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그간 ‘냉장고를 부탁해’에 여성 게스트가 절대적으로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주는 당연히 여성 게스트, 그것도 상큼하기 짝이 없는 걸그룹 멤버 둘이 나왔는데 무려 9주 만의 일이었다. 시스타 보라와 EXID 하니. 누굴 봐도 가을을 잊을 만한 싱그러움이 가득한 얼굴들이라 보는 시청자도 즐거웠을 것이다.

시스타 보라의 냉장고를 먼저 열었다. 장유유서에 의한 당연한 순서였다. 얼마 전부터 엄마와 함께 생활한다는 보라의 냉장고는 그간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여느 연예인들과는 달랐다. 잘 정리된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딸을 향한 애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리고 연예인들의 냉장고와 달리 낯설지 않고 친숙한 내용물들이었다.

▲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보라가 요구한 메뉴는 ‘등갈비의 기막힌 변신’과 ‘한식재료로 만드는 셰프의 양식’이었다. 등갈비는 보라가 집에서 즐겨 먹는 재료였다. 물론 엄마의 솜씨다. 그렇지만 매운찜 아니면 구이가 보통인 등갈비 요리를 좀 색다르게 먹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등갈비를 좋아한다는 반증이기도 했는데, 어쨌든 등갈비 요리에 배정된 대결은 미카엘과 이연복이었다.

두 사람 모두 5연승을 달리고 있던 중이라 이 대결의 결과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결과는 중화식 등갈비찜을 요리한 이연복의 승리였다.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결과였다고 생각되지만 그 승리보다 주목할 점은 요즘 이연복 대가의 요리 방법이었다. 이연복의 기세등등갈비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참 간단히 만들어졌다.

▲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보통의 식당 혹은 집에서 먹던 갈비찜과 다른 점이 있다면 불린 찹쌀을 블렌더로 갈아서 간을 한 후에 등갈비에 버물려서 찐다는 점이다. 그 외에 갈비 밑간을 하고, 등갈비 잡내를 잡기 위해서 청주와 마늘을 쓰는 것은 평범하고 당연한 조치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이연복 셰프는 갈비를 찌는 동안에 주요리와 함께 곁들이면 좋은 중화풍 샐러드를 만들었다.

이 또한 간단해서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 오이와 양파를 채로 썬 후에 간마늘을 넣고 거기에 물, 식초, 간장, 설탕을 2:2:1:1의 비율로 섞어 소스를 만들다. 이후 레몬즙과 참기름, 후추, 소금으로 간과 맛을 완성한다. 이 샐러드는 딱히 등갈비찜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등갈비 레시피보다 더 눈길이 갔다.

그런 만큼 이 샐러드의 맛을 결정짓는 소스에 들어가는 양념의 비율이 중요했다. 이연복 셰프는 이 소스를 만들 때 굳이 작은 컵을 사용했다. 소주잔 정도의 크기였다. 대가로 불리는 이연복 셰프가 눈대중으로 계량을 못해서 컵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따라 만들기 쉽도록 일부러 컵을 사용한 것이었다. 물론 이번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요즘 이연복 셰프는 이 방법으로 요리를 하고 있다.

▲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사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요리가 끝난 후에 자세하게 레시피를 정리해주고는 있지만 셰프들의 숙련된 감으로 넣는 재료와 양념의 적량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방송 후에 따라 해보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대가의 배려였던 것이다. 여기서 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방법은 이미 백종원이 마리텔, 집밥 백선생을 통해서 일반화시킨 것이라는 사실이다.

소위 대가로 불리는 명성이라면 남이 먼저 한 것은 하지 않는다. 좋은 의도라고 할지라도 괜히 표절이니, 따라 하기니 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오해까지는 받지 않더라도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연복 셰프는 소주잔을 챙겨서 덤덤하게 ‘냉장고를 부탁해’ 주방에 섰고, 오해 따위는 개의치 않는 대가의 당당함과 시청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배려를 보여주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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