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지칭하고 동성애자를 ‘더러운 좌파’라고 하는 등 원색적인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조우석 KBS이사가 이사회 내부에서 나온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14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6층에서 KBS이사회가 열렸다. 안건은 ‘사장 선임 결의 방법의 건’으로, 구체적으로 특별다수제에 대해 ‘비공개’로 논의할 예정이었다. 특별다수제란 사장 선임 등 중요 안건에 대해서는 재적이사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 의결하는 제도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회의에 앞서 여당 추천 조우석 이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조우석 이사는 지난 8일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가 주최한 <동성애·동성혼 문제 어떻게 봐야 하나> 토론회에서 “문재인이 공산주의자라고 저 또한 확신한다”, “좌파는 무식한 좌파, 똑똑한 좌파, 더러운 좌파 세 종류가 있다. 더러운 좌파는 동성애자 무리를 가리키는 저의 카테고리”라고 발언한 바 있다.

▲ KBS이사회 조우석 이사

KBS 야당이사 4인(전영일·권태선·김서중·장주영)은 공식석상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조우석 이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야당이사들은 이사회 직후 성명을 발표해 “조 이사는 KBS이사로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사회통합에 기여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 소수자를 공격하거나, 특정 공당의 대표를 근거 없이 공산주의자라고 이념적 낙인을 찍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야당이사들에 따르면 조우석 이사는 ‘KBS 이사로서 한 발언이 아니고, 토론회에서 공식적인 발언을 한 것이므로 문제없다’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우석 이사와 이인호 이사장은 사장 선임 관련 논의와 조우석 이사의 발언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이사들은 “사장 선출 시기에 사장 선임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만 한다고 본다. 사장 선임 시기에는 이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선임절차의 공정성, 신뢰성을 위해 매우 중요함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우석 이사가 야당이사들의 사과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이날 이사회는 본 안건이었던 ‘특별다수제’ 논의도 하지 못하고 결렬됐다. 야당이사들은 “우리는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현명한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조차 하지 않은 조 이사의 태도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KBS이사회는 오는 19일 오후 4시, 이사회를 열어 ‘사장 선임 결의 방법의 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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