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MBC와 경남MBC가 광역화(통폐합)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양 사 사장들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임을 위해 의견수렴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임기 초 광역화를 이야기했다면 지역사정도 모르면서라는 비난 나온다”고 일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울산·경남지부(지부장 홍상순·구종호)는 13일 공동 결의대회를 열어 “다시 광역화의 광풍이 불고 있다”며 “회사는 ‘울산-경남 광역화가 회사 정책이니 따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징계하겠다’,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양사는 노조의 동의 없이 다음 달 합병 결의 이사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광역화와 관련해 노조나 구성원들의 뜻을 묻지 않았다. MBC경남 통합 과정에서 나타났던 암울한 역사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8월 최시중 방통위원장 시절 언론노조와 야당, 지역 내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창원·진주MBC를 통폐합을 다수결로 의결해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관련기사 : 방통위, 창원·진주MBC 통폐합 표결강행처리 ‘파행’)

“광역화 서두를 이유가 없다…윤길용·황용구 사장, 연임위한 실적 쌓기”

MBC본부 울산·경남지부는 “진주-창원 통폐합 이후 광역화는 지역 자율에 맡겨졌다”며 “강릉MBC와 삼척MBC, 청주MBC와 충주MBC 모두 노사 합의를 거쳐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울산MBC과 MBC경남은 이런 절차가 무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하게 추진하라’는 방통위의 권고를 위배하는 행위라는 얘기다. 실제 2014년 11월 방통위는 노사합의로 이뤄진 강릉·삼척MBC 합병을 승인한 바 있기도 하다.(▷관련기사 : 방통위, 강릉·삼척MBC 합병 ‘승인’…지역MBC 17개로 준다)

MBC본부 울산·경남지부는 ‘광역화’ 움직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울산과 경남이라는 지역을 놓고 봤을 때 ‘생활권’과 ‘경제권’, ‘행정단위’, ‘지역문화권’, ‘가시청권’ 등에서 공통분모가 없기 때문에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6년 방통위가 발간한 <지역성 개념의 제도화 방안연구>에 따르면 ‘일상 생활권’, ‘자립 가능한 경제권’, ‘지방자치 행정 단위’, ‘지역문화권’, ‘기시청권 및 타 매체 분포’ 등을 고려해 통합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울산MBC-MBC경남 통합과 관련해 MBC본부 홍상순 울산지부장은 “양산시의 경우 경상남도 소속이지만 부산권역”이라고 설명한 뒤, “두 지역이 가시청권이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 광역화는 문제가 있다. (광역화를 추진하더라도)MBC경남과 부산MBC 혹은 울산MBC와 부산MBC 통합을 먼저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MBC 측에서는 광역화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울산MBC와 MBC경남이 1단계 광역화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두 지역의 경우, 도립공원으로 인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만큼 1단계 광역화 상대는 아니라는 것이 홍상순 울산지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한 “강릉-삼척과 청주-충주 등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노사 합의를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본부 울산·경남지부는 “출퇴근이 불가능한 거리와 서로 다른 지역 정서에 구성원들이 화학적으로 결합될지도 의문”이라며 “울산과 경남에 각각 연주소를 유지하면 UHD 전환에 따른 시설 투자비용도 크게 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울산MBC-MBC경남 통합으로 인한 실익 또한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 울산MBC 윤길용 사장과 MBC경남 황용구 사장

결국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울산MBC 윤길용 사장과 MBC경남 황용구 사장이 연임을 위해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MBC본부 울산·경남지부는 “광역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울산-경남 광역화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사장의 실적 쌓기에 지니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방송사 경영진의 연임을 위해 지역민들의 알권리를 스스로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11월 양 사 경영진들은 주말뉴스(토·일)를 통합해 방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홍상순 울산지부장은 “한 달은 울산에서 뉴스를 진행하고 다음 한 달은 경남에서 뉴스를 진행하다보니 지역주민들이 외면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MBC본부 울산·경남지부는 “회사는 울산과 경남 강제통폐합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추진과정을 멈추고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의견을 정상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사장 연임을 위해? 임기 초라면 점수 따기 위해라는 비난 받기도…의견수렴 받고 있다”

반면, 울산MBC 경영진은 “충분히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목주승 울산광역화 추진단장은 “의견수렴이라는 해석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광역화 과정에서 간담회를 거쳤고 메일을 통한 궁금증에 대해 부서 및 국별로 의문점에 대해 충분한 답변을 하고 있다. 앞으로 설명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에서는 협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견수렴을 이야기하지만 회사에서 보는 의견수렴은 계속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목주승 추진단장은 ‘주말뉴스 통합’에 대해서도 “광역화를 위해 추진한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지역 내 아나운서 등 인력부족이 있었던 점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방송사에서 주말뉴스라고 하는 것이 단신처리 중심으로 가다보니 뉴스의 밀도가 떨어지는데, 두 방송사의 뉴스를 통합하다보니 밀도가 더욱 떨어지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주말뉴스는 다시 지역뉴스로 전환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MBC에서 광역화에 소극적인가’라는 물음에는 “사장단 회의에서 광역화는 결정된 상황”이라고 강조한 뒤, “다만 2단계로 추진되다보니 구체적인 논의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윤길용·황용구 사장의 연임을 위한 초석’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목주승 추진단장은 “노조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장이 임기 초에 광역화를 언급하면 지역사정도 모르면서 본사의 지시를 받고 점수를 따기 위해 추진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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