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비판은 삼가달라는 정부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여, 대통령 아이템은 뉴스 초반부에 놓고 국정원 대선개입 등 정권이 민감해 할 내용은 순서를 미루는 등 길환영 사장이 구체적으로 ‘보도개입’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폭로 한 달도 되지 않아 길환영 사장은 해임됐다. 하지만 KBS는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에 대한 조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는 5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KBS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은 지난해 KBS 양대 노조 공동파업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길환영 사장 해임까지 이끌어 낸 김시곤 전 국장의 발언을 감사한 내용을 KBS에 요청했다. KBS가 송호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S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수를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비교한 김시곤 전 국장의 발언 사실 여부만 감사했을 뿐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감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길환영 전 KBS 사장과 김시곤 전 보도국장 (사진=KBS, 미디어스)

송호창 의원은 “김시곤 전 국장은 당시 길환영 사장이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뉴스 보도에 개입해 왔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상상 이상으로 아주 세부적으로 깨알같이 간섭해 왔다. 해경 비판은 나중에 해 달라’ 청와대에서는 보도 이후에 항의하거나 문제제기성 전화 걸어왔고 자기도 받은 적 있다”며 “김시곤 국장은 본인(이 국장을 맡은) 이래 여당과 대통령 비판을 하나도 안 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 김시곤 전 보도국장, 청와대 KBS 개입 추가 폭로)

송호창 의원은 “김시곤 전 국장의 세월호 발언은 개인적인 자신의 평가이자 생각이다. 그것보다는 당시 청와대가 아주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뉴스 보도에 개입했다는 사실, 길환영 사장이 계속 보도지침을 내린 건 단순한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KBS 지도부와 청와대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며 “작년 8월에 (감사) 종료됐는데 세월호 발언만 조사해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만 했고, 길환영 사장이 어떻게 보도개입을 했는지 대해 일체 감사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송호창 의원은 “(조대현 사장이 취임식에서 말했던 대로) 공정방송을 하겠다는 소신을 지키려고 하면 뉴스에 사장이 직접 개입하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나. 김시곤 전 국장이 직접 얘기한 건데 실제로 (보도개입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감사하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재차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KBS 조대현 사장은 “감사는 독립된 기구로서 제가 근무하기 이전의 일에 대해서 감사 여부를 말씀드리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도 “지금 그와 같은 일(사장의 보도개입)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송호창 의원은 “그걸 어떻게 장담할 수 있나? 길환영 사장이 사실상 이걸로 퇴임해서 후임 사장 맡게 된 것 아닌가”라며 “이런 일(보도개입)이 없을 거라는 전제로 (시청자들이) 시청료를 내는 것 아닌가. 바로 작년에 있던 일이다. 멀리 군사정권 시대가 아니라. 사장이 직접 개입해서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니, ‘전엔 이런 문제가 있었지만 앞으론 없게 하겠다’ 하고 천명하는 게 소신을 지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체 감사가 어렵다면 감사원에서 감사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5일 KBS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조대현 KBS 사장 (사진=KBS)

하지만 조대현 사장은 “취임하기 전에 감사가 진행된 일이고, 전 사장과 보도국장 간에 일어난 일이다. 제가 그 부분에 대한 감사를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지금 그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조대현 사장은 부실 감사 지적에 “감사실이 이 사안을 판단해서 감사했을 것이다. 다만, 제가 짐작컨대 감사에 어려움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당사자(길환영 사장) 가운데 한 사람은 퇴임했기 때문에 감사하기가 여의치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답했다. 지금이라도 감사를 다시 진행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지금은 감사할 수 없다. 당사자가 퇴임했는데 어떻게 감사를 진행하겠나”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