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삼시세끼 어촌편2가 시작됐다. 여전히 겨울의 고생스러운 만재도가 그립기는 하지만, 만재도의 여름은 또 어떨지 궁금했던 차다. 그리고 또 역시 많은 것들이 겨울 만재도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물론 만재도의 빼놓을 수 없는 동물 친구들 산체와 벌이도 이제는 아기에서 늠름한 수컷들이 돼있었다.

그렇게 만재도로 돌아온 차줌마와 참바다의 일상을 보던 중에 문득 희한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삼시세끼 어촌편이 끝나고 짧은 봄과 긴 여름이 지났는데도 그 긴 공백을 느끼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 마치 지난주에 나왔다가 일주일 만에 다시 돌아온 것 같은 익숙함, 편안함이 느껴졌다.

▲ tvN <삼시세끼 어촌편2>
수개월의 공백이 무색해진 이 익숙함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금세 알 것 같기도 하면서도 딱 부러지게 이것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는 묘한 힘이 만재도에 있다. 정선 편과는 또 다른 정지된 느낌. 딱히 인식하지 않지만 섬이라는 정지된 공간이 주는 아주 특별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만재도는 삼시세끼 촬영지가 아니라 출연자에 더 가깝다.

그리고 차승원과 유해진. 겨울에서 여름으로 긴 시간을 지나왔지만 그들의 일상은 변함없는 모습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길 가다 만날 수는 없는 스타들이지만 어언 마흔여섯의 나이, 앉거나 일어설 때 자신도 모르게 아구구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는 나이들이다. 그런데 그 비명소리가 묘하게 위안이 된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우리는 다시 만재도에 들어섰다. 다른 때보다 풍경 인서트와 자막이 많이 필요한 그 만재도에서 참 다르게 섹시한 두 남자의 곰살궂은 살림살이를 보며 휴식을 갖게 된다. 그것은 잠시 멈춤이다. 그런데 멈춘 것 같은데도 시간은 후딱 지나가 버린다. 서 있는데 한참을 가버리는 축지법이나 공간이동 뭐 그런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 tvN <삼시세끼 어촌편2>
만재도 삼시세끼 하우스에 새로운 이동수단이 생겼다. MTB니 뭐니 으리으리한 것이 아니라 시골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어 하나 달리지 않은 검정색 짐자전거다. 유해진이 그 자전거를 타고 올드 팝송을 흥얼거리며 만재도 해변가를 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풍경이었다. 일상이면서 풍경인 풍경. 시청자에게는 결코 일상일 수 없는데 일상으로 느껴지게 하는 마력이다.

조만간 우리는 다시 차승원의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요리와 유해진의 못난 바깥일들을 화제 삼으며 수다를 떨겠지만, 적어도 삼시세끼 어촌편2이 시작하는 느낌은 피사체로부터 좀 먼 시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느낌이었다. 겨울의 만재도는 없는 살림에 삼시세끼를 때우기 위해 복닥복닥하던 치열함이었다면 다시 찾은 여름의 만재도는 아직 풍족한 것 전혀 없지만 뭔가 그런 치열함에서 한발 물러선 느긋함이 느껴졌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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