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5일 박종준 경호실 차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이미 사표를 제출한 전광삼 전 춘추관장까지 합쳐 청와대 참모 3인방의 내년 총선출마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이다. KBS 윤리강령 위반 논란을 겪으며 ‘현직기자’로 청와대에 입성했던 민경욱 전 대변인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입’이라는 타이틀을 발판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을 꿈꾸게 된 것이다.

민경욱·박종준·전광삼 3인방의 사표는 그리 간단하게 볼 사안은 아니다. 공천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라는 권력 문제를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행정부의 인력누수 현상이 빚어지는 점과 함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BS <뉴스9>가 민경욱·박종준 사의표명과 관련해 5일 <靑 대변인·경호실 차장 사표…내년 총선 출마> 리포트를 두 번째로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민경욱 전 대변인이 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KBS가 이번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다. 예상한대로 민경욱 전 대변인에 대한 KBS의 보도는 총선 출마자에 대한 홍보성 보도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KBS 뉴스, ‘최장수 청와대 대변인’이라며…인천 연수구나 중·동·옹진군 출마 유력 강조

KBS는 황상무 앵커멘트를 통해 “청와대 인사들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 5일 사표를 냈다”며 “청와대는 더 이상의 사의 표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청와대 참모들의 집단 출마설을 조기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해당 리포트에서 설명했다.

▲ 10월 5일 KBS '뉴스9' 리포트

눈을 의심케 한 대목은 이후 방송된 기자 리포트였다. KBS는 민경욱 대변인에 대해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장수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해 왔다”며 “(그런 민경욱 대변인이)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곤 민경욱 대변인의 “이 정부의 진지함과 간절함 사명감을 여러분께 진솔하게 전달해야 하는 큰 역할을 후임자에게 맡기고 저는 정들었던 춘추관을 떠납니다”라는 멘트를 덧붙였다. KBS는 이어 “민경욱 대변인은 분구될 가능성이 높은 인천 연수구나 중·동·옹진군에, 박 차장은 세종시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민경욱 전 대변인이 출마할 구체적인 지역구까지 소개했다.

KBS는 “지난달 사임한 전광삼 전 춘추관장과 이 두 사람 이외에 추가로 거취를 표명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방문 수행 이후 현지 출마설이 확산됐던 안종범 경제수석과 신동철, 천영식, 안봉근 비서관의 총선 차출은 없을 것이란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청와대가 현직 참모들의 거취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교통 정리를 한 것은 최근 여당 내분 상황과 맞물려 청와대의 공천 개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해설에도 불구하고 해당 리포트의 중심은 민경욱 대변인의 사의표명과 총선출마에 중심이 쏠려 있다.

타 방송사들의 리포트는 달랐다. 무엇보다 민경욱·박종준의 사의표명보다는 청와대의 “추가로 사표를 제출할 사람은 더 없다”, “모든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라는 이례적인 발표에 방점을 두고 보도했다. 민경욱 전 대변인의 사퇴 입장을 영상으로 노출하지도, 출마 지역구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없었다. SBS <8뉴스>는 <“모든 선거에서 중립”..출마 참모진 사표> 리포트를 통해 “청와대는 이런 모든 논란과 관련해서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며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참모 2명이 서둘러 사표를 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고부터 전했다.

▲ SBS '8뉴스'와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SBS는 이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며 “대구지역 출마를 위해 이미 사직한 전광삼 전 춘추관장을 포함해 현직 청와대 참모로서 총선에 출마하는 사람은 세 명이 됐다”고 설명했다. SBS는 곧바로 “청와대 관계자는 추가로 거취를 표명할 청와대 참모는 더 이상 없다고 잘라 말했다”면서 “최근 대구 경북 물갈이설에 청와대 참모 전략 공천설까지 나오는 등 총선 개입 논란이 불거지자, 확실하게 선을 긋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선거 중립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탈당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JTBC <뉴스룸>은 <대변인·경호차장 ‘사의’…‘전략공천 논란’ 불끄기> 리포트를 통해 “눈여겨 볼 지점은 ‘추가로 떠날 사람은 없다’고 청와대가 못 박은 것”이라며 “대구·경북 지역 출신 참모진 전략공천 논란을 서둘러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전략공천 여부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간 갈등의 핵심이라는 분석이 많은데, 이런 논란을 차단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KBS, “공정성이 충분하게 확보됐다는 반론도…” 과연?

같은 날 KBS <뉴스9>는 <KBS 국정감사…“수신료 현실화 시급”> 리포트 역시 배치했다. KBS는 “KBS에 대한 국정감사가 오늘 열렸다”며 “여야 의원들은 공히,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35년간 2500원에 묶여 있는 수신료를 하루빨리 현실화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KBS는 “KBS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재원 문제로 공영방송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며 홍문종 미방위원장과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이개호 의원, 방통위 허원제 부위원장의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발언을 나열했다.

▲ 10월 5일 KBS '뉴스9' 리포트

KBS는 이어 ‘일부’ 야당 의원들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간사의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를 여야 국회의원들이 법으로 제정한다면 수신료 인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멘트를 노출했다. 그러면서도 “공정성이 충분하게 확보됐다는 반론도 나왔다”고 강조점을 뒀다. 그리고는 곧바로 새누리당 박민식 간사와 KBS 조대현 사장의 “전두환 대통령 때, 방송공정성에 대해서 국민들로부터 의심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 “수신료 현실화를 이유로 다른 조건이 선행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발언을 덧붙였다.

그러나 KBS 스스로 ‘공정성이 충분하게 확보됐다’라고 자신있게 평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KBS의 공정성과 관련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KBS 뉴스는 ‘수신료’ 관련 소식만 전했지만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2013년부터 제작된 △<훈장> 미방영과 △<나는 대한민국>의 조대현 현 사장의 연임프로젝트 의혹, △이인호 이사장의 공금유용 ‘해외출장’ 논란, △길환영 전 사장의 보도개입 미조사 등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당일 KBS 리포트를 통해 전혀 보도되지 못했다. KBS 뉴스가 이날 국감에서 본 것은 수신료 인상뿐이었다. KBS는 수신료 인상의 당위를 강조하기 위해 전두환 정부 시절과 현재를 비교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까지 보도했다.

민경욱 대변인의 사의를 보도한 리포트는 그가 KBS 출신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과도했다. 오히려 이와 관련해서는 KBS가 빠뜨린 쟁점이 더 많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최경환 장관과 교육부 황우여 장관, 국토교통부 유일호 장관, 해양수산부 유기준 장관, 여성가족부 김희정 장관, 방송통신위원회 허원제 부위원장 등 정치인 출신 인사들의 거취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경질성’이라고들 하지만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사퇴 또한 내년 총선출마와 관련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마저 내각의 대규모 교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비판에는 눈감으면서 수신료 인상만을 외치는 KBS의 보도에 어떤 국민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영방송이 국민들에게 진정 전달했어야 할 것은 무엇이었는지 KBS 스스로 자성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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