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예체능이 원했던 것은 당연하게도 운동(스포츠)와 예능(엔터테인먼트)이 결합된 스포테인먼트였을 것이다. 예능의 양적 팽창은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한 장르와 결합을 가져왔지만 사실 예능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좀처럼 스포테인먼트는 쉽지 않다.

예능과 운동은 마치 등을 맞댄 것처럼 가까우나 한없이 멀 수도 있는 관계일 수도 있다. 한참 내리막을 타던 강호동이었음에도 이것만은 잘하리라 기대했겠지만 의외로 강호동은 그간 우리동네예체능이 해왔던 아홉 종목에서 중심에 서지 못했다. 결코 짧지 않은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강호동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
그의 주종목인 씨름과 너무도 닮아있는 유도에서 강호동은 아주 조금씩 존재와 기대를 키워가고 있다. 강호동은 서두르지 않지만 필요한 때에 이 종목의 에이스는 자신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알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웃기기 위한 기회와 노력을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최선, 최강의 파트너를 만난 것도 강호동과 우리동네예체능에 청신호라 할 수 있다. 이미 첫 방송에서 화제가 됐던 비운의 유도스타 조준호의 끊이지 않는 예능감은 지금까지 종목에서는 없었던 호재다.

본격 기술편으로 들어간 두 번째 방송에서도 조준호의 활약은 휴식이 없었다. 특히 참몸 이재윤과의 겨루기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굴욕을 연달아 보이면서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데 조준호의 활약은 단지 개인의 예능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도가 스포테인먼트에 매우 적합한 종목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는 사실이다.

던지고 넘어지는 것이 유도인데 그것은 코미디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슬랩스틱의 기본과도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어질 유도 시합을 통해서 우리동네예체능은 다른 때와 달리 예술 같은 한판 기술도, 몸개그도 모두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또한 그런 모든 것을 떠나서 유도는 빠르게 승부가 나는 운동이기에 매번의 승부에 긴장이 고조된다. 반드시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
그런 한편 이번 주 우리동네예체능에는 우리나라에 단 두 명만 존재하는 올림픽 여자유도 금메달리스트가 출연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김미정과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 조민선이다. 유도 역사상 단 두 명의 금메달리스트라는 전제가 상당한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데 두 전설들은 운동선수 특유의 유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미정 선수는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반인에게 유도 기술을 쓴 상대가 큰 아들이었다는 일화로 좌중을 웃게 했고, 조민선 선수는 국가대표 훈련 중 만난 중학생이었던 이원희 코치와의 인연을 통해 웃음을 선사했다. 그렇지만 유도기술을 선보일 때에는 남자 선수들이 보였던 시범과는 달리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을 보여 지켜보던 예체능 멤버들이 예술 같다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
두 여자유도 전설을 초대한 것은 생각지 못한 신선한 반전이었다. 우리동네예체능을 통해서 20년 전의 흥분과 감동을 되새길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고, 모처럼 티비 앞에 서 몸을 사리지 않고 유도 시범을 보인 것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특히 종현과 누르기 대결에서 얼굴이 긁혀 상처를 입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반가움과 즐거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

이렇듯 이번 유도 편은 흥미로운 요소가 너무도 많다. 무엇보다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씨름판을 평정했던 강호동이 샅바 대신에 유도복을 입고 멋진 한판 기술을 선보일 장면들이 너무도 기대가 된다. 이렇게 강호동에 집중된 기대와 흥분을 느낀 것이 우리동네예체능을 떠나서 참 오랜만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어쨌든 유도가 갖는 예술과 몸개그 사이의 스포테인먼트 요소를 강호동과 유도 멤버들이 어떻게 살려갈지 기대가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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