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인사규정상 정의된 ‘기자’, ‘PD’, ‘아나운서’ 등의 직원들의 직종을 삭제하기로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경영진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들에 대한 ‘유배’ 인사에 직종구분이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부당전보 남발을 위한 사전조치”라고 우려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는 8일 노보 <MBC 경영진, 기습적 ‘날치기’ 직종 폐지 폭거!!>를 발행하고 “사측이 6일 저녁 조직개편과 사규개정에 대해 설명하겠다”며 “‘직종폐지 방침에 따라 인사규정 가운데 직종의 정의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 (자료=MBC본부 노보)
MBC본부에 따르면, MBC 경영진은 기존 인사규정상 ‘기자’, ‘카메라기자’, ‘편성프로듀서’, ‘TV프로듀서’, ‘라디오 프로듀서’, ‘아나운서’, ‘미술’, ‘제작카메라’, ‘방송기술’, ‘방송경영’, ‘시설’, ‘IT·콘텐츠관리’, ‘기타’ 등으로 분류돼 있던 직종 정의를 삭제할 계획이다. 그리고 ‘국장’과 ‘부국장’, ‘부장’, ‘일반직 사원’, ‘촉탁직 사원’, ‘연봉직 사원’, ‘업무직 사원’으로만 분류하겠다는 것이다. 삭제되는 직무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일반지식은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실기시험으로 측정해 왔지만 이 또한 함께 폐지될 전망이다.

MBC본부는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 메이저 공영방송사가 이런 식으로 인사 관리를 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반발했다. MBC본부는 “(MBC는)전문성과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갖춘 직원들이 모여 높은 품질의 방송을 국민들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는 곳”이라며 “그런 방송을 차질 없이 내보내려면 기자는 기자의 역할을, PD는 PD의 역할을, 기술진과 방송경영을 담당하는 직원들 역시 각자 나름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본부는 “하지만 이번 사측의 인사규정 개정은 직종은 사라지고 오로지 회사의 서열 체계 분류만 남게 된다. 전문 방송인력은 사라지고 오로지 상사와 부하 관계만으로 모든 직원들이 규정되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MBC 경영진이 이렇듯 직종 분류를 폐지하는 것은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들을 타 직종으로 보내기 위한 발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MBC본부는 “최근 권성민 PD의 부당전보무효소송에서 재판부는 ‘예능PD로 입사한’ 권성민 PD가 ‘예능국 또는 유사한 직종에서’ 계속 근무하게 되리라는 점에 대한 상당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므로, 경인지사 발령으로 인한 불이익이 상당하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성민 PD 외에도 여러 차례의 부당전보 소송에서 70여명이 ‘회사의 임의적인 전보 발령은 위법한 것으로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고도 덧붙였다. 기자·PD·기술직의 직원들을 용인드라미아개발팀이나 경인지사, 신사업개발센터 등 비제작부서로 인사조치하는 것이 막히자 아예 직종 분류를 없애겠다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관련기사 :법원이 MBC의 ‘웹툰 해고’를 부당하다고 본 이유)

MBC본부는 “사측의 ‘직종 폐지’와 관련해 향후 부당전보 남발을 위한 사전조치일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측이 이사회 의결을 채 이틀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기습적으로 통보해온 ‘직종폐지 사규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장영석 노무사는 “인사규정 개정으로 직원들의 노동조건과 관련이 된다고 한다면 과반수 노동조합(MBC본부)의 집단적인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만일, MBC가 개정을 단행하고 MBC본부 측에서 우려하는 대로 부당전보가 발생한다면 ‘인사규정 개정’에 대한 효력무효 등을 다퉈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규칙과 같이 직원들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면, 무단협 상태라고 하더라도 그와 별개로 노조와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편, MBC 인사규정 개정과 관련해 사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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