꼈다”며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한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단체들이 개최한 토론회 자체가 혐오의 난장이었지만 특히 조우석 이사가 펼친 주장은 ‘성소수자 혐오’, ‘에이즈 혐오’, ‘빨갱이 혐오’ 등 소수자를 차별하고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저열한 인식의 향연이자, 색깔론과 혐오를 결합한 전형적인 매카시즘, 마녀사냥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한국사회 소수자를 차별하는 자가 공영방송 KBS 이사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라며 “조우석 이사는 지난 14일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를 하라’는 요청에도 ‘KBS이사로서 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거부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KBS 이사로서 책무에 관심이 없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주장했다.(▷관련기사 :“동성애자=더러운 좌파” 조우석 이사, 사과 요구 거부)

<방송법> 제44조(공사의 공적 책임)는 KBS와 관련해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한다”, “시청자의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프로그램·방송서비스 및 방송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동법 1조(목적)는 “방송은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49조(이사회의 기능)에서는 KBS 이사들로 하여금 ‘KBS가 행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토록 하고 있다. 결국, KBS이사의 역할이라는 것은 KBS가 시청자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등의 공적책무를 잘 하고 있는지 심의해야 하는 자리라는 얘기다. 사회적 소수자를 혐오하는 인사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뉴라이트 계열, 친박, 극우 인사로 유명한 조우석은 이미 화려한 망언 이력을 갖고 있다”며 “KBS 이사 응모 과정에서는 ‘KBS는 반정부 선동 방송’이라고 했고,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 강연회>에서는 ‘박정희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을 포함해 지도자들을 나쁘게 평가하는 것을 주도하는 세력은 좌파’라며 저급한 추종과 비난을 일삼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런 비뚤어지고 반민주적인 인식을 가진 자에게 인권이나 존중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적의의 선동은 국제인권법 상의 범죄”라고 KBS 이사직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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