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9월12일자 1면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가 ‘시청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홈쇼핑채널을 10~30번대에 한데 묶고 그 빈자리에 종합편성채널을 당겨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 일부에서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조선·중앙·동아일보, 매일경제가 최대주주인 종편 4사를 위한 최상의 ‘특혜’가 될 수 있다. 미래부 최양희 장관은 연번제 시행 가능성을 시사했고, 최재유 차관은 홈쇼핑 채널이 빠져나간 자리에 종편이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일보와 TV조선은 국정감사 기간인 지난달 중순께 ‘유료방송플랫폼에서 채널 20번 이하에만 7~8개의 홈쇼핑이 있어 불편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며 홈쇼핑 채널연번제를 강하게 요구하는 기사를 연이어 내보냈다. 이에 미래부는 지난달 23일 ‘홈쇼핑산업발전을 위한 관계자 조찬 간담회’까지 개최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미래부는 연내 ‘시청권 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정책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미디어스 2015년 9월15일자 <조선일보가 ‘홈쇼핑으로부터 시청자 지키자’ 나선 이유?>)

‘홈쇼핑 공화국’, ‘홈쇼핑 공해’라는 조선일보 지적대로 현재 유료방송플랫폼에는 홈쇼핑 채널이 많고 이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실시간 홈쇼핑 채널이 7개이고 T커머스 사업권이 10개 사업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유료방송플랫폼에는 최대 17개의 홈쇼핑이 입점할 수 있다. 홈쇼핑채널은 지상파 등 인기채널의 사이에 입점해 수조원 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유료방송사업자들은 홈쇼핑으로부터 조 단위의 ‘송출수수료’를 받고 있다.

시청권 보호 차원에서 채널연번제를 제한적으로 도입한 사례는 있다. 제주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 KCTA제주방송은 4~9번에 tvN, JTBC, JIBS, KCTA, MBC, KBS1을 편성하고 홈쇼핑을 10번, 12번, 14~16번, 21번에 편성한다(2015년 4월 기준). KCTA제주방송은 송출수수료는 적게 받더라도 시청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홈쇼핑 채널연번제를 일부 도입했다.

그러나 채널연번제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시청권을 지키자”는 공익구호를 외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종편채널집단은 지상파와 홈쇼핑 뒤에 자리 잡고 있는데 채널연번제가 도입돼 지상파와 종편 사이에 있는 1~2개의 홈쇼핑채널이 뒤로 밀려난다면 종편은 ‘지상파채널과 동등한 영향력을 가진 채널’이 된다. 13~19번 사이인 종편이 10~16번으로만 이동하더라도 종편의 영향력은 세진다.

실제 미래부는 10번대 홈쇼핑채널을 한데 묶어 종편을 앞자리로 이동시키고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제한적 채널연번제’를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 최재유 제2차관은 지난 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부 종합감사에서 ‘연번제를 도입할 경우 종편 채널이 앞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있나, (이 같은 내용의) 기본계획을 검토해 본 적이 있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 질의에 “10번대 홈쇼핑채널이 빠지면 어느 채널이 (대신) 들어가야 하는데 종편도 대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시간방송의 시청률이 정체하는 와중에도 종합편성채널은 출범 4년 만에 평균시청률 2%를 달성했으나, 이는 고령층과 보수층을 겨냥해 얻은 제한적인 성과다. 종편은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해 방송콘텐츠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탓에 여전히 토크쇼 재방-삼방, 시사보도프로그램 위주의 편성전략을 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향력과 시청률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채널이동뿐이다. 조선일보의 채널연번제 요구는 종편집단을 벗어나려는 JTBC를 견제하고 황금채널을 차지하려는 일석이조 전략으로 보인다.

채널연번제에 대해 종편을 제외한 모든 이해관계자는 반대입장이라 미래부가 이를 강행할지 의문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홈쇼핑 채널연번제는 종편을 위한 최상의 특혜이자 선거 승리를 위한 카드가 될 수 있다. 홍의락 의원은 “홈쇼핑채널이 대거 증가하면서 채널연번제는 시청권 보호를 위한 정책적 측면과 명분이 있다”면서도 “연번제로 종편이 앞으로 올 경우, 특정사 특혜가 될 수 있다. 공익적이라고 해서 순수하게만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광고 규제를 전면 완화하면서 변종광고는 규제하지 않는 정부, 그리고 이미 수많은 특혜(중간광고 허용, 방송광고 직접영업-1사1렙, 의무전송채널 지정, 방송통신발전기금 면제)를 받고 있는 종편이 난데 없이 “홈쇼핑 공해로부터 시청자를 보호하자”는 구호를 외치는 것은 정부와 보수언론이 자신을 위한 마지막 퍼즐 맞추기에 돌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일보가 민원을 제기하면 새누리당과 정부가 강행하는 공식이 이번에도 재연될지 지켜봐야 한다. 답은 10월 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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