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현 KBS 사장이 오는 11월 23일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는 오늘(7일)부터 조대현 사장의 뒤를 이을 신임 사장 공모를 시작했다. KBS 양대 노조와 4대 협회는 ‘정치적 독립성’, ‘방송 공정성’ 등 신임 사장의 5대 자격 요건을 공개했다. KBS이사회에는 사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논의를 모두 공개할 것과 특별다수제 도입을 요구했다.

7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계단에서 <정치중립적 사장 선임 및 특별다수제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KBS 내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KBS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뿐 아니라 KBS 경영·기자·방송기술인·PD협회 등 4대 협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이었다.

▲ 7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양대 노조와 KBS 경영·기자·방송기술인·PD협회 등 4대 협회가 주최한 <정치중립적 사장 선임 및 특별다수제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미디어스

이들은 KBS 사장의 자격요건으로 △정치적 독립성 △방송의 공영성 및 공정성 △방송 및 경영의 전문성 △통합적 리더십 △도덕성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이들은 신임 사장이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편향되거나 소속되지 않아야 하고, 방송 독립성 및 제작자율성 확보 의식이 확고한 동시에 공정방송에 대한 의식과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배려 등 공영성 의지가 투철해야 하며, 지상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비전과 재정 안정화 전략을 겸비한 인물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구성원들의 폭넓은 신임을 받아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면서도, 투명한 윤리경영을 위해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진 KBS노조 위원장은 “2012년 대선 때 장기파업, 2013년 방송법 개정 파업 등 수많은 투쟁을 거쳐서 법적으로는 KBS에 대선 참모나 정치인은 들어올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중립적 사장을 선임하는 길은 멀다”며 “이사회가 특별다수제 정신을 살려 여야 합의로 사장을 뽑아내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오훈 새 노조 본부장은 “KBS 구성원들에게는 반드시 청와대 눈치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독립된 사람, 그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을 위해 공정방송을 지켜낼 사장, 구성원들 뜻을 존중하고 공영방송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장을 뽑아야 한다는 공통된 합의가 있다”며 “이번 사장 선임은 방송에 개입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 기회 놓치고 나면 더 이상 남은 기회는 없다는 사실 명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사장 선임 과정 투명 공개 및 ‘특별다수제’ 도입 촉구

이들은 신임 사장의 자격요건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밀실 선임’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사장 선임 과정이 보다 투명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7:4로 이사진 구성이 뚜렷하지만, ‘사장 선임’이 중차대한 과제인 만큼, 이사회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임명제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삼 방송기술인협회장은 “사실 방송법에도 (KBS이사회의) 여야 특정비율을 정해 놓은 건 없다. 그러나 (여야 7:4 구조 때문에) 정치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며 “적어도 특별다수제 같은 제도를 통해서라도 선임 과정에서 신뢰, 배려, 소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새로 오는 사장에 대한 공신력과 신뢰가 더 쌓이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안주식 PD협회장은 “현재 사장 선임 관례들은 밀실 선정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정치적 배경이 워낙 뚜렷한 이사들이 KBS 사장 후보를 논하다가 하루 만에 투표하고 끝나는 제도를 갖고 있다”며 “KBS 사장 선임이야말로 한국방송 언론의 발전을 위해서 최소한의 투명성과 공정성, 시청자 의견 접수 과정, 이사회 안에서의 최소한의 합의 구조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장 선임 일정이 굉장히 짧다. BBC나 ZDF(독일 공영방송)만 해도 이렇게 일정을 짧게 갖고 가지 않는다. 결국 자기들끼리 투표만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KBS 사장 후보를 추리고 대통령 임명 직전인 ‘임명제청’까지 담당하는 KBS이사회에게도 △공정한 사장 선임을 위해 조대현 사장 직무를 즉각 정지할 것 △투명한 사장 인선을 위해 사장 선임과 관련된 이사회의 논의 사항을 모두 공개 △특별다수제 채택 △청와대 등 권력기관 개입 철저히 배격 △사장 최종 선정 시 사내 구성원, 시민사회, 학계 등 폭넓은 의견 반영할 것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이들은 또한 지난 5일 국정감사 당시 “고민해 보고 있다”고 답해 연임에 대한 뜻을 숨기지 않은 조대현 사장에게는 ‘사장 응모 포기’를 촉구했다. 조대현 사장은 지난 8월 새 노조가 실시한 1년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2.9점을 기록하고, 양대 노조의 본부장 신임투표 결과 3명의 본부장이 불신임을 받는 등 내부에서 연달아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조대현은 사장 응모를 포기하고 이사회는 특별다수제를 채택하라”며 “조대현 사장과 이사회는 KBS 구성원들의 뜻을 엄중히 헤아려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고 말했다.

▲ 새 노조가 KBS 본관 주변에 게시한 현수막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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