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미디어산업 발전 특별위원회는 지난 3일 재벌이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포함한 언론관련 7개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 지난 3일 한나라당 ‘미디어산업 발전 특별위원회’가 언론 관련법 개정안 발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은 이른 시일 안에 개정안 처리를 희망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언론단체들이 “재벌과 보수신문에게 방송을 넘기려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방송법 △신문법 △언론중재법 △인터넷 멀티미디어법 △전파법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미디어산업은 새 시대에 맞는 새 옷을 입어야 할 때로,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신문법 개정안은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의 상호 겸영금지 폐지를 뼈대로 하며, 방송법 개정안은 기존에 지상파, 종합편성,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대기업 소유를 금지한 것과는 달리, 지상파는 20%, 종합편성과 보도전문채널은 49%까지 지분 보유를 허용한다.

올해 안 개정안 처리 가능할까?

여야가 개정안을 논의하려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전체회의가 열려야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문방위 전체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아, 올해 안 개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실 관계자는 “각 당 간사들끼리 문방위 전체회의 일정을 잡기 위해 계속 협의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며,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실 관계자도 “아직 전체회의 일정은 잡힌 게 없다”고 말했다.

문방위 전체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은 현재로서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 여부도 불투명하다.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은 각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논의를 거치며 각 당 간사들끼리 합의가 이뤄지면 상임위 산하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간다. 이후 다시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를 거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하게 되며, 심사를 거친 법안은 국회 본회의로 넘어가 표결에 부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특별히 이번 회기 내에 언론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한나라당 뜻대로 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올해를 넘기려고 하고 있다”고 민주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에서 잘 합의해주지 않고 있어 법안소위 상정 여부도 잘 모르겠다”면서 “일반적인 방식으로라면 올해 내에 미디어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민주주의 위협하는 법안…총력저지 할 것”

민주당은 “미디어 관련 개정안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법안으로, 언론의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국회 내 뿐만 아니라 언론노조를 포함한 언론·시민단체와 연대해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자체적으로 미디어 관련 개정안을 마련, 법안 심사를 통해 맞대응 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언론 환경에서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언론의 독과점이 심해져 점차 언론이 상업화 될 것”이라며 “기업들을 감시, 비판해야 할 언론에 대기업 진출이 활발하게 된다면 언론의 고유한 비판 기능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신문법의 경우 일부 위헌 판결(시장 지배적 사업자 추정 규정 등)이 있기에 이는 당연히 개정해야 할 부분이지만 한나라당은 무조건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은 내린 것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닌 잘못된 법을 다른 법으로 대체하라는 것으로, (민주당에서) 다른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언론노조를 포함한 언론 시민·사회단체들과 철저하게 연대해 공동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이런 움직임은 이미 예정된 부분인 만큼 담담하게 받아들이되, 저지할 것은 반드시 저지하고, 법에는 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장 직권상정…주요 변수

▲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여의도통신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한나라당 소속인 고흥길 문방위 위원장의 ‘위원장 직권상정’ 여부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직권상정이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강행할 경우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만큼 처리 강행에 주안점을 둬 직권상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방위 전체회의 또는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표결에 부치지만, 표결마저 합의되지 않을 경우 위원장 직권상정으로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 실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위원장 직권상정에 대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일단 법안 처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민주당에서 쉽게 합의하려 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위원장 직권상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민주당 쪽에서) 계속 합의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직권상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과 합의 없이 직권상정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위원장 권한으로 직권상정 할 경우 ‘날치기 통과’라는 오명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언론노조 “개정안 상정되면 바로 총파업 실행”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을 비롯한 언론시민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실제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이 개정을 시도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현업 언론인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번 개정안은 재벌과 조중동에게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사안으로 언론노조가 문을 닫고 모든 사람들이 잡혀가는 한이 있더라도 꼭 막을 것”이라며 “개정안이 법안소위에 상정되면 바로 총파업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은 자기네들이 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이끌어나가겠다는 것으로, 재벌 방송을 만들겠다는 자체가 언론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이라며 “언론을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도구로 이용하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덤벼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으로 자본에 대한 언론의 견제, 비판 기능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인 국회 사정도 한나라당 개정안의 올 안 처리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보다 예산안 처리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렇더라도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비롯한 대기업의 방송 진출 등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 입법 과정은 계속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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