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그간 ‘냉장고를 부탁해’에 여성 게스트가 절대적으로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주는 당연히 여성 게스트, 그것도 상큼하기 짝이 없는 걸그룹 멤버 둘이 나왔는데 무려 9주 만의 일이었다. 시스타 보라와 EXID 하니. 누굴 봐도 가을을 잊을 만한 싱그러움이 가득한 얼굴들이라 보는 시청자도 즐거웠을 것이다.
시스타 보라의 냉장고를 먼저 열었다. 장유유서에 의한 당연한 순서였다. 얼마 전부터 엄마와 함께 생활한다는 보라의 냉장고는 그간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여느 연예인들과는 달랐다. 잘 정리된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딸을 향한 애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리고 연예인들의 냉장고와 달리 낯설지 않고 친숙한 내용물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5연승을 달리고 있던 중이라 이 대결의 결과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결과는 중화식 등갈비찜을 요리한 이연복의 승리였다.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결과였다고 생각되지만 그 승리보다 주목할 점은 요즘 이연복 대가의 요리 방법이었다. 이연복의 기세등등갈비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참 간단히 만들어졌다.
이 또한 간단해서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 오이와 양파를 채로 썬 후에 간마늘을 넣고 거기에 물, 식초, 간장, 설탕을 2:2:1:1의 비율로 섞어 소스를 만들다. 이후 레몬즙과 참기름, 후추, 소금으로 간과 맛을 완성한다. 이 샐러드는 딱히 등갈비찜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등갈비 레시피보다 더 눈길이 갔다.
그런 만큼 이 샐러드의 맛을 결정짓는 소스에 들어가는 양념의 비율이 중요했다. 이연복 셰프는 이 소스를 만들 때 굳이 작은 컵을 사용했다. 소주잔 정도의 크기였다. 대가로 불리는 이연복 셰프가 눈대중으로 계량을 못해서 컵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따라 만들기 쉽도록 일부러 컵을 사용한 것이었다. 물론 이번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요즘 이연복 셰프는 이 방법으로 요리를 하고 있다.
소위 대가로 불리는 명성이라면 남이 먼저 한 것은 하지 않는다. 좋은 의도라고 할지라도 괜히 표절이니, 따라 하기니 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오해까지는 받지 않더라도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연복 셰프는 소주잔을 챙겨서 덤덤하게 ‘냉장고를 부탁해’ 주방에 섰고, 오해 따위는 개의치 않는 대가의 당당함과 시청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배려를 보여주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