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격투기 ‘360게임 로드FC 026’(이하 ‘로드FC 026’) 대회가 지난 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로드FC 026’ 대회는 앞선 대회와 비교할 때 의미 면에서 분명 다른 대회라 할 수 있는 대회였다. 격투 스포츠 이벤트 브랜드로서 로드FC가 글로벌화를 선언한 첫 대회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로드FC 026’ 공개 계체량 행사장에 참석한 로드FC 정문홍 대표는 “12월 26일 상해에서 1만8천석 규모의 장소에서 대회를 치른다”며 “이번 대회부터 로드FC는 글로벌화를 공식 선언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어 상해 대회에 대해 “대한민국 스포츠 리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이벤트로 치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아울러 12월에 상해에서 개최되는 대회는 중국 국영방송인 CCTV를 포함한 3개 방송국에서 중계가 확정된 상태이며 추후 최대 3개 채널이 추가될 예정이라는 사실도 전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9일 열린 ‘로드FC 026’ 대회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를 통해 생중계됐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로드FC 대회를 현장에서 취재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취재를 계획할 때 경기도 경기지만 토종 격투 스포츠 브랜드로서 로드FC의 경기장 분위기와 대회 운영 능력, 그리고 방송 카메라가 돌지 않는 상황 속에서 경기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등 여러 부분을 보고 싶었다.

특히 이번 대회가 글로벌화를 선언한 로드FC의 첫 대회라는 점에서 눈 여겨 볼 장면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가 됐다.

▲ '360게임 로드FC 026' ⓒ로드FC
실제로 만나본 로드FC 경기장의 분위기는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고 열띤 분위기였다. 국내 관중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중들도 상상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도 이채로웠다. 또한 대회를 진행하는 스태프진의 조직력도 매우 짜임새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UFC라는 세계 최대 격투 스포츠 브랜드의 이벤트를 자주 TV로 보지만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 대회 운영이나 관중의 열기,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의 활용 등은 국내 어떤 프로스포츠에도 뒤지지 않는 세련된 수준이었다.

정문홍 대표는 대회 개막을 선언하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멘트를 전했다. 어찌 보면 전략적인 마케팅 마인드를 가진 대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로드FC의 가장 큰 잠재력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날 대회는 유망주들이 맞붙는 ‘영건즈’ 대회와 유명 선수들의 맞대결과 로드FC 공식 타이틀이 걸린 경기가 벌어지는 ‘로드FC 026’ 대회로 나뉘어 치러졌다.

‘영건즈’ 대회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 취재를 계속해가며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우선은 ‘로드FC 026’대회 경기들을 간략하게 평하고자 한다.

전체적으로 대회 스폰서이자 최대 파트너인 중국과 중국 시장에 대해 공을 많이 들였고, 글로벌화에 대한 고려가 엿보이는 경기 구성이었고, 그런 가운데 국내 스타 파이터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경기들이었다.

첫 경기로 치러진 김승연과 정두재의 라이트급 경기에서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영된 ‘주먹이 운다’ 프로그램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승연이 예상대로 강력한 타격을 앞세워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김승연은 아직 프로 전적 2전 밖에 안 된 신인이지만 이미 스타 파이터다. 상품성이 충분한 선수다. ‘글로벌 로드FC’의 얼굴이 될 만한 자질을 갖췄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로드FC에 데뷔한 두 명의 중국인 선수 유안 예와 허 난난은 각각 밴텀급 경기와 페더급 경기에서 한이문과 홍영기를 상대로 무승부와 판정패를 기록했는데 경기 결과와는 관계없이 두 선수 모두 빼어난 투지와 만만치 않은 기량, 그리고 독특한 개성으로 관중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라이트급 경기로 치러진 최종찬과 일본의 사사키 신지의 경기는 사사키가 한 수 위의 그라운드 기술로 최종찬에 서브미션 승을 거뒀다. 개인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사사키는 이번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빼어난 외모를 지닌 선수이기도 했다. 최종찬은 의욕이 앞선 나머지 타격의 정확성이 떨어졌고, 설상가상으로 경기 막판 체력에까지 문제를 일으키며 서브미션 패를 당하고 말았다.

입식 타격 최강자 출신으로 로드FC에 첫 선을 보인 중량급의 명현만은 자이로 쿠슈노키를 상대로 경기 초반부터 속사포 같은 펀치를 퍼부어 KO승을 따냈다. 그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에 상대가 너무 약해 보였다.

이날의 ‘공동 메인 이벤트’로 기대를 모았던 최무배와 마이티모의 헤비급 경기는 너무나도 싱겁게 끝이 나버렸다.

1라운드 초반 마이티모에게 안면 펀치를 허용한 최무배가 이후 반격을 시도하다 다시 마이티모의 가공할 펀치를 맞고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마이티 모는 이로써 ‘한국인 킬러’로서의 명성을 이어갔지만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김치에 불고기를 먹고 싶다”고 말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로드FC 026’ 대회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 ‘플라이급 잠정 챔피언’ 송민종과 ‘플라이급 챔피언’ 조남진의 플라이급 통합타이틀전은 로드FC가 글로벌 격투 스포츠 브랜드로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대외적으로 확인시켜준 명경기라 평가할 만한 경기였다.

타격과 그라운드에서 그야말로 ‘용호상박’ ‘난형난제’라 할 수 있는 형국의 경기가 연장전까지 4라운드 동안 이어졌다.

특히 3라운드 막판 두 선수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가드를 포기한 채 벌인 난타전 장면에서는 코끝이 찡해 오는 감동까지 느껴졌다.

결국 연장전 막판 송민종의 테이크 다운 시도가 성공하자 링사이드에서는 “송민종이 이겼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고, 판정결과도 송민종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발표가 됐고 통합 챔피언 벨트의 주인이 송민종으로 가려졌지만 승패를 떠나 두 선수 모두가 승자가 된 경기였다.

글로벌화를 선언한 로드FC의 첫 대회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제 로드FC는 세계로 나가 UFC를 포함한 세계적인 격투 스포츠 단체와 경쟁을 펼치게 됐다.

UFC가 선수들에 대한 처우 문제를 포함해 여러 운영상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로드FC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일단 중국 시장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면 세계 격투기의 중심을 미국에서 다시 아시아로 가져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로드FC는 우선 선수의 수급과 관리, 그리고 대회와 경기운영의 관리에 있어 기술적으로 좀 더 세밀하면서도 견고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첫 시험 무대가 오는 12월 26일 상해대회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전문 블로거, 스포츠의 순수한 열정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임재훈의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