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의원들이 34년째 동결돼 있는 KBS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공정보도를 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오히려 내부 구성원들이 수신료 인상을 포기한 것 아니냐며 조대현 사장을 채근하기도 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는 5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KBS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2013년 KBS이사회 여당 추천 이사들이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월 4000원으로 올리는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처리해 방통위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나, 현재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정부여당 의원들은 KBS 수신료 인상이 시급한 과제라며 19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는 2007년, 2010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3번째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 왼쪽부터 새누리당 서상기, 조해진, 박민식 의원 (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 노조)가 제작한 국감 자료를 언급하며 “이 자료를 다 읽어봤는데 이사장과 사장에 관한 것들이고 수신료 얘기는 한 자도 없더라”며 “상임위에서 수신료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수신료 인상 포기한 건지, 사장과 이사장보다 수신료가 덜 중요해서 그런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상기 의원은 “처음에는 야당이 반대해서 걱정이 컸는데 지금은 경영진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수신료 때문에 지친 게 아닌가. 경영진이 (수신료 인상에 대해) 지쳐버린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조대현 사장은 “저 역시 노동조합이 KBS의 역할에 대해,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에 대해 각성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금년 초부터 메르스나 8·15 광복 70주년 등 여러 기획 때문에 수신료를 좀 더 강하게 추진하지 못한 건 있지만 지쳤거나 포기한 건 아니다”고 답했다.

또한 서상기 의원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 중 ‘공영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 논리에 동의하냐고 질의했다. 최근 시사IN의 설문조사 결과 KBS는 가장 신뢰받는 매체 1위(21.5%)에 올랐으나, 가장 신뢰받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부동의 1위를 지켰던 KBS <뉴스9>가 JTBC <뉴스룸>(15.2%)보다 0.6%P 뒤져 2위로 밀려났다. 가장 불신하는 매체를 묻는 질문에서도 KBS는 4.0%를 기록해 4위를 차지했다.

조대현 사장은 “야당 의원님들께서 공영성(이 부족하다고) 얘기하셨고, 노조의 주장과 개개 기사에 대한 지적이 있을 수는 있지만, KBS 공정성에 대한 여러 가지 지표는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 증거 가운데 하나로 제가 부임한 이후에 내부 심의 지적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적 건수가 1/3로 현저히 줄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서상기 의원은 “공정성 문제 때문에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자리에서 제가 이런 말을 했다. ‘KBS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많다. 거기에 문제가 있다면 여론조사해서, (국민) 50%가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면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려주고, 30% 찬성하면 500원 올리자든지 방안이 있어야지 않겠느냐’고… 이러다 19대 국회 문 닫겠다”면서 “수신료는 KBS를 위해 올리는 게 아니고 국민을 위해 올린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노력해 달라”고 전했다. 이에 조대현 사장은 “저 역시 서상기 의원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수신료를 이유로 다른 조건이 선행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땡전뉴스 때보다 훨씬 공정해졌는데 수신료는 왜 똑같느냐”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도 서상기 의원과 마찬가지로 ‘선 공정성 제고, 후 수신료 인상’ 주장을 하는 새 노조를 겨냥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조해진 의원은 “(새 노조가) KBS 가족인지 헷갈린다. 같은 KBS 식구로서 이걸 절실한 문제로 생각하고 어떻게든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려고 한다면, ‘경영, 조직 쇄신화를 할 테니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읍소해야 할 입장인데…”라며 “여당은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고 있는데, 안에서는 조건을 내걸고 (수신료 인상을 방해하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빨리 (이런 문제를) 해소해서 한목소리로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이 되게끔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미방위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여야 입장 바뀌면 대표적으로 목소리 달라지는 게 KBS 수신료 문제”라며 “자구노력과 공정성 전제가 되어야 수신료를 인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지 않나. 그런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조대현 사장이 “쭉 자구노력해 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하자 박민식 의원은 “제가 느끼기에는 그 논리가 선뜻 납득이 안 간다. 공영방송 수신료는 다른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현실화될 수 있다는 건데, (수신료가 오르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방송 독립성, 자율성, 공정성에도 다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의원은 “전두환 때 KBS뉴스를 땡전뉴스라고 표현했다. 그 정도로 방송 공정성에 의심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송이) 훨씬 독립적이고 공정성이 업그레이드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신료는 왜 똑같느냐”며 “수신료 법적 성격은 시청료 대가가 아니다. 텔레비전 방송은 현대 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의 알권리와 직결되는 것이다. 사장부터 구성원들까지 철학적인 소신을 갖고, 뭔가 소명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촉구했다.

▲ 5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KBS 국감에서 답변하고 있는 조대현 사장 (사진=KBS)

조대현 사장은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에서 수신료는 존립기반이다. 모두가 이 사실에 동의하면서도 지금 몇 가지를 지렛대 삼아서 내놓는 요구조건 때문에 (수신료 인상이) 발목 잡혀 있다고 본다”면서 “내부에서 확실하게 뜻이 모아지지 않아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노동조합의 정치적 요구 이런 것이 걸림돌이 돼서… 사장으로서 노동조합에게 KBS 공적책무가 더 우선한다는 점을 설득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합의를 이끌어 내, 다시 시청자들께 수신료 인상 설득하고 요청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저는 17대 문방위 때 수신료 인상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라면서도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 하에서 과연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자리잡았느냐 하는 냉정한 평가 때문에 (수신료 인상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자본과 권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재원을 올려준다 해도 그 재원은 자본과 권력의 방송의 재원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장악 (기조는) 계속 가져가면서 재원만 올려 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는가? 그런데 정부여당과 사장이 ‘야당이 발목잡기하고 있다’며 응답 주고받는 건 대단히 모욕적이다.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 역시 “조대현 사장은 수신료 인상에 전제조건을 다는 건 맞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럼 KBS가 올려달라고 하면 무조건 올려줘야 하나? 정당하게 올리기 위한, 국민들과 정치권의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사장은) 심각성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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