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톡투유’에는 단언컨대 세계 최고의 방청객들이 들어온다. 김제동이 세계 제일의 엠씨는 아니겠지만 이 세계 최고의 방청객들이 톡투유에 모이는 이유는 김제동 때문이다. 이 복잡한 관계를 쉽게 풀자면 김제동은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게 좋은 사람(적어도 그렇게 믿게 되는) 김제동과 좋은 방청객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좋은 이야기들은 좋은 에너지가 된다.
이번 주 톡투유 첫 번째 주제는 외모였다. 김제동이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왠지 자학 같고 한편으로는 ‘잘생긴 것들’에 대한 과장된 반발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김제동 자신도 “통상적으로 잘 생기지 않은 외모가 사람들에게 기쁨을 더욱 더 크게 줄 수 있겠구나”한다는 말로 청중들의 공감을 끌어내기도 했다.
물론 세상에는 꾸준히 미담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그 미담을 직접 목격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 일은 다른 이의 말이나 글을 통해서 전해 듣기 마련이다. 미담을 직접 보고 행복을 느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그래서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부모가 물려준 그대로 살겠다는 신념이 있다는 중3 여학생의 당찬 이야기에 김제동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찾았다. 다시 말해서 성형의 힘을 빈 이의 고백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자 한 여대생이 손을 들고 그 신념은 부모로부터 잘 받았을 때 가능하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자기 외모의 문제에 대해 말을 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 옆자리에 있던 엄마와도 평소 그렇듯이 청중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렇지만 이 딸이 엄마라는 말에 울컥한 데에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엄마는 모야모야병이라는 희귀병을 안고 있었고, 딸은 엄마에게 불만을 갖기에 충분한 20대 초반의 나이였지만 불만은커녕 그저 엄마가 스트레스 안 받고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모녀에겐 김제동의 톡투유 방청이 첫 모녀 데이트였다고 한다.
그쯤 되자 김제동은 마이크를 옆자리의 엄마에게 돌렸다. 그런 딸에게 한 마디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엄마는 딸의 말을 들으면서 울먹이는 표정의 애써 참아내는 모습이었지만 마이크를 받자 울음을 참아내지 못했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한참을 오열했다. 그러자 화면에 웬 손이 하나 등장해서 우는 엄마의 등을 그 엄마의 엄마인 것처럼 쓸어주었다.
이미 엄마의 사연에 눈물이 한 방울 흘렀고, 이 낯선 손의 따뜻한 마음에 또 한 방울 더 눈물이 났다. 세상이 각박해져서 이런 일은 없는 것이 정상(?)인데, 누군가를 연민하고, 위로하고 망설이지 않는 따뜻한 사람의 존재에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행복이 존재하는 것이 너무도 다행이고, 그것을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