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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니’로 낙인찍힌 반올림, “삼성 공모자 기사는 그만”[토론회] 홍세화, “삼성 문제에 개탄만?…잡초 뽑을 생각을 해야지”
권순택 기자 | 승인 2015.10.12 18:52

“언론,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방관하더니 이제는 공모자”
“우리나라 언론은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이다”
“언론이 삼성전자 백혈병 등 산업재해에 입을 닫고 있다는 것은 양심을 판 것”

12일 국회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조정권고안’ 보도를 통해 본-삼성의 언론지배> 토론회에서 나온 성토들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언론매체들이 폄훼하고 있는 대상이기도 한 반올림의 상임활동가 임자운 변호사가 토론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07년부터 시작된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삼성-반올림 간의 교섭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이 문제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면면이 크게 바뀌었다”며 “예전에는 일부 진보성향 언론의 노동부·사회부 기자들만이 관심을 보였다면 이제는 경제부 혹은 산업팀 기자들, 특히 삼성전자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기사를 많이 쓴다”고 운을 뗐다. 이것이 삼성에 우호적이고 반대로 반올림에 대한 폄훼 기사들이 늘어나게 된 계기라는 얘기다.

“반올림 입장 기사 쓰면서 전화 한 통 안 해…방관자 언론, 이제는 공모자”

   
▲ 반올림 상임활동가 임자운 변호사ⓒ미디어스
임자운 변호사는 “삼성전자 출입 또는 경제부·산업팀 기자들은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며 “그러다보니 기본적인 사실관계 조차 틀리게 쓰거나, 삼성과 가대위 그리고 반올림의 주장을 뒤섞어 쓰거나, 조정위가 도입된 과정 등에 대해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사를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하면 좋겠는데, 별로 그럴 마음도 없는 것 같다”며 “반올림의 입장을 크게 보도하는 언론들이 정작 반올림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삼성 출입 기자들은 대부분 이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삼성에서 보도자료를 내니까 써야 해서 쓰는 거다. 하루에 써야 하는 여러 개의 기사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까지 별 관심이 없었던 이슈이고 앞으로도 그렇다. 그러니 여기 저기 전화해서 취재할 생각도 별로 없다. 그냥 친한 삼성 사람들, 주변의 다른 기자들 말 듣고 대충 야마 잡아서 쓰고 마는 것이다”_임자운 변호사가 삼성을 출입하는 경제지 기자와 나눈 대화 중

임자운 변호사는 반올림 단체에 대한 언론매체들의 왜곡보도를 문제삼았다. 이를테면 ‘반올림은 제3자’라는 보도에 임자운 변호사는 “언론들은 가대위 출범 후 삼성의 태도에 발맞춰 피해당사자의 입장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가대위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언론들은 가대위에 속하지 않은 피해자당사자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아시아경제와 서울경제는 각각 <홀로 장외나선 삼성 백혈병 피해자 “반올림은 협상 주체 아냐”>, <본말전도 반올림, 누구를 위한 눈물인가>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 기사의 보도 내용과 실제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현재 가대위에는 6명의 피해가족이 속해 있다. 이 가운데, 지난 7일 삼성이 발족한 보상위원회에 대해서는 가대위 내 피해가족 정애정 씨가 반대의사를 표하고 있다. 반올림과 피해가족들이 보상위 발족에 반대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에 연명한 피해가족은 총 56명이었다고 한다. 언론매체들이 피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 삼성의 통 큰 결단에 반올림이 몽니?…“언론이 광고 찌라시”)

‘공익법인에 반올림이 개입한다’는 것 또한 언론매체들이 자주 보도하는 내용이다. 서울경제와 한국경제는 “반올림 관계자들은 그 공익법인에서 주요 보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투쟁가들의 일자리를 만들려는 전략”이라는 등의 보도를 쏟아냈다. 이와 관련해 임자운 변호사는 “공익법인의 구성이나 운영에 반올림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곳은 없다”며 “사실 그러한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100페이지에 달하는 조정권고안에는 공익법인에 대한 설립취지와 배경 뿐 아니라 삼성이 기부하는 1000억 원에 대한 사용방향 또한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정권고안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기자라면, 반올림이 그 기구에 개입하려 한다거나 심지어 300억을 탐내고 있다는 식의 기사를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익법인의 경우 반올림이 아닌 가대위 쪽의 주장을 조정위가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임자운 변호사는 ‘반올림은 보상에는 관심이 없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우리는 보상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배제없는’ 보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교섭단’ 중심의 피해보상이야 말로 반쪽보상이라는 지적이다. 이투데이와 디지털데일리는 <피해보상보다 이슈가 먼저. 순수성 잃은 반올림>과 <단체 존속 위해 백혈병 보상 막겠다는 반올림…가족이 볼모?> 등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왜곡했다. 최근 ‘반올림이 100억 원을 더 요구했다’는 언론보도(<반올림 “매년 삼성전자 순이익 0.05% 내놔라” 황당요구>, <“삼성 매년 100억씩 더 내라” 반올림의 어깃장>)에 대해서도 임자운 변호사는 “조정권고안 중 ‘보상금에 부족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공익법인의 요청에 따라 그 부족액을 공익기금으로 추가 조성한다’는 내용을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공익법인의 사업이 종료할 때까지 매년 1/4분기 안에 전년도 순이익의 0.05%를 공익법인에 기부한다’로 바꾸자는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올림은 보상기금의 충원을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의존하는 것은 안정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정위에 절차에 따라 수정의견을 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임자운 변호사는 “삼성은 지금 자신이 약속한 것을 대놓고 파기하고 뻔뻔한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며 “아마도 자신들의 언론플레이에 따라 항상 기대한대로 움직여 주는 언론을 믿고 그러는 것 같다. 한 해에만 2조8000억 원을 쏟아 붓는다는 광고비의 효과를 믿는 것 아니겠느냐. 지난 8년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할 때에는 눈길 한 번 돌리지 않던 그 언론들이 이제는 삼성과 적극 공모해 문제를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12일 국회에서는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공동주최로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조정권고안’ 보도를 통해 본-삼성의 언론지배> 토론회가 열렸다ⓒ미디어스

“삼성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언론인들 늘어나…소비자 관점에서 실천 찾아야”

토론회에서는 삼성과 관련한 언론보도의 심각성에 대해 같이 인식하는 자리가 됐다. 삼성이 한 해에 광고비만 2조8000억 원을 배치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언론사들의 경영이 이와 분리돼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언론인들 역시 자발적인 복종기자들이 늘어나면서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세화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지도자문위원은 “삼성이 두려워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봐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언론이라면 당연히 팩트를 정확히 확인해야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매체들의 왜곡보도가 가능했던 구조적인 원인과 관련해 “삼성이 정교한 언론플레이를 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언론사들의 친자본화가 가속화되면서 데스크가 위에서 쪼지 않아도 기자들 스스로 내면화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삼성과 MBC는 특수관계이기도 하다”며 “이인용 앵커가 삼성으로 이직하면서 가속화됐다는 평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 MBC <뉴스데스크> 편집 큐시트가 편집회의가 끝나자마자 삼성 측으로 전송된 사건이 있었다”며 “MBC <불만제로>와 관련해 삼성과 대립하던 당시 대응 자료를 회사 임원이 삼성 측에 넘겨 준 사건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렇듯 삼성의 일이라면 언론 내 자발적으로 발 벗고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관련기사: “삼성, 뉴스데스크 기사 수정 요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정부 등 권력자들의 잘못과 비교해도 삼성과 관련해서는 언론이 죽었다고 보일만큼 보도되고 있지 않다”며 “삼성 반도체 문제뿐 아니라 다른 사안들 역시 삼성 관련 사건이라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이 광고를 빼는 순간 어떤 언론이라도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언론은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삼성 반도체 사건의 경우 구체적인 피해자들이 있는 문제”라며 “사람이 죽어나가는 산업재해 문제인데, 여기에 언론이 입을 닫고 있는 것 자체가 양심을 판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이 이제는 ‘삼성에서 얼마를 받아서 못 쓴다’라는 등의 양심선언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 홍세화 지도자문위원은 “삼성의 언론지배는 삼성의 사회지배의 한 단면”이라면서 “이 같은 추악한 행태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홍세화 지도자문위원은 이렇게 된 원인으로 ‘견제의 부재’를 꼽았다.

홍세화 지도자문위원은 “한국사회에서 자기성찰과 상호 견제, 아래로부터의 비판 3가지가 모두 작동하지 않는다”며 “거의 모든 매체는 100%~120% 기업의 협찬이나 광고를 먹고 사는 상황에서 자발적 복종이 내면화돼있어 자기 성찰이라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상호견제도 안 된다”며 “언론매체들이 독자를 위한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삼성을 위해 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KBS <추적60분>과 MBC <PD수첩> 등에서 나름의 심층적인 보도를 통한 타 매체들을 견인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방송의 조중동화가 완성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특히, KBS이사장이과 방문진 이사장에 각각 이인호·고영주 등 극우 인사들이 포진되면서 추악한 방송은 더욱 거칠 없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홍세화 지도자문위원은 ‘폭스바겐이 지방지에 배출가스 조작 관련 기사를 쓰지 않으면 광고를 주겠다’고 압력을 넣은 사건을 언급하며 “프랑스 지방지들은 폭스바겐 측의 요청에 웃기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였고 크게 보도됐다”며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프랑스 시민의식이 작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는 얘기다. 홍세화 지도자문위원은 “한국사회는 민주주의와 노동을 분리시킬 수 있다는 보는 관점이 팽배해져 있다”며 “삼성의 관점에서 두려운 것은 소비자들이다. 그런데, 삼성의 문제에 대해 개탄만 할 뿐 그 같은 잡초를 뽑아 버릴 생각은 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노동을 분리시켜온 것에 대해 철저한 자기성찰과 그에 따른 실천이 요청된다. 그것에서부터 작은 희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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