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표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여성비하와 외모비하를 부추기고 있고, 이 같은 문제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은 5일 “KBS 간판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여성비하와 외모비하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지난 1월 11일 KBS <개그콘서트> '사둥이는 아빠딸'에서 여름(김승혜)이 "김치녀가 될 거야"라면서 명품백을 드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면

전병헌 의원은 2010년 6월 종영한 <그냥 내비둬>에서부터 올해 6월 종영한 <도찐개찐>까지 <개그콘서트>에 속한 다양한 코너에서 여성 및 외모비하 내용이 방송됐다고 말했다. 뚱뚱한 여성과 잘생긴 남성 커플을 보고 여성에게만 비난을 가한다거나(<그냥 내비둬>), 얼굴이 못생기면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드니 얼굴을 가리는 업종에 도전하라거나(<독한 것들>), 딸을 외모로 차별하는 아버지가 나오는 코너(<억수르>) 등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또한 <개그콘서트>는 직장 내 여성 노동자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왕입니다요>)하거나, 대표적인 여성혐오 표현 중 하나인 ‘김치녀’라는 말을 등장시키고 외모로 딸을 차별하고(<사둥이는 아빠 딸>), 개그우먼과 오랑우탄의 모습을 ‘도찐개찐’이라고 비하하는 코너(<도찐개찐>)로 물의를 빚었다.

전병헌 의원은 “지난 2008년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개그콘서트를 ‘외모비하, 여성비하, 막말 등 가학성 개그’라는 이유로 ‘올해의 나쁜 예능프로그램’으로 선정하는 등, 개그콘서트의 문제 지적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며 “하지만 숱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고 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코너 중에서도 <리액션 야구단>, <스톡홀름 증후군> 등의 코너에서 심심찮게 여성 외모비하 개그가 등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여성·외모비하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코너 예시 (표=전병헌 의원실)

전병헌 의원은 “<개그콘서트>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때로는 날카로운 사회적 풍자를 보여주는 코너들도 많이 있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여성 비하나 외모 비하로 일관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코미디가 오히려 사회 문제를 만들어내고 조장하는 것은 그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공영방송 KBS의 개그프로그램에서 노골적으로 외모 차별주의를 내비치고, 못생기면 무시하고 잘생겨야 대우해주는 것을 반복해서 보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라며 “개그맨들이 직접 개그를 만들어낸다지만 결국 이를 검수하고 채택하는 것은 제작진인데, 이러한 논란이 몇 년째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결국 제작진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병헌 의원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다른 사람의 외모적 요소를 비하해도 된다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며, “사회적으로 엄격히 규제되는 TV상의 흡연 장면이나 폭력 장면보다 <개그콘서트>의 ‘언어폭력’이 훨씬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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